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언론의 ‘충돌과 사과’

입력 2008.02.03 (08:4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최근 인터넷에는 조선일보의 한 기자와 담당 부장이 사과문을 낭독하는 동영상이 유포돼 화제가 되었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김경래기자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1> 김기자, 저도 며칠 전에 동영상을 봤는데, 조선일보가 종교단체에 대해서 사과하는 그런 내용이죠.

<답변 1>

기독교 복음 선교회 흔히 JMS라고 하죠, 종교단체에 조선일보 기자가 사과를 하는 내용입니다.

<질문 2> 저도 그 동영상을 보니까, 조작이 아닐까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자극적이었는데요.

<답변 2>

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이런 식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이죠. 그리고 그 사과 내용도 수위가 높았습니다. 보시죠.

<녹취> 조선일보 부장: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정확한 확인 절차 없이 보도함으로 JMS 정명석 총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으며 30만 JMS 성도들의 가슴에 심한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녹취> 조선일보 기자: “향후 사실과 진실에 입각하지 않는 보도는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다시 한번 정명석 총재와 JMS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질문 3> 김기자, 도대체 어떤 기사였고, 어떤 잘못을 했길래 저렇게까지 사과를 했나요?

<답변 3>

경위인지를 물어보기 위해서 조선일보 측에 수 차례 접촉을 했습니다.

하지만 화면에 나왔던 담당 기자와 담당 데스크, 그리고 편집국 간부까지 모두 이번 일에 대해서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JMS의 평신도비상대책협의회, 평대협 측의 설명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11일 조선일보 인터넷 사이트에 올랐던 기사입니다.

해외 도피생활을 하던 정명석 씨가 조만간 국내로 송환된다는 내용과 정 씨의 성폭행 혐의가 포함돼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JMS 측은 도피가 아니다, 성폭행의 증거가 없다며 기사가 오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박성욱(JMS 평신도비상대책협의회 대변인): “저희가 증거자료를 제출하면서 오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서 우리 30만 성도가 정명석 총재의 명예가 훼손됐다, 결국 조선일보에서 사과문을 읽은 거죠.”

또 JMS 측은 조선일보가 사과 동영상을 다른 언론사에 배포하는데도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하고 JMS 측이 요구한 반론 기사를 올렸습니다.

<질문 4> 김기자, 그럼 결국 조선일보가 기사를 잘못 썼고 항의를 하니까 사과문을 읽었다 이렇게 봐야 되나요?

<답변 4>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기사가 동아일보와 연합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그리고 JMS 측은 이 두 언론사에도 똑같이 항의방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별로 대응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동아일보에서는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난입 동영상: “기사 삭제!”

동아일보 편집국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지난 14일 JMS 평대협은 동아일보를 항의 방문해 조선일보와 비슷했던 내용의 기사를 삭제할 것과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기사에 문제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신도들이 동아일보 편집국에 몰려들어와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이 사태를 정리했고 동아일보는 JMS 측을 고소했습니다.

JMS 측은 우발적인 사고였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JMS 측은 이후 동아일보에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정식으로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에서의 상황은 또 달랐습니다.

<녹취> 연합뉴스 동영상: “나 목숨 걸었어. 이 일에.. 뭘 알아? 뭘 아냐구?”

신도들이 연합뉴스 기자 앞에서 항의하는 고함소리입니다.

신도들은 연합뉴스에도 기사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녹취> “우리가 지금 억지 쓰는 거 아니잖아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말씀을 드리는 건데 이것조차 외면한다면 나중에 이 이후에 일어날 불상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합뉴스는 결국 정명석 씨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기사와 정 씨 조만간 국내 송환 등 두 건의 기사를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에서 삭제했습니다.

또 “성폭행 사실 아니다”라는 반론 기사를 올리고 카메라 앞에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 기자: “11일 대법원 판결문 기사를 내보내면서 JMS 측에 본의 아닌 심적 피해를 준 점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연합뉴스 측은 상식적인 대화가 힘든 상황에서 JMS 측을 진정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부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5> 김기자, 요구를 받아서 사과를 한 언론사는 괜찮았고, 그렇지 않은 언론사는 폭력사태까지 벌어지게 된 거군요.

<답변 5>

그렇습니다. 언론이 오보를 했다면 당연히 정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신도들이 몰려와서 항의를 한다고 절차를 밟지 않고 사과부터 하고, 게다가 대법원 판결기사와 같은 사실기사마저 삭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종교단체의 압력에 굴복해서 당장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려 한 셈인데요,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 무엇인지, 그리고 종교단체를 취재할 때 언론은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할 것인지, 다시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JMS 일부 신도의 동아일보 난입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합리적 과정을 무시하고 폭력을 통해 자기주장을 강요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한국기자협회는 부당한 폭력에 굴하지 않은 동아일보 기자들을 지지한다.”

JMS 측은 언론을 물리적으로 압박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JMS 측: “너무나 억울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당연히 항의를 했고 잘못된 기사에 대해 말씀을 드린 거지 저희가 언론을 압박할 수 있는 힘도 없고 그런 입장으로 비춰지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적 기사 때문에 언론사가 신도들의 항의 시위나 위협에 시달리는 사례는 흔히 일어납니다.

종교단체를 취재하다가 기자가 폭행을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신호철(시사IN 기자): “종교 단체는 문제가 내 기사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물리적으로 기자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제 아무리 힘센 권력에 대해 기사를 쓴다고 해도 법적, 금전적 제재를 받게 되는데 종교는 물리적 위협을 한다는 거죠.”

이런 위협이 있더라도 언론이 종교 단체에 대한 비판을 기피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취재와 제작 과정에서 확고한 원칙 마련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송일준(피디수첩 책임 프로듀서): “반론권은 사전에 충분히 보장해주고 그 사람들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다라고 하는 건 제1 원칙이고요, 다만 우리가 정상적인 방송인의 양식에 입각해서 취재보도한 내용이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취재윤리 상 문제가 없는데 물리적 압력에 의해서 사과하라는 요구에는 일체 응하지 않는다.”

이번에 JMS와 관련된 기사를 쓰고 반론보도를 하고, 사과를 했던 언론사들은 과연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종교와 언론의 ‘충돌과 사과’
    • 입력 2008-02-03 08:13:46
    미디어 포커스
<앵커 멘트> 최근 인터넷에는 조선일보의 한 기자와 담당 부장이 사과문을 낭독하는 동영상이 유포돼 화제가 되었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김경래기자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1> 김기자, 저도 며칠 전에 동영상을 봤는데, 조선일보가 종교단체에 대해서 사과하는 그런 내용이죠. <답변 1> 기독교 복음 선교회 흔히 JMS라고 하죠, 종교단체에 조선일보 기자가 사과를 하는 내용입니다. <질문 2> 저도 그 동영상을 보니까, 조작이 아닐까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자극적이었는데요. <답변 2> 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이런 식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이죠. 그리고 그 사과 내용도 수위가 높았습니다. 보시죠. <녹취> 조선일보 부장: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정확한 확인 절차 없이 보도함으로 JMS 정명석 총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으며 30만 JMS 성도들의 가슴에 심한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녹취> 조선일보 기자: “향후 사실과 진실에 입각하지 않는 보도는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다시 한번 정명석 총재와 JMS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질문 3> 김기자, 도대체 어떤 기사였고, 어떤 잘못을 했길래 저렇게까지 사과를 했나요? <답변 3> 경위인지를 물어보기 위해서 조선일보 측에 수 차례 접촉을 했습니다. 하지만 화면에 나왔던 담당 기자와 담당 데스크, 그리고 편집국 간부까지 모두 이번 일에 대해서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JMS의 평신도비상대책협의회, 평대협 측의 설명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11일 조선일보 인터넷 사이트에 올랐던 기사입니다. 해외 도피생활을 하던 정명석 씨가 조만간 국내로 송환된다는 내용과 정 씨의 성폭행 혐의가 포함돼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JMS 측은 도피가 아니다, 성폭행의 증거가 없다며 기사가 오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박성욱(JMS 평신도비상대책협의회 대변인): “저희가 증거자료를 제출하면서 오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서 우리 30만 성도가 정명석 총재의 명예가 훼손됐다, 결국 조선일보에서 사과문을 읽은 거죠.” 또 JMS 측은 조선일보가 사과 동영상을 다른 언론사에 배포하는데도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하고 JMS 측이 요구한 반론 기사를 올렸습니다. <질문 4> 김기자, 그럼 결국 조선일보가 기사를 잘못 썼고 항의를 하니까 사과문을 읽었다 이렇게 봐야 되나요? <답변 4>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기사가 동아일보와 연합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그리고 JMS 측은 이 두 언론사에도 똑같이 항의방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별로 대응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동아일보에서는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난입 동영상: “기사 삭제!” 동아일보 편집국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지난 14일 JMS 평대협은 동아일보를 항의 방문해 조선일보와 비슷했던 내용의 기사를 삭제할 것과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기사에 문제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신도들이 동아일보 편집국에 몰려들어와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이 사태를 정리했고 동아일보는 JMS 측을 고소했습니다. JMS 측은 우발적인 사고였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JMS 측은 이후 동아일보에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정식으로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에서의 상황은 또 달랐습니다. <녹취> 연합뉴스 동영상: “나 목숨 걸었어. 이 일에.. 뭘 알아? 뭘 아냐구?” 신도들이 연합뉴스 기자 앞에서 항의하는 고함소리입니다. 신도들은 연합뉴스에도 기사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녹취> “우리가 지금 억지 쓰는 거 아니잖아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말씀을 드리는 건데 이것조차 외면한다면 나중에 이 이후에 일어날 불상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합뉴스는 결국 정명석 씨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기사와 정 씨 조만간 국내 송환 등 두 건의 기사를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에서 삭제했습니다. 또 “성폭행 사실 아니다”라는 반론 기사를 올리고 카메라 앞에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 기자: “11일 대법원 판결문 기사를 내보내면서 JMS 측에 본의 아닌 심적 피해를 준 점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연합뉴스 측은 상식적인 대화가 힘든 상황에서 JMS 측을 진정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부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5> 김기자, 요구를 받아서 사과를 한 언론사는 괜찮았고, 그렇지 않은 언론사는 폭력사태까지 벌어지게 된 거군요. <답변 5> 그렇습니다. 언론이 오보를 했다면 당연히 정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신도들이 몰려와서 항의를 한다고 절차를 밟지 않고 사과부터 하고, 게다가 대법원 판결기사와 같은 사실기사마저 삭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종교단체의 압력에 굴복해서 당장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려 한 셈인데요,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 무엇인지, 그리고 종교단체를 취재할 때 언론은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할 것인지, 다시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JMS 일부 신도의 동아일보 난입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합리적 과정을 무시하고 폭력을 통해 자기주장을 강요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한국기자협회는 부당한 폭력에 굴하지 않은 동아일보 기자들을 지지한다.” JMS 측은 언론을 물리적으로 압박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JMS 측: “너무나 억울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당연히 항의를 했고 잘못된 기사에 대해 말씀을 드린 거지 저희가 언론을 압박할 수 있는 힘도 없고 그런 입장으로 비춰지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적 기사 때문에 언론사가 신도들의 항의 시위나 위협에 시달리는 사례는 흔히 일어납니다. 종교단체를 취재하다가 기자가 폭행을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신호철(시사IN 기자): “종교 단체는 문제가 내 기사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물리적으로 기자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제 아무리 힘센 권력에 대해 기사를 쓴다고 해도 법적, 금전적 제재를 받게 되는데 종교는 물리적 위협을 한다는 거죠.” 이런 위협이 있더라도 언론이 종교 단체에 대한 비판을 기피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취재와 제작 과정에서 확고한 원칙 마련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송일준(피디수첩 책임 프로듀서): “반론권은 사전에 충분히 보장해주고 그 사람들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다라고 하는 건 제1 원칙이고요, 다만 우리가 정상적인 방송인의 양식에 입각해서 취재보도한 내용이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취재윤리 상 문제가 없는데 물리적 압력에 의해서 사과하라는 요구에는 일체 응하지 않는다.” 이번에 JMS와 관련된 기사를 쓰고 반론보도를 하고, 사과를 했던 언론사들은 과연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