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젊은이들, 한자 쓸 줄 모른다

입력 2010.08.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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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익숙한 중국과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 한자를 알기는 하지만 직접 손으로 쓰지는 못하는 '한자 기억상실증'이 확산되고 있다.

홍콩의 대학생 리 한웨이(21)는 "아는 한자도 막상 쓰려고 하면 획을 어떻게 그어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고백했다.

리는 휴대전화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생각이 나지 않을 때 휴대전화를 꺼내서 글자를 찾아 그대로 베껴 쓴다"라고 말했다.

광둥성(廣東省) 출신의 젱 밍(22)은 "이는 젊은이들의 문제, 특히 컴퓨터 사용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문화를 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2천72명의 83%가 한자를 쓰는데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중국의 뉴스포털 '다양 넷'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일부 글자들을 쓰는 방법을 잊었다고 말했으며 43%는 서명할 때나 공식 문서에만 직접 글자를 쓴다고 밝혔다.

중국 젊은이 대부분은 중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인 '핀인(병음)'을 이용한 전자 입력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단어를 입력시키면 그에 맞는 한자들이 여러 개 나열되고 사용자들은 그중에 적당한 것을 고르게 된다. 직접 손으로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컴퓨터나 모바일에 보다 간단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입력하게 되어 일본어 한자 간지도 점차 잊혀질 위기에 처했다.

도교의 대학생 가토 마야(22)는 "손으로 한자를 쓰는 일이 거의 없어 글자를 많이 잊었다"라며 "글자를 알기는 하는데 쓰려고 하면 획이 더 있는지, 점은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홍콩대학의 시옥 와이 팅 교수는 "쓰는 법을 잊어버리면 결국 독해능력에도 문제가 생긴다"라며 "글자를 쓰는 것을 통해 글자를 기억하게 된다. 한자의 경우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돼있다"라고 강조했다.

시옥 교수는 심지어 한자를 읽을 때는 알파벳을 읽을 때와 다른 뇌의 부위가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어 대학의 중어중문학과 빅터 마이어 교수는 '한자 기억상실증'은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의 일부라고 말하고 "글자가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입력하기 어려운 이유는 글자를 쓰는 시스템 자체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이폰이나 기타 스마트폰에는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에 직접 글자를 쓰는 방법으로 글자를 입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글자 쓰는 것을 잊어버렸다 해서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과 전화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단어들과 글자 쓰는 방법들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중국인들은 분기별로 1천750억개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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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日 젊은이들, 한자 쓸 줄 모른다
    • 입력 2010-08-26 16:41:53
    연합뉴스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익숙한 중국과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 한자를 알기는 하지만 직접 손으로 쓰지는 못하는 '한자 기억상실증'이 확산되고 있다. 홍콩의 대학생 리 한웨이(21)는 "아는 한자도 막상 쓰려고 하면 획을 어떻게 그어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고백했다. 리는 휴대전화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생각이 나지 않을 때 휴대전화를 꺼내서 글자를 찾아 그대로 베껴 쓴다"라고 말했다. 광둥성(廣東省) 출신의 젱 밍(22)은 "이는 젊은이들의 문제, 특히 컴퓨터 사용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문화를 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2천72명의 83%가 한자를 쓰는데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중국의 뉴스포털 '다양 넷'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일부 글자들을 쓰는 방법을 잊었다고 말했으며 43%는 서명할 때나 공식 문서에만 직접 글자를 쓴다고 밝혔다. 중국 젊은이 대부분은 중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인 '핀인(병음)'을 이용한 전자 입력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단어를 입력시키면 그에 맞는 한자들이 여러 개 나열되고 사용자들은 그중에 적당한 것을 고르게 된다. 직접 손으로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컴퓨터나 모바일에 보다 간단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입력하게 되어 일본어 한자 간지도 점차 잊혀질 위기에 처했다. 도교의 대학생 가토 마야(22)는 "손으로 한자를 쓰는 일이 거의 없어 글자를 많이 잊었다"라며 "글자를 알기는 하는데 쓰려고 하면 획이 더 있는지, 점은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홍콩대학의 시옥 와이 팅 교수는 "쓰는 법을 잊어버리면 결국 독해능력에도 문제가 생긴다"라며 "글자를 쓰는 것을 통해 글자를 기억하게 된다. 한자의 경우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돼있다"라고 강조했다. 시옥 교수는 심지어 한자를 읽을 때는 알파벳을 읽을 때와 다른 뇌의 부위가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어 대학의 중어중문학과 빅터 마이어 교수는 '한자 기억상실증'은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의 일부라고 말하고 "글자가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입력하기 어려운 이유는 글자를 쓰는 시스템 자체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이폰이나 기타 스마트폰에는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에 직접 글자를 쓰는 방법으로 글자를 입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글자 쓰는 것을 잊어버렸다 해서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과 전화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단어들과 글자 쓰는 방법들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중국인들은 분기별로 1천750억개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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