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신생아 0명…“아기 울음 소리 뚝”

입력 2018.03.19 (08:34) 수정 2018.03.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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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19일)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저출산 문제, 이제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예산도 많이 쏟아 붓고 있는데 출산율 감소 추세는 더 가팔라지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전국 신생아 수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5만 명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직전 년도에 비해 12%나 감소한 숫자인데요.

전국 17곳의 읍면동에서는 신생아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인구 절벽이 점차 현실이 되는 모습이고, 지역 사회가 아예 없어지는 지방 소멸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저출산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북 안동시 녹전면의 한 마을입니다.

최근들어 매일같이 찾아오는 손님맞이로 분주한 집이 있습니다.

이웃 손님들의 웃음꽃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제 태어난 지 갓 두달이 된 유빈이네 집입니다.

[박경자/경북 안동시 녹전면 : “좋죠. 아기 소리 나니깐. 동네에서 경사 났다 했어요. 우리 동네 복 받았다고. 우리 동네 아기 울음소리 난다고.”]

베트남 며느리 유빈이 엄마가 아들을 낳기까지, 이 마을에는 3년 동안 신생아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신생아는 유빈이까지 3명이 전부입니다.

오래간만에 마을에 울려퍼진 아기 울음소리는 온 동네 경사가 됐고,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응웬김므이/엄마 : “많이 기뻐해 주셨어요. 동네 할머니들도 많이 축하해줬어요. 선물하고 현금도 많이 받았어요.”]

[허영순/할머니 :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70살이 넘어서 손자를 보니까 어떠냐고 묻는다니까 다른 사람들이.”]

지난해 녹전면 전체 12개 마을에선 신생아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인구 1천9백여 명의 녹전면에서 태어난 아이는 6명 뿐입니다.

[임상남/경북 안동시 녹전면 : “서운하지요. 들에 가면 아기 우는소리, 닭 우는소리, 개 짖는 소리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 조용해요.”]

면내 5곳이던 초등학교는 이제 한 곳으로 통합됐고, 올해 입학생이 3명뿐이던 중학교는 문을 닫았습니다.

반대로 노인 인구 비율은 42%로 초고령화 지역으로 분류된 지 오래입니다.

사과 농사를 주로 지은 마을 주민들은 농삿일도 이제 점점 버거워지고, 농사를 물려줄 사람도 없어 걱정이 큽니다.

[임병갑/경북 안동시 녹전면 :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농사지으러 들어오면 그래도 희망이 좀 있는데, 연세 많은 분들이 살기 때문에 많이 걱정이에요.”]

인구 9백여 명의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역시 지난해 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곳입니다.

[박금순/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 “동네에서 그래도 아기 울음소리가 나야 좋은데, 애들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적적하지.”]

북산면의 오항 마을에서는 10년 전 태어난 시은이를 끝으로 아기 울음소리가 끊겼습니다.

또래 친구가 없어 한 살 터울인 언니 효은이가 친구 역할도 같이합니다.

[박효은/추곡초등학교 4학년 : “(평소에 누구랑 놀아요?) 동생이랑 같이요. 언니, 오빠들 집은 멀고 놀 사람이 없어요.”]

주변에 함께 커가는 아이들이 없다보니 부모님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박광석/아버지 : “가장 우려되는 게 교육 문제에요. 아이들이 전교생이 10명밖에 안 되는 초등학교에서 자라다 보니까 도시 아이들에 비해서 사회성도 많이 떨어지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은 북산면에서 하나 뿐인 초등학교로 전교생이 10명입니다.

올해 6학년인 4명이 내년에 졸업하면 재학생은 한 자리 숫자로 줄게 됩니다.

[최종태/추곡초등학교 교장 : “1학년이 한 명 들어오니깐 내년에 예상 재적이 7명이 될 거 같아요. 올해 4월 재적으로 10명 이하면 내년에 분교 격하 대상 학교나 통합 대상 학교가 됩니다.”]

인구가 적다보니 식당이나 슈퍼마켓 등 생활 편의 시설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농사철이 다가오는 데 일할 사람이 없어 걱정입니다.

북산면 전체 인구 9백65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4백여 명.

마찬가지로 노인 비율이 40%가 넘는 초고령 지역입니다.

20세에서 39세 사이 여성은 32명 뿐입니다.

지역 소멸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상호/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 “젊은 여성 인구가 고령 인구의 절반도 못 미친다는 것은 향후 한 30년 정도, 한 세대의 교체 후에는 이 지역이 더 이상 [녹취] 유의미한 공동체로 유지가 어렵다는…….”]

이처럼 지난해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전국의 읍·면·동은 모두 17곳으로 전년도에 이해 비해 3곳이 늘었습니다.

경남과 경북에선 각각 4개 지역에서 신생아가 없었고, 강원도가 3곳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보고서에서 30년 내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4개, 3천4백여 읍면동 중 1천3백여 개가 소멸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신생아 수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5만명대로 추락했습니다.

전년보다 11.9%나 감소했을 정도로 감소 폭이 컸습니다.

[안성조/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 “출산율이 자꾸 낮아지고 작년에는 1.05명까지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이 낮아졌는데 그동안 파편적으로 추진해왔던 정책들을 평가 분석하고 어떤 정책들이 어떠한 효과가 있었는지, 효과가 없는 정책들은 왜 효과가 없었는지 이런 과정과 성과를 규명하고 그 후에 정책을 재구조화해나가는 노력이…….”]

예상보다 더 빨라지고 있는 출산율 감소를 막을 보다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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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신생아 0명…“아기 울음 소리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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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3-19 09: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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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9일)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저출산 문제, 이제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예산도 많이 쏟아 붓고 있는데 출산율 감소 추세는 더 가팔라지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전국 신생아 수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5만 명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직전 년도에 비해 12%나 감소한 숫자인데요.

전국 17곳의 읍면동에서는 신생아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인구 절벽이 점차 현실이 되는 모습이고, 지역 사회가 아예 없어지는 지방 소멸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저출산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북 안동시 녹전면의 한 마을입니다.

최근들어 매일같이 찾아오는 손님맞이로 분주한 집이 있습니다.

이웃 손님들의 웃음꽃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제 태어난 지 갓 두달이 된 유빈이네 집입니다.

[박경자/경북 안동시 녹전면 : “좋죠. 아기 소리 나니깐. 동네에서 경사 났다 했어요. 우리 동네 복 받았다고. 우리 동네 아기 울음소리 난다고.”]

베트남 며느리 유빈이 엄마가 아들을 낳기까지, 이 마을에는 3년 동안 신생아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신생아는 유빈이까지 3명이 전부입니다.

오래간만에 마을에 울려퍼진 아기 울음소리는 온 동네 경사가 됐고,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응웬김므이/엄마 : “많이 기뻐해 주셨어요. 동네 할머니들도 많이 축하해줬어요. 선물하고 현금도 많이 받았어요.”]

[허영순/할머니 :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70살이 넘어서 손자를 보니까 어떠냐고 묻는다니까 다른 사람들이.”]

지난해 녹전면 전체 12개 마을에선 신생아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인구 1천9백여 명의 녹전면에서 태어난 아이는 6명 뿐입니다.

[임상남/경북 안동시 녹전면 : “서운하지요. 들에 가면 아기 우는소리, 닭 우는소리, 개 짖는 소리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 조용해요.”]

면내 5곳이던 초등학교는 이제 한 곳으로 통합됐고, 올해 입학생이 3명뿐이던 중학교는 문을 닫았습니다.

반대로 노인 인구 비율은 42%로 초고령화 지역으로 분류된 지 오래입니다.

사과 농사를 주로 지은 마을 주민들은 농삿일도 이제 점점 버거워지고, 농사를 물려줄 사람도 없어 걱정이 큽니다.

[임병갑/경북 안동시 녹전면 :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농사지으러 들어오면 그래도 희망이 좀 있는데, 연세 많은 분들이 살기 때문에 많이 걱정이에요.”]

인구 9백여 명의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역시 지난해 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곳입니다.

[박금순/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 “동네에서 그래도 아기 울음소리가 나야 좋은데, 애들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적적하지.”]

북산면의 오항 마을에서는 10년 전 태어난 시은이를 끝으로 아기 울음소리가 끊겼습니다.

또래 친구가 없어 한 살 터울인 언니 효은이가 친구 역할도 같이합니다.

[박효은/추곡초등학교 4학년 : “(평소에 누구랑 놀아요?) 동생이랑 같이요. 언니, 오빠들 집은 멀고 놀 사람이 없어요.”]

주변에 함께 커가는 아이들이 없다보니 부모님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박광석/아버지 : “가장 우려되는 게 교육 문제에요. 아이들이 전교생이 10명밖에 안 되는 초등학교에서 자라다 보니까 도시 아이들에 비해서 사회성도 많이 떨어지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은 북산면에서 하나 뿐인 초등학교로 전교생이 10명입니다.

올해 6학년인 4명이 내년에 졸업하면 재학생은 한 자리 숫자로 줄게 됩니다.

[최종태/추곡초등학교 교장 : “1학년이 한 명 들어오니깐 내년에 예상 재적이 7명이 될 거 같아요. 올해 4월 재적으로 10명 이하면 내년에 분교 격하 대상 학교나 통합 대상 학교가 됩니다.”]

인구가 적다보니 식당이나 슈퍼마켓 등 생활 편의 시설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농사철이 다가오는 데 일할 사람이 없어 걱정입니다.

북산면 전체 인구 9백65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4백여 명.

마찬가지로 노인 비율이 40%가 넘는 초고령 지역입니다.

20세에서 39세 사이 여성은 32명 뿐입니다.

지역 소멸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상호/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 “젊은 여성 인구가 고령 인구의 절반도 못 미친다는 것은 향후 한 30년 정도, 한 세대의 교체 후에는 이 지역이 더 이상 [녹취] 유의미한 공동체로 유지가 어렵다는…….”]

이처럼 지난해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전국의 읍·면·동은 모두 17곳으로 전년도에 이해 비해 3곳이 늘었습니다.

경남과 경북에선 각각 4개 지역에서 신생아가 없었고, 강원도가 3곳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보고서에서 30년 내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4개, 3천4백여 읍면동 중 1천3백여 개가 소멸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신생아 수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5만명대로 추락했습니다.

전년보다 11.9%나 감소했을 정도로 감소 폭이 컸습니다.

[안성조/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 “출산율이 자꾸 낮아지고 작년에는 1.05명까지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이 낮아졌는데 그동안 파편적으로 추진해왔던 정책들을 평가 분석하고 어떤 정책들이 어떠한 효과가 있었는지, 효과가 없는 정책들은 왜 효과가 없었는지 이런 과정과 성과를 규명하고 그 후에 정책을 재구조화해나가는 노력이…….”]

예상보다 더 빨라지고 있는 출산율 감소를 막을 보다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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