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영화 속 김일성 일가…‘1호 배우들’

입력 2014.03.29 (08:06) 수정 2014.03.2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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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북한의 영화는 예술적 기능보다 정치적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모든 영화는 철저히 당의 지도하에 제작된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영화라고 하는 것은 대중적 전달력이 굉장히 높은 장르이고, 시각 정보력하고 서사적 구조하고 여러가지 예술을 동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영화를 가지고 굉장히 집중적으로 체제 우상화 사업에 동원을 했었고요. 제작은 힘들지만 한번 영화가 만들어지면 영사기하고 촬영, 영사망막이 있으면 국 어디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체제적 홍보를 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이제 60년대부터 활용을 했습니다."

영화광으로 잘 알려져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화예술론’이라는 책을 펴낼 정도로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고 1980년대 북한 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다.

급기야 북한 영화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남한 배우 최은희와 신상옥 감독을 납치하기도 했다.

‘백두산 영화 창작단’을 설립해 김일성 일가에 대한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며 본격적인 우상화 작업에 앞장섰다.

93년 백두산 영화창작단이 해체되기까지 북한을 대표하는 영화들이 이 시기에 많이 제작됐다.

<녹취> 영화 ‘조선의 별’ (1980~1987) : "(왜놈들도 우리 지하당조직에 관심이 큽니다.) 그렇겠지. 우리 빨치산을 공산당군대라고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동지들 이 대열은 내가 인솔하며 모든 지휘는 내가 하겠소. "

김일성 주석을 처음 주인공으로 설정해 1920년대에서 30년대를 배경으로 항일투쟁을 그린 영화 ‘조선의 별’의 한 장면이다.

북한에서 김일성 역을 맡은 배우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 영화에선 ‘강 덕’이란 남자배우가 김일성 역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김일성의 항일투쟁이나 해방직후 정권수립을 준비하는 과정이 주된 주제로 영화에 구현됐다.

<녹취> 구 소련‧북한 합작영화 ‘영원한 전우’ (1985년) : "(이창혁 동무!) 노비첸꼬! (야 이거 알아보는 구만.) 친구를 몰라보면 되나?"

1985년, 옛 소련과 북한이 공동 제작한 영화 ‘영원한 전우’.

북한 당국은 김일성 역을 맡은 배우에게 김일성과 더 닮아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까지 시켰다고 2012년 러시아 방송이 당시 의사의 증언을 토대로 밝히기도 헀다.

북한 1호 역할 공훈배우 출신인 탈북자 주순영씨도 배우들의 성형수술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주순영(前 북한 1호 역할 공훈배우) : "김일성 배우는 우선 초기 혁명 활동 시기 배우는, 젊은 배우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았는데 항일무장투쟁부터 해방 후까지 오는 김일성 배우는 성형수술을 독일에 가서 두 번이나 했어요. 첫 번째 배역은 대역, 목소리 대역을 썼어요. 성우가 다른 사람이 그 배역을 했고..."

영화 속에서 김일성을 생동감 있게 재현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일성의 아내이자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제작되는데 70년대의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녹취> 영화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 (1978년) : "집안의 감옥 같은 골방에 갇혀 세상 형편 구경 못한 우리 여성들"

<녹취> 영화 ‘두만강 기슭에서’ (2003년) : "동무들 혁명의 최고 징표는 손에 잡은 이 총대며 우리의 총대는 첫째도 둘째도 오직 김일성 장군님을 결사 보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김정숙의 여성성을 영화 속에서 담아내면서 그녀의 업적을 과시한다.

<녹취> 영화 ‘두만강 기슭에서’ (2003년) : "(김정숙?) 꼼짝 마라. 그렇다 내가 바로 김정숙이다. (그래 당신들은 우리 대 일본 제국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가소롭다. 우리에겐 하늘이 내신 김일성 장군님께서 계신다. "

김정숙 역할로 발탁된 탈북자 주순영씨는 70년대 말,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과정에서 김정숙의 영화화가 시작됐다고 한다.

<인터뷰> 주순영(前 북한 1호 역할 공훈배우) : "김정숙을 혁명 활동으로 배경하는 혁명 영화를 만들어 내놓자. 그래서 전국적으로 그때 김정숙 비슷한 인물을 골라라. 이래서 전국에서 대학 졸업생들하고 고등중학교 졸업생들, 이렇게 모집이 시작된 거죠. 그래서 저는 그때 열여섯 살이었거든요. 저 한 명을 놓고 다섯 개 대학, 그러니까 정치, 경제, 문화, 군사 이 분야의 모든 교육 선생님들이 다 배치되어가지고 한 명을 놓고 6개월 동안을 집중 5개 대학 교육을 줬지요. 그래서 완전히 김정숙으로 무장하게 만들더라고요."

이밖에도 김일성 아버지인 김형직, 어머니인 강반석, 삼촌 김형권 등 김일성 일가 인물들을 영화에 출연시켰지만 김정일 위원장 역할을 맡은 배우는 현재까진 없다.

대부분 김정일의 반대 때문에 추진이 중단되거나 영화화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 인물들을 연기할 경우 ‘1호 배우’란 호칭을 받으며 사회적 명성과 함께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인터뷰> 주순영 (前 북한 1호 역할 공훈배우) : "김일성 직계 가족 배우는 다 1호 배우거든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가 혹시 실수를 하면 연출가들이 처음에 김일성 배우하고 그 다음에 연출가 동지가 영화대학 동기였어요. 그런데 실수를 하니까 ‘최고사령관 다시!’ 하고 이렇게 한 손으로 반말을 했어요. 그래서 그때 아오지탄광에 가서 몇 달 동안 혁명화를 했어요. 그 다음부터는 그저 ‘어머님, 다시 합시다.’ 두 손으로 막 정중히 이렇게 그때부터는 그렇게 연습을 하게 됐고, "

그리고 1호 역할 배우로 한 번 배역이 정해지면 다른 역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김일성 가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북한 정권수립에 이바지한 항일투사들도 영화에 함께 등장한다.

최현과 김책 등이 해당하는데, 최현은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녹취> 영화 ‘민족과 운명’ (2002) - 최현 : "싸움꾼들이 의리가 있어야지 의리가. "

<녹취> 영화 ‘초행길’ (1980) - 김책 : "장군님께서는 아무리 사정이 곤란해도 우리의 힘으로 현대적 공업도 건설하고 기술자도 길러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소. "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북한이 기본적으로 예술을 동원하는 것은 정치적 이념이나 이론을 설명하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감성이라고 하는 것을 좀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장르로서 이런 예술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모습들, 이런 것을 부각시키는데서 실제적 배우를 대역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죠."

<녹취> 영화 ‘민족과 운명’ (1992년) : "나와 나의 동지들은 정권에 대한 야망을 품고 거사를 단행한 것이 아닙니다. 만일 국민들이 날 대통령으로 선거한다면 난 통일을 국시 일책(국가 정책의 한 가지 방침)으로 하렵니다."

북한 영화 ‘민족과 운명’ 에서 재현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북한의 시각에서 근대사를 해석해 정권 수립의 정당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북한이 최대 걸작으로 자랑하는 연작 영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남한 대통령들이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기한 김윤홍은 이 배역을 맡으면서 무명배우에서 인기 스타로 급부상했고 인민배우 호칭과 함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인터뷰> 고일민(평양연극영화대학 영화 연출 전공) : "일본에서 귀국한 귀국동포죠. 그리고 원래 코믹스러운 연기들을 주로 하던 배우였는데.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에서 박정희 대통령 역을 하면서 떴죠. 떴고. <민족과 운명> 1부부터 3부까지 촬영을 보고나서 그때 김정일이 그 촬영에 동원됐던 메인 배우들에게 고급 승용차들을 다 선물을 했던 사례가 있어요. 연회석상의 파티에도 불렀고. 그때 김윤홍을 김윤홍이라고 부르지 않고 박정희 이렇게 불렀을 정도로 아주 연기 좋았다고."

이 배우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흡사해 보이기 위해 얼굴에 주사를 맡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영화 ‘내 나라’에선 이승만 대통령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녹취> 영화 ‘내 나라’ : "좀 생각해보오. 이제 정부를 세워야 할텐데. 해외에서 돌아온 무식쟁이 건달꾼들이나 백성들이 외면하는 국내 인물 짝들로만 뭘 꾸린다면 정부의 체면이 서겠느냔 말이오."

북한 독재정권 수립의 정당성을 선전하면서 남한의 역사와 정치에 대한 설명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왜곡되고 편향된 해석이다.

김정은 정권은 연일 백두혈통을 강조하며 김일성과 김정일의 업적을 내세우고 있다.

앞으로 체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정치적인 수단으로 영화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김정은 시대에 본격적으로 인민들에게 있어서, 체제 선전을 하기 위해서 영화에 대한 비중이 여전히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요. 북한에 대해서 어떤 정치적 대외적인 필요성, 필요한 부분이 생긴다고 한다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기획하는 영화들을 또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고요."

외부 정보와 영화 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를 통한 체제 선전 효과를 과연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북한 당국이 어떻게 대처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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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영화 속 김일성 일가…‘1호 배우들’
    • 입력 2014-03-29 07:33:43
    • 수정2014-03-29 09: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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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북한의 영화는 예술적 기능보다 정치적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모든 영화는 철저히 당의 지도하에 제작된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영화라고 하는 것은 대중적 전달력이 굉장히 높은 장르이고, 시각 정보력하고 서사적 구조하고 여러가지 예술을 동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영화를 가지고 굉장히 집중적으로 체제 우상화 사업에 동원을 했었고요. 제작은 힘들지만 한번 영화가 만들어지면 영사기하고 촬영, 영사망막이 있으면 국 어디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체제적 홍보를 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이제 60년대부터 활용을 했습니다."

영화광으로 잘 알려져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화예술론’이라는 책을 펴낼 정도로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고 1980년대 북한 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다.

급기야 북한 영화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남한 배우 최은희와 신상옥 감독을 납치하기도 했다.

‘백두산 영화 창작단’을 설립해 김일성 일가에 대한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며 본격적인 우상화 작업에 앞장섰다.

93년 백두산 영화창작단이 해체되기까지 북한을 대표하는 영화들이 이 시기에 많이 제작됐다.

<녹취> 영화 ‘조선의 별’ (1980~1987) : "(왜놈들도 우리 지하당조직에 관심이 큽니다.) 그렇겠지. 우리 빨치산을 공산당군대라고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동지들 이 대열은 내가 인솔하며 모든 지휘는 내가 하겠소. "

김일성 주석을 처음 주인공으로 설정해 1920년대에서 30년대를 배경으로 항일투쟁을 그린 영화 ‘조선의 별’의 한 장면이다.

북한에서 김일성 역을 맡은 배우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 영화에선 ‘강 덕’이란 남자배우가 김일성 역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김일성의 항일투쟁이나 해방직후 정권수립을 준비하는 과정이 주된 주제로 영화에 구현됐다.

<녹취> 구 소련‧북한 합작영화 ‘영원한 전우’ (1985년) : "(이창혁 동무!) 노비첸꼬! (야 이거 알아보는 구만.) 친구를 몰라보면 되나?"

1985년, 옛 소련과 북한이 공동 제작한 영화 ‘영원한 전우’.

북한 당국은 김일성 역을 맡은 배우에게 김일성과 더 닮아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까지 시켰다고 2012년 러시아 방송이 당시 의사의 증언을 토대로 밝히기도 헀다.

북한 1호 역할 공훈배우 출신인 탈북자 주순영씨도 배우들의 성형수술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주순영(前 북한 1호 역할 공훈배우) : "김일성 배우는 우선 초기 혁명 활동 시기 배우는, 젊은 배우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았는데 항일무장투쟁부터 해방 후까지 오는 김일성 배우는 성형수술을 독일에 가서 두 번이나 했어요. 첫 번째 배역은 대역, 목소리 대역을 썼어요. 성우가 다른 사람이 그 배역을 했고..."

영화 속에서 김일성을 생동감 있게 재현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일성의 아내이자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제작되는데 70년대의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녹취> 영화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 (1978년) : "집안의 감옥 같은 골방에 갇혀 세상 형편 구경 못한 우리 여성들"

<녹취> 영화 ‘두만강 기슭에서’ (2003년) : "동무들 혁명의 최고 징표는 손에 잡은 이 총대며 우리의 총대는 첫째도 둘째도 오직 김일성 장군님을 결사 보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김정숙의 여성성을 영화 속에서 담아내면서 그녀의 업적을 과시한다.

<녹취> 영화 ‘두만강 기슭에서’ (2003년) : "(김정숙?) 꼼짝 마라. 그렇다 내가 바로 김정숙이다. (그래 당신들은 우리 대 일본 제국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가소롭다. 우리에겐 하늘이 내신 김일성 장군님께서 계신다. "

김정숙 역할로 발탁된 탈북자 주순영씨는 70년대 말,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과정에서 김정숙의 영화화가 시작됐다고 한다.

<인터뷰> 주순영(前 북한 1호 역할 공훈배우) : "김정숙을 혁명 활동으로 배경하는 혁명 영화를 만들어 내놓자. 그래서 전국적으로 그때 김정숙 비슷한 인물을 골라라. 이래서 전국에서 대학 졸업생들하고 고등중학교 졸업생들, 이렇게 모집이 시작된 거죠. 그래서 저는 그때 열여섯 살이었거든요. 저 한 명을 놓고 다섯 개 대학, 그러니까 정치, 경제, 문화, 군사 이 분야의 모든 교육 선생님들이 다 배치되어가지고 한 명을 놓고 6개월 동안을 집중 5개 대학 교육을 줬지요. 그래서 완전히 김정숙으로 무장하게 만들더라고요."

이밖에도 김일성 아버지인 김형직, 어머니인 강반석, 삼촌 김형권 등 김일성 일가 인물들을 영화에 출연시켰지만 김정일 위원장 역할을 맡은 배우는 현재까진 없다.

대부분 김정일의 반대 때문에 추진이 중단되거나 영화화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 인물들을 연기할 경우 ‘1호 배우’란 호칭을 받으며 사회적 명성과 함께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인터뷰> 주순영 (前 북한 1호 역할 공훈배우) : "김일성 직계 가족 배우는 다 1호 배우거든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가 혹시 실수를 하면 연출가들이 처음에 김일성 배우하고 그 다음에 연출가 동지가 영화대학 동기였어요. 그런데 실수를 하니까 ‘최고사령관 다시!’ 하고 이렇게 한 손으로 반말을 했어요. 그래서 그때 아오지탄광에 가서 몇 달 동안 혁명화를 했어요. 그 다음부터는 그저 ‘어머님, 다시 합시다.’ 두 손으로 막 정중히 이렇게 그때부터는 그렇게 연습을 하게 됐고, "

그리고 1호 역할 배우로 한 번 배역이 정해지면 다른 역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김일성 가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북한 정권수립에 이바지한 항일투사들도 영화에 함께 등장한다.

최현과 김책 등이 해당하는데, 최현은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녹취> 영화 ‘민족과 운명’ (2002) - 최현 : "싸움꾼들이 의리가 있어야지 의리가. "

<녹취> 영화 ‘초행길’ (1980) - 김책 : "장군님께서는 아무리 사정이 곤란해도 우리의 힘으로 현대적 공업도 건설하고 기술자도 길러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소. "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북한이 기본적으로 예술을 동원하는 것은 정치적 이념이나 이론을 설명하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감성이라고 하는 것을 좀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장르로서 이런 예술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모습들, 이런 것을 부각시키는데서 실제적 배우를 대역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죠."

<녹취> 영화 ‘민족과 운명’ (1992년) : "나와 나의 동지들은 정권에 대한 야망을 품고 거사를 단행한 것이 아닙니다. 만일 국민들이 날 대통령으로 선거한다면 난 통일을 국시 일책(국가 정책의 한 가지 방침)으로 하렵니다."

북한 영화 ‘민족과 운명’ 에서 재현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북한의 시각에서 근대사를 해석해 정권 수립의 정당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북한이 최대 걸작으로 자랑하는 연작 영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남한 대통령들이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기한 김윤홍은 이 배역을 맡으면서 무명배우에서 인기 스타로 급부상했고 인민배우 호칭과 함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인터뷰> 고일민(평양연극영화대학 영화 연출 전공) : "일본에서 귀국한 귀국동포죠. 그리고 원래 코믹스러운 연기들을 주로 하던 배우였는데.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에서 박정희 대통령 역을 하면서 떴죠. 떴고. <민족과 운명> 1부부터 3부까지 촬영을 보고나서 그때 김정일이 그 촬영에 동원됐던 메인 배우들에게 고급 승용차들을 다 선물을 했던 사례가 있어요. 연회석상의 파티에도 불렀고. 그때 김윤홍을 김윤홍이라고 부르지 않고 박정희 이렇게 불렀을 정도로 아주 연기 좋았다고."

이 배우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흡사해 보이기 위해 얼굴에 주사를 맡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영화 ‘내 나라’에선 이승만 대통령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녹취> 영화 ‘내 나라’ : "좀 생각해보오. 이제 정부를 세워야 할텐데. 해외에서 돌아온 무식쟁이 건달꾼들이나 백성들이 외면하는 국내 인물 짝들로만 뭘 꾸린다면 정부의 체면이 서겠느냔 말이오."

북한 독재정권 수립의 정당성을 선전하면서 남한의 역사와 정치에 대한 설명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왜곡되고 편향된 해석이다.

김정은 정권은 연일 백두혈통을 강조하며 김일성과 김정일의 업적을 내세우고 있다.

앞으로 체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정치적인 수단으로 영화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김정은 시대에 본격적으로 인민들에게 있어서, 체제 선전을 하기 위해서 영화에 대한 비중이 여전히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요. 북한에 대해서 어떤 정치적 대외적인 필요성, 필요한 부분이 생긴다고 한다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기획하는 영화들을 또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고요."

외부 정보와 영화 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를 통한 체제 선전 효과를 과연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북한 당국이 어떻게 대처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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