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중국인 이주 여성 노린 대규모 ‘다단계 사기’

입력 2018.04.17 (08:32) 수정 2018.04.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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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국에 와 있는 중국인 이주 여성들 사이에서 지난해 솔깃한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투자 정보였는데, 이자율은 연 246%나 됐습니다.

거기다 다른 투자자를 유치하면 가상 화폐로 수당까지 준다고 했습니다.

가상화폐 열풍까지 겹치면서 투자자가 몰려들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투자 상품, 뭔가 수상하죠.

전형적인 다단계 투자 사기로 드러났습니다.

석 달 동안 무려 4천 6백여 명이 피해를 입었는데, 모두 중국인 이주여성입니다.

사기극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여성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칠판 앞에서 중국어로 무언가를 설명합니다.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며 복잡한 금융 상품을 소개했습니다.

한국에 이주한 중국인 여성을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였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 "이건 위험한 거 아니고 불법이 아니고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그쪽으로 사람을 유혹했어요."]

2009년 결혼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김 모씨.

평소 알고 지내던 동생으로부터 좋은 투자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 "안 지 몇 년 되니까 (믿고) 다리가 아파서 일도 못하니까 돈 번다는 마음에. '언니, 집에 앉아서 돈 벌게 해준다. 날 믿어라.'"]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 1년에 264%의 이자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부동산과 엔터테인먼트, 건설, 은행업 등에 투자하는 데 전망이 밝은 것처럼 솔깃한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당을 가상 화폐로 지급해준다는 조건도 내걸었습니다.

[김병수/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200불, 20만 원 남짓한 돈을 투자하면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주 3일에2%의 이자를 준다고 속였기 때문에 현혹이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1년간 이자로 따지면 한 264% 되는 아주 고액 배당이죠."]

김 씨는 그 말을 믿고 적은 돈이지만 49만 원을 우선 투자했습니다.

처음에는 약속했던 대로 이자가 조금씩 들어왔습니다.

투자한 회사는 캐나다계 유명 금융회사의 중국 파트너사라고 했습니다.

번듯한 인터넷 사이트가 있었는데, 투자 현황과 배당금 등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병수/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투자 배당금이 어느 정도고 유치 수당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시간으로 올려서 해서 알 수 있도록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에 많은 투자들이 쉽게 현혹되었습니다."]

이주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국 SNS를 통해 관련 내용은 퍼져나갔습니다.

SNS 대화방에 설명 자료를 올려놓고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중국 이주 여성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순식간에 불어났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 "내가 49만 원을 넣어서 한 달에 나오는 수당이 얼마 안 되는데 두 사람 더 가입시키면 돈이 좀 더 나오겠구나 하는 욕심에 119만 원을 더 넣었는데 다른 사람은 더 많이 넣었대요."]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기극의 전말이 드러납니다.

배당금이 끊기고, 인터넷 사이트도 폐쇄됐습니다.

전형적인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 수법이었습니다.

중국 총책의 지시를 받은 A모 씨가 유명 금융 회사의 한국 대표 행세를 하며 투자자를 모집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 역시 피해자들과 같은 중국 이주 여성이었습니다.

가상화폐 열풍이 불자, 투자자를 끌어모을 때 가상화폐를 미끼로 내세우는 등 치밀하게 투자 사기를 기획했습니다.

[김병수/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투자를 하면 달러화로 표기되는 가상화폐를 주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처음에는) 실제로 가상화폐에 상응하는 달러를 받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가상 화폐로 돈을 받는다고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석 달 동안 발생한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4천6백12명.

모두 중국 이주 여성입니다.

몇십만 원씩 소액 투자가 많았는데, 전체 피해 규모는 32억 원 정도입니다.

석 달 동안 4천 명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조선족, 중국인 결혼 이주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불법 다단계에 투자한 게 한국 국적 취득에 문제 되거나 가정불화의 원인이 될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꺼렸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어디 가서 신고하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얘기하는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우리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서 외국 사람이잖아요. 구치소도 들어간다, 잡힌다, 그런 엄한 목소리가 들려서 너무 무서웠어요."]

[김 모 씨/피해자 : "남편이 국적 취득하라고 나한테 준 돈을 거기에 넣었으니 지금 남편한테 어떤 대접을 받을지 알만 하죠."]

같이 의지하며 타지 생활을 하는 중국 이주 여성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면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면서 지인들에게 난처한 상황이 됐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한 달, 두 달 전화 오면 소리도 못 내고 못 받았어요. 사기인 줄 몰랐어요. 진짜 너무 미안했어요."]

경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다단계 사기단 국내 총책 42살 A 모 씨를 구속하고, 중간관리자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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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중국인 이주 여성 노린 대규모 ‘다단계 사기’
    • 입력 2018-04-17 08:32:39
    • 수정2018-04-17 08: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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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국에 와 있는 중국인 이주 여성들 사이에서 지난해 솔깃한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투자 정보였는데, 이자율은 연 246%나 됐습니다.

거기다 다른 투자자를 유치하면 가상 화폐로 수당까지 준다고 했습니다.

가상화폐 열풍까지 겹치면서 투자자가 몰려들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투자 상품, 뭔가 수상하죠.

전형적인 다단계 투자 사기로 드러났습니다.

석 달 동안 무려 4천 6백여 명이 피해를 입었는데, 모두 중국인 이주여성입니다.

사기극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여성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칠판 앞에서 중국어로 무언가를 설명합니다.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며 복잡한 금융 상품을 소개했습니다.

한국에 이주한 중국인 여성을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였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 "이건 위험한 거 아니고 불법이 아니고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그쪽으로 사람을 유혹했어요."]

2009년 결혼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김 모씨.

평소 알고 지내던 동생으로부터 좋은 투자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 "안 지 몇 년 되니까 (믿고) 다리가 아파서 일도 못하니까 돈 번다는 마음에. '언니, 집에 앉아서 돈 벌게 해준다. 날 믿어라.'"]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 1년에 264%의 이자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부동산과 엔터테인먼트, 건설, 은행업 등에 투자하는 데 전망이 밝은 것처럼 솔깃한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당을 가상 화폐로 지급해준다는 조건도 내걸었습니다.

[김병수/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200불, 20만 원 남짓한 돈을 투자하면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주 3일에2%의 이자를 준다고 속였기 때문에 현혹이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1년간 이자로 따지면 한 264% 되는 아주 고액 배당이죠."]

김 씨는 그 말을 믿고 적은 돈이지만 49만 원을 우선 투자했습니다.

처음에는 약속했던 대로 이자가 조금씩 들어왔습니다.

투자한 회사는 캐나다계 유명 금융회사의 중국 파트너사라고 했습니다.

번듯한 인터넷 사이트가 있었는데, 투자 현황과 배당금 등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병수/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투자 배당금이 어느 정도고 유치 수당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시간으로 올려서 해서 알 수 있도록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에 많은 투자들이 쉽게 현혹되었습니다."]

이주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국 SNS를 통해 관련 내용은 퍼져나갔습니다.

SNS 대화방에 설명 자료를 올려놓고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중국 이주 여성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순식간에 불어났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 "내가 49만 원을 넣어서 한 달에 나오는 수당이 얼마 안 되는데 두 사람 더 가입시키면 돈이 좀 더 나오겠구나 하는 욕심에 119만 원을 더 넣었는데 다른 사람은 더 많이 넣었대요."]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기극의 전말이 드러납니다.

배당금이 끊기고, 인터넷 사이트도 폐쇄됐습니다.

전형적인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 수법이었습니다.

중국 총책의 지시를 받은 A모 씨가 유명 금융 회사의 한국 대표 행세를 하며 투자자를 모집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 역시 피해자들과 같은 중국 이주 여성이었습니다.

가상화폐 열풍이 불자, 투자자를 끌어모을 때 가상화폐를 미끼로 내세우는 등 치밀하게 투자 사기를 기획했습니다.

[김병수/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투자를 하면 달러화로 표기되는 가상화폐를 주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처음에는) 실제로 가상화폐에 상응하는 달러를 받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가상 화폐로 돈을 받는다고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석 달 동안 발생한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4천6백12명.

모두 중국 이주 여성입니다.

몇십만 원씩 소액 투자가 많았는데, 전체 피해 규모는 32억 원 정도입니다.

석 달 동안 4천 명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조선족, 중국인 결혼 이주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불법 다단계에 투자한 게 한국 국적 취득에 문제 되거나 가정불화의 원인이 될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꺼렸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어디 가서 신고하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얘기하는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우리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서 외국 사람이잖아요. 구치소도 들어간다, 잡힌다, 그런 엄한 목소리가 들려서 너무 무서웠어요."]

[김 모 씨/피해자 : "남편이 국적 취득하라고 나한테 준 돈을 거기에 넣었으니 지금 남편한테 어떤 대접을 받을지 알만 하죠."]

같이 의지하며 타지 생활을 하는 중국 이주 여성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면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면서 지인들에게 난처한 상황이 됐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한 달, 두 달 전화 오면 소리도 못 내고 못 받았어요. 사기인 줄 몰랐어요. 진짜 너무 미안했어요."]

경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다단계 사기단 국내 총책 42살 A 모 씨를 구속하고, 중간관리자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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