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귀뚜라미 양식 투자로 고수익”…200억 원대 사기

입력 2017.08.23 (08:36) 수정 2017.08.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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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식용 귀뚜라미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고단백 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식품 원료로도 등록돼 있는데요.

이런 관심을 틈탄 수백억 대 투자 사기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귀뚜라미가 미래 대체 식량이다, 귀뚜라미 양식 사업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투자자를 끌어 모았습니다.

약속한 수익률은 연 2백12%, 2백억 원 넘는 투자금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성 떨어지는 이런 높은 수익률에는 항상 비밀이 있기 마련이죠.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의 유사 수신 사기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노인이나 가정주부였습니다.

귀뚜라미 투자 사기극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경기도 부천의 한 사무실입니다.

사람들 앞에 서 있는 남성이 목소리를 높여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진실을 얘기한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다 되는 겁니다. 다 되는 거예요.”

유독 '진실'을 강조하는 이 남성. 결론은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입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이제 돈 얘기가 많이 나올 거예요. 돈 버는 얘기가.”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 대상으로 소개한 건 귀뚜라미였습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귀뚜라미가 고단백질이고 실제로 외국에서는 고급 호텔 등에서 식재료로 이용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빗대어서 국내에서 귀뚜라미 사업에 이렇게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한거죠.)”

미래의 대체 식량으로 곤충이 각광 받고 있다, 귀뚜라기 양식 사업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솔깃한 말을 늘어 놓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귀뚜라미를 키워 말려서 약품을 만들고 그런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투자 쪽으로 많이 유도하는 것 같더라고.”

이런 사업 설명회는 매주 목요일 마다 정기적으로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노인이나 주부들이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전부 노인들, 아줌마. 노인 아줌마들이 자주 다니시더라고. 설명회를 한다든지 아니면 약 선전 그런 거를 많이 하더라고.”

투자 설명회를 주최한 업체 대표 51살 최 모 씨는 투자자를 설득할 지사장을 고용한 뒤, 투자금 유치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각 지사장들한테 2억 5천만 원을 모집하면 월 300만 원을 지급하고 투자비의 10%를 지급해 주겠다고 현혹해서 …….”

지사장이라는 직책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영업 사원 역할을 했습니다.

주변 지인들을 동원해 사업 설명회장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최 씨는 사업 설명회에서 귀뚜라미가 미래 식품으로 인기를 끌게 될 거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귀뚜라미 분말이 들어간 제품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계좌당 2백40만 원을 투자하면 석 달 뒤 원금을 돌려주고, 연 212%의 높은 수익률을 약속했습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1계좌당 240만 원을 투자하면 일주일에 20만 원씩 3개월 동안 240만 원을 지급하고 그 후 9개월 동안 매달 30만 원씩 해서 27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사업 설명회가 끝난 뒤에는 사람들을 귀뚜라미 양식장으로 데려갔습니다.

현장을 직접 보여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던 건데요.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귀뚜라미도 하면서 여기는 다른 사업도 하니까 가끔 서울에서 시찰도 오시더라고 …….”

하지만 이들이 약속한 높은 수익률도, 미래 먹거리 생산 현장처럼 보여줬던 양식장도 거짓이었습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조그마한 비닐하우스에 그냥 보여주기식의 배양 정도였습니다. 실질적으로 보여주기식 배양이었기 때문에 판로나 이런 것들이 전혀 없었습니다.”

투자금은 귀뚜라기 사업에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이렇게 모은 투자자는 모두 6백50명, 총 투자 규모는 2백억 원이 넘습니다.

2백40만 원을 내고 계좌 하나를 가입한 사람부터, 9천6백만 원을 투자금으로 건넨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초기에) 4800만 원 투자했고 배당금을 바로 건네받지 않고 다시 투자금으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결국은 피해액이 9600만 원 상당에 이른 겁니다.”

초기에는 배당금이 꼬박 꼬박 지급되자 입소문을 타고 투자자들이 몰렸습니다.

연 2백%, 가능성이 희박한 수익률이었는데도, 투자자들은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은 4개월 간의 잠복 수사 끝에 이 회사의 불법 유사 수신 혐의를 적발했습니다.

<인터뷰> 경찰 : “저희가 여기 압수 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왔어요. 지금 업체가 하는 행위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검토를 받아야 할 사항이 생겼어요.”

피해자 대부분은 노인과 주부들, 한 푼 두푼 모았던 목돈을 건넨 투자자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유사 수신, 사기 행각임을 알아챘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실신한 분도 있고 추가 고소한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마지막 생활 자금, 쌈짓돈이 없어지다 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거로 인해서 또 자식들한테 말도 못 하는 그런 지경까지 갔습니다.”

업체 대표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귀뚜라미 양식 사업이 큰 수익을 내는 투자라고 자신하고 있다는 건데요.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운영자는 아직도 자기 사업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편취 행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최 씨를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로 구속하고 지사장 등 회사 관계자 16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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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귀뚜라미 양식 투자로 고수익”…200억 원대 사기
    • 입력 2017-08-23 08:37:48
    • 수정2017-08-23 09: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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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식용 귀뚜라미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고단백 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식품 원료로도 등록돼 있는데요.

이런 관심을 틈탄 수백억 대 투자 사기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귀뚜라미가 미래 대체 식량이다, 귀뚜라미 양식 사업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투자자를 끌어 모았습니다.

약속한 수익률은 연 2백12%, 2백억 원 넘는 투자금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성 떨어지는 이런 높은 수익률에는 항상 비밀이 있기 마련이죠.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의 유사 수신 사기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노인이나 가정주부였습니다.

귀뚜라미 투자 사기극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경기도 부천의 한 사무실입니다.

사람들 앞에 서 있는 남성이 목소리를 높여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진실을 얘기한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다 되는 겁니다. 다 되는 거예요.”

유독 '진실'을 강조하는 이 남성. 결론은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입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이제 돈 얘기가 많이 나올 거예요. 돈 버는 얘기가.”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 대상으로 소개한 건 귀뚜라미였습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귀뚜라미가 고단백질이고 실제로 외국에서는 고급 호텔 등에서 식재료로 이용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빗대어서 국내에서 귀뚜라미 사업에 이렇게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한거죠.)”

미래의 대체 식량으로 곤충이 각광 받고 있다, 귀뚜라기 양식 사업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솔깃한 말을 늘어 놓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귀뚜라미를 키워 말려서 약품을 만들고 그런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투자 쪽으로 많이 유도하는 것 같더라고.”

이런 사업 설명회는 매주 목요일 마다 정기적으로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노인이나 주부들이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전부 노인들, 아줌마. 노인 아줌마들이 자주 다니시더라고. 설명회를 한다든지 아니면 약 선전 그런 거를 많이 하더라고.”

투자 설명회를 주최한 업체 대표 51살 최 모 씨는 투자자를 설득할 지사장을 고용한 뒤, 투자금 유치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각 지사장들한테 2억 5천만 원을 모집하면 월 300만 원을 지급하고 투자비의 10%를 지급해 주겠다고 현혹해서 …….”

지사장이라는 직책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영업 사원 역할을 했습니다.

주변 지인들을 동원해 사업 설명회장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최 씨는 사업 설명회에서 귀뚜라미가 미래 식품으로 인기를 끌게 될 거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귀뚜라미 분말이 들어간 제품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계좌당 2백40만 원을 투자하면 석 달 뒤 원금을 돌려주고, 연 212%의 높은 수익률을 약속했습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1계좌당 240만 원을 투자하면 일주일에 20만 원씩 3개월 동안 240만 원을 지급하고 그 후 9개월 동안 매달 30만 원씩 해서 27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사업 설명회가 끝난 뒤에는 사람들을 귀뚜라미 양식장으로 데려갔습니다.

현장을 직접 보여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던 건데요.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귀뚜라미도 하면서 여기는 다른 사업도 하니까 가끔 서울에서 시찰도 오시더라고 …….”

하지만 이들이 약속한 높은 수익률도, 미래 먹거리 생산 현장처럼 보여줬던 양식장도 거짓이었습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조그마한 비닐하우스에 그냥 보여주기식의 배양 정도였습니다. 실질적으로 보여주기식 배양이었기 때문에 판로나 이런 것들이 전혀 없었습니다.”

투자금은 귀뚜라기 사업에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이렇게 모은 투자자는 모두 6백50명, 총 투자 규모는 2백억 원이 넘습니다.

2백40만 원을 내고 계좌 하나를 가입한 사람부터, 9천6백만 원을 투자금으로 건넨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초기에) 4800만 원 투자했고 배당금을 바로 건네받지 않고 다시 투자금으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결국은 피해액이 9600만 원 상당에 이른 겁니다.”

초기에는 배당금이 꼬박 꼬박 지급되자 입소문을 타고 투자자들이 몰렸습니다.

연 2백%, 가능성이 희박한 수익률이었는데도, 투자자들은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은 4개월 간의 잠복 수사 끝에 이 회사의 불법 유사 수신 혐의를 적발했습니다.

<인터뷰> 경찰 : “저희가 여기 압수 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왔어요. 지금 업체가 하는 행위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검토를 받아야 할 사항이 생겼어요.”

피해자 대부분은 노인과 주부들, 한 푼 두푼 모았던 목돈을 건넨 투자자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유사 수신, 사기 행각임을 알아챘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실신한 분도 있고 추가 고소한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마지막 생활 자금, 쌈짓돈이 없어지다 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거로 인해서 또 자식들한테 말도 못 하는 그런 지경까지 갔습니다.”

업체 대표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귀뚜라미 양식 사업이 큰 수익을 내는 투자라고 자신하고 있다는 건데요.

<인터뷰> 한미호(부천 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운영자는 아직도 자기 사업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편취 행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최 씨를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로 구속하고 지사장 등 회사 관계자 16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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