진실같은 거짓, 가짜뉴스

입력 2017.04.23 (22:38) 수정 2017.04.2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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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인터넷 사이트에 눈에 띄는 속보가 등장합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했다. 삼성측은 사망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기사는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고, 삼성 그룹 주가는 크게 출렁거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기사는 2년 전 한 언론의 오보를 교묘히 조작한 가짜 뉴스였습니다.

얼마 뒤 이 사이트에는 또 다른 속보가 등장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미국 유명힙합 가수 닥터드레와 결혼한다"는 황당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가짜 뉴스 역시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세탁 시도라는 주장과 함께 SNS를 통해 빠르게 유포됐습니다.

이렇게 누군가 어떤 목적을 위해 조작해내는 '가짜 뉴스'는 이전부터 드물긴 하지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가짜 뉴스들이 국내외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짜 뉴스'들은, 누가, 어떻게, 그리고 왜 만드는 걸까요.

<녹취> KBS 뉴스(지난 10일) : "코스피는 한 달여 만에 2,130선대로 밀렸고, 코스닥은 연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0일 국내 주식 시장이 갑자기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방위산업 관련 주만은 급등했습니다.

미국이 4월 27일 북한을 폭격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급속하게 퍼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NBC의 뉴스 앵커가 오산 미군기지를 찾아 방송을 했는데, 27일을 북폭 시점으로 전망했다는 겁니다.

실제 방송 내용은 어땠을까.

<녹취> NBC뉴스 : "오산부터 북한까지의 거리는 볼티모어에서 워싱턴까지의 거리에 불과합니다. 50마일이 채 안됩니다. 이 기지의 슬로건은 '오늘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됐다'입니다."

<녹취> NBC뉴스 :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기지를 방어해줍니다. 화학 공격에 대한 준비도 상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항공팀은 항상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미군 방어 태세를 전달한 보도일 뿐, 27일 북폭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북폭설의 또다른 근거는 한 일본 사이트였습니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4월 말 끝난다. 4월 27일은 달빛이 없는 밤(초승달)이어서 북한을 공습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 블로그에 불과했지만 마치 언론사 기사인 것처럼 오인됐고 북폭설은 정부가 진화에 나설 정도로 퍼졌습니다.

<인터뷰> 문상균(국방부 대변인/지난 11일) : "최근 sns 등에서 유포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 등에 대한 과장된 평가에 대해서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드립니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조작한 뉴스는 최근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2018년부터 군복무 단축결정 1년에 30일씩 줄어든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의 탄핵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미국 CNN에 말했다."

<인터뷰> 한규섭(서울대 언론정보학과) : "예전에는 기성 언론사에서 만우절이라든지 농담처럼 유포를 한다든지 아니면 일반인들이 어떤 장난 수준에서 유통하는 그런 것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경제적인 이득을 취한다든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그런 류의 가짜뉴스가 많아진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짜뉴스는 얼마나 정교할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최근 뉴스 소비자 천 여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진짜뉴스 2개와 진짜뉴스를 교묘하게 조작해 실제로 인터넷에서 퍼졌던 가짜뉴스 4개를 섞어서 진짜뉴스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가짜 뉴스를 정확하게 판별한 국민은 1.8%, 백명중 2명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사람들이 믿고 싶은 사실을 전달할 경우에는 이 내용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진짜로 믿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선택적 인지편향 같은 것도 있겠지만 이 가짜뉴스 내용들 대부분이 사람들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내용을 교묘히 조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아니더라도 실제와 같다라고 믿는 마음을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게 있죠.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왜 빨리, 또 널리 퍼지는 걸까요.

그리고 가짜 뉴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시민의 관심을 장악하는 걸까요.

<인터뷰> 최진봉(성공회대학교 신문정보학과) : "센세이셔널한 내용이 많아요. 자극적인 내용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더 많이 끌게 되는 거예요. 클릭을 유도하려면 일반적인 기사는 클릭을 유도할 수 없어요. 제목만 봐도 뭔가 있겠구나, 그리고 전에 일반 언론사에서 기존의 언론사에서 다룰 수 없는 내용을 다뤘을 때 사람들은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처럼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주변에 알리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것입니다.

<인터뷰> 최진봉(성공회대학교 신문정보학과) :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어떤 이데올로기나 신념이나 생각을 강화시켜주는 소식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그리고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봐, 내가 주장했잖아. 내가 얘기했지.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한테 전달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는 거예요. 적극적으로."

이때 전파력을 극대화 시켜준 도구가 SNS 입니다.

생각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실시간 연결돼 있다보니 급속하게 퍼진다는 겁니다.

극명한 사례가 지난해 미국 대선입니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IS에 무기를 판매했다'

당시 페이스북에서는 트럼프에 유리한 가짜뉴스들이 100만회 넘게 공유되며 널리 퍼졌습니다.

미국 대선 기간 동안 한 SNS에서는 가짜 뉴스가 기존의 미디어 뉴스보다 더 많이 유통됐는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여기 보시면 왼쪽 외곽에 있는 점들은 전부 트럼프 지지자입니다. 이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존 미디어들과 전혀 연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하나의 네트워크를 생성하면서 점으로 만들어내고 있고요. 이 안에서만 정보가 유통됐다는 뜻입니다. 12 50 이 안에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할 필요 없이 자기가 믿고 싶은 내용들만 유통시킨 거죠."

가짜뉴스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 물론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폐해를 낳기도 합니다.

퇴주잔 논란 등에 휩싸였던 반기문 전 총장은 가짜뉴스에 큰 상처를 받았다며 대선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또 미국에선 클린턴이 워싱턴의 피자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가짜뉴스 때문에 총기난사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녹취> 미국 abc 뉴스 보도 : "용의자는 피자가게에서 아동 학대가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보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피자가게로 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에 이런 가짜 뉴스를 유포한 사람 중에는 미국 대선과는 아무 관계 없는 마케도니아 소도시의 10대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단지 잘 팔린다는 이유로, 트럼프에 유리한 가짜뉴스를 마구잡이로 만들어 수천 만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한규섭(서울대 언론정보학과) : "가짜 뉴스가 워낙 클릭수도 많이 받고 그러다 보니까 이거를 전문적으로 유통하고 클릭수가 많아지다 보니까 광고가 붙게 되고, 그래서 상당한 정도의 경제적인 이윤을 취한 경우들이 있었던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 사회적 갈등 속에 대선이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짜뉴스가 활개를 치기 쉬운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인터뷰> 한규섭(서울대 언론정보학) : "선거를 앞두고 있고, 우리나라 정치적으로 양극단화가 너무 심하다 보니까 상대 진영에 대한 정보에 특히 부정적인 정보에 매우 쉽게 수용하는 그런 경향이 당연히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고요, 05 36일단 이게 유통이 돼서 유권자들한테 영향을 준 다음에는 사실은 그거를 포착을 해서 발견하더라도 별로 의미가 없어지는 그런 상황이 되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선거관리위원회도 집중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21일 현재까지 적발된 가짜뉴스가 이미 지난 18대 대선 기간 전체의 3배를 넘겼습니다.

<인터뷰> 김수연(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장) : "진보라든가 보수라든가 이런 성향을 대표하는 사이트들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사이트들을 통해서 비슷한 내용들의 허위 표현들이, 한 사이트에서 유포가 되는 것이 다른 사이트로도 퍼지고 이렇게 유포가 되기 때문에 조치 건수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 차단을 위해 뉴스를 검증하고, 필터링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KBS 등 일부 언론사와 서울대가 손을 잡고 대선과 관련한 팩트체크에 나섰습니다.

가짜 뉴스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다 적발되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돼 징역 7년이나 벌금 3천만 원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작성자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가짜 뉴스가 실제 인터넷상에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 URL 추적을 해봤는데, URL로 퍼지는 경우보다는 내용상으로 퍼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 내용상으로 퍼지는 경우들은 사실 추적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현실적으로는 뉴스 소비자가 적절히 구분해 대처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1. 사이트 주소가 이상하거나 없는 기사는 의심하라.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사이트의 주소가 평상시에 보지 못한 이상한 사이트 주소라든지 그럴 경우에는 그 웹주소를 한 번 확인해보면 정상적인 사이트 주소를 교묘하게 비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가짜 뉴스일 확률이 높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유사 기사가 다른 언론사에도 있는지 확인하라

<인터뷰> 최진봉(성공회대 교수) : "기존 언론사들이 지금 내가 받은 정보와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했는지, 거기서 보도를 안 했다고 하면 가짜뉴스일 확률이 100%입니다. 그런 방법들, 크로스체킹을 하는거죠."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가짜뉴스,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하는 중대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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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실같은 거짓, 가짜뉴스
    • 입력 2017-04-23 22:50:44
    • 수정2017-04-23 23:05:02
    취재파일K
지난해 한 인터넷 사이트에 눈에 띄는 속보가 등장합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했다. 삼성측은 사망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기사는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고, 삼성 그룹 주가는 크게 출렁거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기사는 2년 전 한 언론의 오보를 교묘히 조작한 가짜 뉴스였습니다.

얼마 뒤 이 사이트에는 또 다른 속보가 등장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미국 유명힙합 가수 닥터드레와 결혼한다"는 황당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가짜 뉴스 역시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세탁 시도라는 주장과 함께 SNS를 통해 빠르게 유포됐습니다.

이렇게 누군가 어떤 목적을 위해 조작해내는 '가짜 뉴스'는 이전부터 드물긴 하지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가짜 뉴스들이 국내외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짜 뉴스'들은, 누가, 어떻게, 그리고 왜 만드는 걸까요.

<녹취> KBS 뉴스(지난 10일) : "코스피는 한 달여 만에 2,130선대로 밀렸고, 코스닥은 연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0일 국내 주식 시장이 갑자기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방위산업 관련 주만은 급등했습니다.

미국이 4월 27일 북한을 폭격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급속하게 퍼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NBC의 뉴스 앵커가 오산 미군기지를 찾아 방송을 했는데, 27일을 북폭 시점으로 전망했다는 겁니다.

실제 방송 내용은 어땠을까.

<녹취> NBC뉴스 : "오산부터 북한까지의 거리는 볼티모어에서 워싱턴까지의 거리에 불과합니다. 50마일이 채 안됩니다. 이 기지의 슬로건은 '오늘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됐다'입니다."

<녹취> NBC뉴스 :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기지를 방어해줍니다. 화학 공격에 대한 준비도 상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항공팀은 항상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미군 방어 태세를 전달한 보도일 뿐, 27일 북폭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북폭설의 또다른 근거는 한 일본 사이트였습니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4월 말 끝난다. 4월 27일은 달빛이 없는 밤(초승달)이어서 북한을 공습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 블로그에 불과했지만 마치 언론사 기사인 것처럼 오인됐고 북폭설은 정부가 진화에 나설 정도로 퍼졌습니다.

<인터뷰> 문상균(국방부 대변인/지난 11일) : "최근 sns 등에서 유포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 등에 대한 과장된 평가에 대해서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드립니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조작한 뉴스는 최근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2018년부터 군복무 단축결정 1년에 30일씩 줄어든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의 탄핵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미국 CNN에 말했다."

<인터뷰> 한규섭(서울대 언론정보학과) : "예전에는 기성 언론사에서 만우절이라든지 농담처럼 유포를 한다든지 아니면 일반인들이 어떤 장난 수준에서 유통하는 그런 것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경제적인 이득을 취한다든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그런 류의 가짜뉴스가 많아진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짜뉴스는 얼마나 정교할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최근 뉴스 소비자 천 여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진짜뉴스 2개와 진짜뉴스를 교묘하게 조작해 실제로 인터넷에서 퍼졌던 가짜뉴스 4개를 섞어서 진짜뉴스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가짜 뉴스를 정확하게 판별한 국민은 1.8%, 백명중 2명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사람들이 믿고 싶은 사실을 전달할 경우에는 이 내용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진짜로 믿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선택적 인지편향 같은 것도 있겠지만 이 가짜뉴스 내용들 대부분이 사람들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내용을 교묘히 조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아니더라도 실제와 같다라고 믿는 마음을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게 있죠.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왜 빨리, 또 널리 퍼지는 걸까요.

그리고 가짜 뉴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시민의 관심을 장악하는 걸까요.

<인터뷰> 최진봉(성공회대학교 신문정보학과) : "센세이셔널한 내용이 많아요. 자극적인 내용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더 많이 끌게 되는 거예요. 클릭을 유도하려면 일반적인 기사는 클릭을 유도할 수 없어요. 제목만 봐도 뭔가 있겠구나, 그리고 전에 일반 언론사에서 기존의 언론사에서 다룰 수 없는 내용을 다뤘을 때 사람들은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처럼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주변에 알리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것입니다.

<인터뷰> 최진봉(성공회대학교 신문정보학과) :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어떤 이데올로기나 신념이나 생각을 강화시켜주는 소식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그리고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봐, 내가 주장했잖아. 내가 얘기했지.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한테 전달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는 거예요. 적극적으로."

이때 전파력을 극대화 시켜준 도구가 SNS 입니다.

생각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실시간 연결돼 있다보니 급속하게 퍼진다는 겁니다.

극명한 사례가 지난해 미국 대선입니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IS에 무기를 판매했다'

당시 페이스북에서는 트럼프에 유리한 가짜뉴스들이 100만회 넘게 공유되며 널리 퍼졌습니다.

미국 대선 기간 동안 한 SNS에서는 가짜 뉴스가 기존의 미디어 뉴스보다 더 많이 유통됐는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여기 보시면 왼쪽 외곽에 있는 점들은 전부 트럼프 지지자입니다. 이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존 미디어들과 전혀 연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하나의 네트워크를 생성하면서 점으로 만들어내고 있고요. 이 안에서만 정보가 유통됐다는 뜻입니다. 12 50 이 안에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할 필요 없이 자기가 믿고 싶은 내용들만 유통시킨 거죠."

가짜뉴스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 물론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폐해를 낳기도 합니다.

퇴주잔 논란 등에 휩싸였던 반기문 전 총장은 가짜뉴스에 큰 상처를 받았다며 대선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또 미국에선 클린턴이 워싱턴의 피자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가짜뉴스 때문에 총기난사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녹취> 미국 abc 뉴스 보도 : "용의자는 피자가게에서 아동 학대가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보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피자가게로 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에 이런 가짜 뉴스를 유포한 사람 중에는 미국 대선과는 아무 관계 없는 마케도니아 소도시의 10대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단지 잘 팔린다는 이유로, 트럼프에 유리한 가짜뉴스를 마구잡이로 만들어 수천 만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한규섭(서울대 언론정보학과) : "가짜 뉴스가 워낙 클릭수도 많이 받고 그러다 보니까 이거를 전문적으로 유통하고 클릭수가 많아지다 보니까 광고가 붙게 되고, 그래서 상당한 정도의 경제적인 이윤을 취한 경우들이 있었던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 사회적 갈등 속에 대선이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짜뉴스가 활개를 치기 쉬운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인터뷰> 한규섭(서울대 언론정보학) : "선거를 앞두고 있고, 우리나라 정치적으로 양극단화가 너무 심하다 보니까 상대 진영에 대한 정보에 특히 부정적인 정보에 매우 쉽게 수용하는 그런 경향이 당연히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고요, 05 36일단 이게 유통이 돼서 유권자들한테 영향을 준 다음에는 사실은 그거를 포착을 해서 발견하더라도 별로 의미가 없어지는 그런 상황이 되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선거관리위원회도 집중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21일 현재까지 적발된 가짜뉴스가 이미 지난 18대 대선 기간 전체의 3배를 넘겼습니다.

<인터뷰> 김수연(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장) : "진보라든가 보수라든가 이런 성향을 대표하는 사이트들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사이트들을 통해서 비슷한 내용들의 허위 표현들이, 한 사이트에서 유포가 되는 것이 다른 사이트로도 퍼지고 이렇게 유포가 되기 때문에 조치 건수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 차단을 위해 뉴스를 검증하고, 필터링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KBS 등 일부 언론사와 서울대가 손을 잡고 대선과 관련한 팩트체크에 나섰습니다.

가짜 뉴스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다 적발되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돼 징역 7년이나 벌금 3천만 원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작성자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가짜 뉴스가 실제 인터넷상에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 URL 추적을 해봤는데, URL로 퍼지는 경우보다는 내용상으로 퍼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 내용상으로 퍼지는 경우들은 사실 추적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현실적으로는 뉴스 소비자가 적절히 구분해 대처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1. 사이트 주소가 이상하거나 없는 기사는 의심하라.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사이트의 주소가 평상시에 보지 못한 이상한 사이트 주소라든지 그럴 경우에는 그 웹주소를 한 번 확인해보면 정상적인 사이트 주소를 교묘하게 비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가짜 뉴스일 확률이 높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유사 기사가 다른 언론사에도 있는지 확인하라

<인터뷰> 최진봉(성공회대 교수) : "기존 언론사들이 지금 내가 받은 정보와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했는지, 거기서 보도를 안 했다고 하면 가짜뉴스일 확률이 100%입니다. 그런 방법들, 크로스체킹을 하는거죠."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가짜뉴스,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하는 중대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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