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타자 변신 이대진 지상 청문회

입력 2002.07.29 (11:35) 수정 2002.07.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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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국 프로야구의 ‘핫이슈’는 기아 이대진(28)이다. 골든글러브(97년)와 두 차례 탈삼진왕(95·98년)을 따낸 에이스 투수가 타자로 전향한 지 두 달여 만에 멋진 타격솜씨를 뽐냈다. 27일 1만8,477명,28일 2만3,189명의 관중이 몰린 잠실구장 LG-기아전은 이대진 때문에 들끓었다. 27일 1사 만루에서 역전 결승 싹쓸이 3루타,28일 4번타자로 선발출전해 동점 2루타. 지상 ‘야구 청문회’를 열어 ‘타자 이대진’을 발가벗겨 보자.





■[증언 1] 김성한 감독-타고난 재질



8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 출신인 김성한 기아 감독은 “대진이는 타자로서도 뛰어난 재질을 갖고 있다. 일단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라고 설명한다. 특히 스윙스피드가 빠르고 공을 맞히는 임팩트 순간에 손목 힘이 뛰어난 게 이대진의 강점이다. 이대진이 장고 끝에 김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여 본격적으로 타격훈련을 시작한 게 지난 5월 중순이었다. 이대진은 2군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천재’의 기질을 유감없이 떨쳤다.



지난 5월26일 잠실 두산전에서 타자로서 1군에 등록되자마자 ‘깜짝 데뷔전’을 가졌다. ‘물에 빠뜨리지 않고서 수영을 배울 수 없다’는 게 김감독의 지론. “실전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훈련”이라고 이대진의 기용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대진은 “좀더 배우고 싶다”며 6월1일 자원해서 2군으로 내려갔다.





■[증언 2] 박철우 김만후 코치-못 말리는 연습벌레



처음 타자로 변신했을 때 이대진은 무섭게 훈련에 몰두했다. 피칭머신과 불펜투수가 던져주는 공을 때리고 또 때리고,수비코치의 펑고를 받으며 뒹굴고 또 뒹굴고…. 손바닥이 까지고 몸무게가 쭉쭉 줄었다. 박철우 기아 2군 타격코치는 “타자를 해보지 않았던 선수가 너무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 다칠 우려가 있어 말리는데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쫓아다니며 말릴 지경”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진짜 부상이 덮쳐 왔다. 이대진은 2군으로 내려간 뒤 왼손목 건초염으로 6월에는 거의 방망이를 쥐지 못했다. 오른어깨 부상으로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던 이대진에게 다시 ‘부상의 악령’이 붙는가 싶었으나 다행히도 갑작스러운 무리에 따른 일과성 부상.



이대진은 이달 중순부터 2군 경기에서 홈런포를 재가동하면서 1군 도약의 찬스를 잡았다. 김만후 2군 수비코치는 “불볕더위에 구슬땀을 흘리고 거친 숨을 연방 내쉬면서도 훈련을 더 하고 싶어 안달이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증언 3] 김성근 감독-내가 본 최고의 선수



김성근 LG 감독은 김성한 감독에게 이대진의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이미 투수로서는 선수 생명이 끝난 선수였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었을 때 김성근 감독은 이대진의 부활 가능성을 예견했다. 김감독은 해태 2군 감독 시절 이대진의 사부. 93년 입단 이후 김감독은 딱딱했던 이대진의 몸과 피칭폼을 유연하게 바꾸기 위해 집중조련했다. 김감독은 “성실성 하나만큼은 30년 가까운 지도자 인생에서 본 최고의 선수다. 어떤 난관이나 장애가 있더라도 꿋꿋하게 돌파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대진이 탐났던 김감독은 결국 27일 ‘애제자’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슈퍼타자로 가는 길



‘타자 이대진’은 아직 익지 않았다. 타율은 아직 1할대(.143),몸쪽 빠른 공이나 낙차 큰 변화구에는 방망이와 공의 차이가 한 뼘 이상씩 난다. 3루 수비나 외야 수비도 아직 자신이 없다. 그러나 이대진은 “타자로서도 실패하면 두 번 죽는 게 되잖아요”라고 입술을 깨문다. 아직도 투수로서 복귀할 날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타자 전향에 대한 공포심이 점차 사라지면서 ‘새로운 산’을 등정해 보고 싶은 욕망에 몸이 달기 시작했다.



에이스 출신의 홈런왕이나 타격왕. 이대진이 한국 프로야구에 신기원을 이룩할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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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타자 변신 이대진 지상 청문회
    • 입력 2002-07-29 11:35:00
    • 수정2002-07-29 11:35:00
    연합뉴스
올여름 한국 프로야구의 ‘핫이슈’는 기아 이대진(28)이다. 골든글러브(97년)와 두 차례 탈삼진왕(95·98년)을 따낸 에이스 투수가 타자로 전향한 지 두 달여 만에 멋진 타격솜씨를 뽐냈다. 27일 1만8,477명,28일 2만3,189명의 관중이 몰린 잠실구장 LG-기아전은 이대진 때문에 들끓었다. 27일 1사 만루에서 역전 결승 싹쓸이 3루타,28일 4번타자로 선발출전해 동점 2루타. 지상 ‘야구 청문회’를 열어 ‘타자 이대진’을 발가벗겨 보자.


■[증언 1] 김성한 감독-타고난 재질

8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 출신인 김성한 기아 감독은 “대진이는 타자로서도 뛰어난 재질을 갖고 있다. 일단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라고 설명한다. 특히 스윙스피드가 빠르고 공을 맞히는 임팩트 순간에 손목 힘이 뛰어난 게 이대진의 강점이다. 이대진이 장고 끝에 김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여 본격적으로 타격훈련을 시작한 게 지난 5월 중순이었다. 이대진은 2군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천재’의 기질을 유감없이 떨쳤다.

지난 5월26일 잠실 두산전에서 타자로서 1군에 등록되자마자 ‘깜짝 데뷔전’을 가졌다. ‘물에 빠뜨리지 않고서 수영을 배울 수 없다’는 게 김감독의 지론. “실전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훈련”이라고 이대진의 기용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대진은 “좀더 배우고 싶다”며 6월1일 자원해서 2군으로 내려갔다.


■[증언 2] 박철우 김만후 코치-못 말리는 연습벌레

처음 타자로 변신했을 때 이대진은 무섭게 훈련에 몰두했다. 피칭머신과 불펜투수가 던져주는 공을 때리고 또 때리고,수비코치의 펑고를 받으며 뒹굴고 또 뒹굴고…. 손바닥이 까지고 몸무게가 쭉쭉 줄었다. 박철우 기아 2군 타격코치는 “타자를 해보지 않았던 선수가 너무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 다칠 우려가 있어 말리는데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쫓아다니며 말릴 지경”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진짜 부상이 덮쳐 왔다. 이대진은 2군으로 내려간 뒤 왼손목 건초염으로 6월에는 거의 방망이를 쥐지 못했다. 오른어깨 부상으로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던 이대진에게 다시 ‘부상의 악령’이 붙는가 싶었으나 다행히도 갑작스러운 무리에 따른 일과성 부상.

이대진은 이달 중순부터 2군 경기에서 홈런포를 재가동하면서 1군 도약의 찬스를 잡았다. 김만후 2군 수비코치는 “불볕더위에 구슬땀을 흘리고 거친 숨을 연방 내쉬면서도 훈련을 더 하고 싶어 안달이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증언 3] 김성근 감독-내가 본 최고의 선수

김성근 LG 감독은 김성한 감독에게 이대진의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이미 투수로서는 선수 생명이 끝난 선수였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었을 때 김성근 감독은 이대진의 부활 가능성을 예견했다. 김감독은 해태 2군 감독 시절 이대진의 사부. 93년 입단 이후 김감독은 딱딱했던 이대진의 몸과 피칭폼을 유연하게 바꾸기 위해 집중조련했다. 김감독은 “성실성 하나만큼은 30년 가까운 지도자 인생에서 본 최고의 선수다. 어떤 난관이나 장애가 있더라도 꿋꿋하게 돌파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대진이 탐났던 김감독은 결국 27일 ‘애제자’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슈퍼타자로 가는 길

‘타자 이대진’은 아직 익지 않았다. 타율은 아직 1할대(.143),몸쪽 빠른 공이나 낙차 큰 변화구에는 방망이와 공의 차이가 한 뼘 이상씩 난다. 3루 수비나 외야 수비도 아직 자신이 없다. 그러나 이대진은 “타자로서도 실패하면 두 번 죽는 게 되잖아요”라고 입술을 깨문다. 아직도 투수로서 복귀할 날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타자 전향에 대한 공포심이 점차 사라지면서 ‘새로운 산’을 등정해 보고 싶은 욕망에 몸이 달기 시작했다.

에이스 출신의 홈런왕이나 타격왕. 이대진이 한국 프로야구에 신기원을 이룩할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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