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그램] 피겨, 점프 기계만 만들었다

입력 2018.04.16 (08:45) 수정 2018.04.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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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를 알아보는 스포츠그램 시간입니다.

동계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 스케이팅은 올림픽이 끝난 뒤 4년마다 큰 변화를 보여왔습니다.

평창 올림픽 이후 피겨계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 속에 채점 방식의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한성윤 기자, 요즘 피겨는 기술은 좋은데 예술성은 예전만 못한 것 같아요?

[기자]

평창 올림픽은 역대 최고의 점프 경연장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점프 이외의 부분은 퇴보한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현행 피겨 채점 방식이 점프 잘하는 선수만 만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상위 5명 선수는 평균 6개의 4회전 점프를 시도했습니다.

그동안 올림픽에선 4회전 토룹과 4회전 살코만 뛰었는데,이번에는 4회전 루프와 플립,러츠까지 5종류의 4회전 점프가 나왔습니다.

4회전을 한 번 이상 뛴 선수는 22명으로 역대 최고의 고난도 점프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4회전 점프의 양과 질 모두 수준이 높았는데요,반면 상위권 선수 중 단 한 명도 무결점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한번 이상 넘어졌거나,착지 동작이 불안정 했다는 얘기인데요,무결점 연기가 많았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앵커]

여자 선수들도 점수를 많이 따기 위해서,변칙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죠?

[기자]

금메달을 딴 자기토바나 은메달의 주인공인 메드베데바 모두 분명 무결점 연기를 했는데,예전 미셸 콴이나 김연아 선수같은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주기엔 부족했습니다.

자기토바 같은 경우는 3회전 연속 점프의 두 번째 점프를 토룹이 아니라 룹으로 뛰는 고난도 점프 구성을 선보였는데요,모든 점프를 경기 후반에 뛰었습니다.

경기 후반에 뛰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수준 높은 프로그램은 점프와 스핀,안무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러시아 선수들은 안무 따로,스핀따로,점프따로 하니까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현재 프로그램은 오로지 점수를 많이 따는 것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새로운 채점 방식이 도입된다죠?

[기자]

국제빙상연맹은 고난도 점프에 고득점을 주는 채점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가산점 제도를 대폭 개선해서,기초점을 높은 점프보다 완성도 높은 점프를 뛰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점프 기초점을 낮추는 대신 가산점이 플러스 마이너스 3점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5점으로 높아집니다.

이 말은 난이도가 낮더라도 완벽한 점프를 뛰면 많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기초점이 높더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5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무턱대고 고난도 점프에 도전하다간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예전 김연아 선수처럼 같은 점프를 뛰더라고 완벽하게 뛰는 선수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변동폭이 높아진 가산점 제도는 점프 뿐 아니라 스핀과 스텝 등 모든 요소에 적용됩니다.

[앵커]

남자의 경우 프리스케이팅 시간이 30초 줄어든다고요?

[기자]

경기 시간이 줄어들면서,점프 개수도 줄어드는데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더욱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해야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남자 프리스케이팅은 4분 30초에 점프 8개를 뛰어왔는데 이제는 경기 시간 4분에 점프 7개로 줄어듭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대부분의 남자 선수들이 경기 후반 점프에서 실수를 많이 했거든요.

점프 실수를 줄이고,무결점 연기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4분 30초에 하던 걸 4분으로 압축하려면, 프로그램의 수준이 높아져야 합니다.

특히 점프나 스핀 사이의 연결 동작,트랜지션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될 전망입니다.

[앵커]

김연아 선수가 사상 첫 200점을 돌파했던 장면도 떠오르는데 예전 미셸 콴이나 비트는 몇 점 정도 받았었나요?

[기자]

피겨는 2004년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지는데요,예전이 상대평가였다면 지금은 절대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판정 논란이 일어나 페어에서 러시아와 캐나다가 공동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점프나 스핀 등 기술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기는 이른바 신 채점제를 도입했는데요, 그 전에는 6점 만점제였습니다.

크게 기술점수와 예술 점수로 나뉘어졌는데요,6.0만점에 1위 하는 선수는 대부분 5.9점을 받았습니다.

구 채점제는 기술 난이도가 낮더라도 무결점 연기를 한 선수가 높게 평가 받았는데요, 신 채점제가 도입되면서 무결점 연기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습니다.

[앵커]

판정 논란 때문에 신 채점제가 도입되었다는 것인데 실제 공정해졌습니까?

[기자]

김연아 선수는 피겨 강대국들의 차별 속에서도 세계 정상으로 우뚝섰는데요, 구 채점제였다면, 세계 정상에 오르는 시간이 늦춰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겨는 과거나 지금이나 미국이나 러시아,유럽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6점 만점제는 객관적인 기준 대신 주관적인 점수가 크기 때문에,피겨 변방인 한국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기는 더욱 힘들었을 것입니다.

실제 신 채점제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도 주목할 부분인데요, 우리 선수들도 이번에 개정되는 룰에 맞춰 완벽한 연기를 펼치는 게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앵커]

한성윤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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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그램] 피겨, 점프 기계만 만들었다
    • 입력 2018-04-16 08:48:51
    • 수정2018-04-16 0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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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를 알아보는 스포츠그램 시간입니다.

동계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 스케이팅은 올림픽이 끝난 뒤 4년마다 큰 변화를 보여왔습니다.

평창 올림픽 이후 피겨계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 속에 채점 방식의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한성윤 기자, 요즘 피겨는 기술은 좋은데 예술성은 예전만 못한 것 같아요?

[기자]

평창 올림픽은 역대 최고의 점프 경연장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점프 이외의 부분은 퇴보한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현행 피겨 채점 방식이 점프 잘하는 선수만 만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상위 5명 선수는 평균 6개의 4회전 점프를 시도했습니다.

그동안 올림픽에선 4회전 토룹과 4회전 살코만 뛰었는데,이번에는 4회전 루프와 플립,러츠까지 5종류의 4회전 점프가 나왔습니다.

4회전을 한 번 이상 뛴 선수는 22명으로 역대 최고의 고난도 점프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4회전 점프의 양과 질 모두 수준이 높았는데요,반면 상위권 선수 중 단 한 명도 무결점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한번 이상 넘어졌거나,착지 동작이 불안정 했다는 얘기인데요,무결점 연기가 많았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앵커]

여자 선수들도 점수를 많이 따기 위해서,변칙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죠?

[기자]

금메달을 딴 자기토바나 은메달의 주인공인 메드베데바 모두 분명 무결점 연기를 했는데,예전 미셸 콴이나 김연아 선수같은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주기엔 부족했습니다.

자기토바 같은 경우는 3회전 연속 점프의 두 번째 점프를 토룹이 아니라 룹으로 뛰는 고난도 점프 구성을 선보였는데요,모든 점프를 경기 후반에 뛰었습니다.

경기 후반에 뛰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수준 높은 프로그램은 점프와 스핀,안무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러시아 선수들은 안무 따로,스핀따로,점프따로 하니까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현재 프로그램은 오로지 점수를 많이 따는 것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새로운 채점 방식이 도입된다죠?

[기자]

국제빙상연맹은 고난도 점프에 고득점을 주는 채점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가산점 제도를 대폭 개선해서,기초점을 높은 점프보다 완성도 높은 점프를 뛰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점프 기초점을 낮추는 대신 가산점이 플러스 마이너스 3점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5점으로 높아집니다.

이 말은 난이도가 낮더라도 완벽한 점프를 뛰면 많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기초점이 높더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5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무턱대고 고난도 점프에 도전하다간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예전 김연아 선수처럼 같은 점프를 뛰더라고 완벽하게 뛰는 선수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변동폭이 높아진 가산점 제도는 점프 뿐 아니라 스핀과 스텝 등 모든 요소에 적용됩니다.

[앵커]

남자의 경우 프리스케이팅 시간이 30초 줄어든다고요?

[기자]

경기 시간이 줄어들면서,점프 개수도 줄어드는데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더욱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해야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남자 프리스케이팅은 4분 30초에 점프 8개를 뛰어왔는데 이제는 경기 시간 4분에 점프 7개로 줄어듭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대부분의 남자 선수들이 경기 후반 점프에서 실수를 많이 했거든요.

점프 실수를 줄이고,무결점 연기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4분 30초에 하던 걸 4분으로 압축하려면, 프로그램의 수준이 높아져야 합니다.

특히 점프나 스핀 사이의 연결 동작,트랜지션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될 전망입니다.

[앵커]

김연아 선수가 사상 첫 200점을 돌파했던 장면도 떠오르는데 예전 미셸 콴이나 비트는 몇 점 정도 받았었나요?

[기자]

피겨는 2004년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지는데요,예전이 상대평가였다면 지금은 절대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판정 논란이 일어나 페어에서 러시아와 캐나다가 공동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점프나 스핀 등 기술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기는 이른바 신 채점제를 도입했는데요, 그 전에는 6점 만점제였습니다.

크게 기술점수와 예술 점수로 나뉘어졌는데요,6.0만점에 1위 하는 선수는 대부분 5.9점을 받았습니다.

구 채점제는 기술 난이도가 낮더라도 무결점 연기를 한 선수가 높게 평가 받았는데요, 신 채점제가 도입되면서 무결점 연기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습니다.

[앵커]

판정 논란 때문에 신 채점제가 도입되었다는 것인데 실제 공정해졌습니까?

[기자]

김연아 선수는 피겨 강대국들의 차별 속에서도 세계 정상으로 우뚝섰는데요, 구 채점제였다면, 세계 정상에 오르는 시간이 늦춰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겨는 과거나 지금이나 미국이나 러시아,유럽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6점 만점제는 객관적인 기준 대신 주관적인 점수가 크기 때문에,피겨 변방인 한국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기는 더욱 힘들었을 것입니다.

실제 신 채점제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도 주목할 부분인데요, 우리 선수들도 이번에 개정되는 룰에 맞춰 완벽한 연기를 펼치는 게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앵커]

한성윤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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