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총기 천국’ 필리핀, 20만 원이면 배달 끝!

입력 2014.09.30 (17:54) 수정 2014.09.3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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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에서 불법 총기 유통 실태를 취재한 지 이틀째. 불법 총기를 구해 줄 수 있다는 중간 판매상을 수소문 끝에 만났다. 총을 먼저 보여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판매상은 돈을 먼저 요구했다. 돈을 주면 그 돈을 총기 판매상에게 전달하고 총을 가져다 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여러 종류의 총기가 있는 만큼 원하는 금액대의 총을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

◆ "돈을 먼저 내라" 20만원이면 다음날 배달

취재진은 우리돈 20만원을 먼저 지불했다. 물론 환불은 없다고 했다. 다음날 저녁 마닐라 외곽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기를 30분. 총기 판매상이 차로 올라탔다. 몸 속에서 꺼낸 노란 봉투에는 낡아 보이는 권총 한자루와 실탄 3발이 있었다. 총기 출처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거절했다. 가족들이 위험해 질 수 있고 본인도 일주일 안에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긴장한 모습으로 총을 건넨 판매상은 오래 머무를 수 없다며 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는 얼마 전 총을 팔던 친구 몇 명이 경찰에게 불잡혀 갔는데 경찰들이 사복을 입고 곳곳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덧붙여 총기를 팔다 적발되면 최소 12년은 교도소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고도 알려줬다. 불법 총기는 낡아 보이지만 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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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내 수공업 형태로 제작



가내 수공업 형태로 만들어진 권총은 민다나오 섬에서 제작된 것이었다. 8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대부분의 불법총기들은 외딴 섬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직접 총을 만들어야 했고 그 기술이 전수돼 불법총기가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유통되고 있는 총기는 불법총기 백만 정을 포함해 약 360만정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찰청의 허가만 받으면 자유롭게 소지가 가능하다 보니 각 가정마다 총기를 소지하고 있고 총기 소유 자격조건이 없을 경우는 불법으로 총기를 소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택가에서 만난 굴라파 씨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총을 보여 줬다. 총기 소유 면허와 함께 가져온 가방에는 권총과 실탄이 있었다. 권총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잔다는 굴라파씨는 만약 위험한 상황이 오면 언제든 권총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취재진에게 보여준 권총은 허가를 받은 총기지만 그렇지 않은 총기도 3정이 더 있다고 귀뜸해줬다. 그러면서 주변 주택가 집들 대부분이 치안이 불안하다 보니 안전을 위해 한집에 총 한정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을 사설 실탄 사격 대회에 출전시키고 총을 쏘는 모습을 지켜 보기도 한다고...

◆ 총기 사고 빈발...한국인 피해도

수백만 정의 총기가 나돌면서 필리핀 곳곳에선 총기 관련 사건 사고가 빈발한다. 지난해 12월에는 필리핀 국제공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한 도시의 시장이 살해됐다. 경비원이 말다툼 끝에 동료 경비원을 살해하고 도로 위 말 다툼 역시 총을 꺼내드는 아찔한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살인 사건으로 죽는 사람은 한해 만 2천여명. 필리핀 경찰은 사건 대부분에는 총기가 관련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필리핀에 거주하는 교민은 8만에서 10만여명. 한해 백만 명이 넘은 한국 관광객이 찾으면서 한국인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만 9명의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숨졌고 지난해의 경우 살인사건만 13건이 일어났다. 살인과 강도 납치와 절도 등 필리핀은 한국인 범죄피해가 제일 많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기록됐다. 교민들은 급기야 안전대책 위원회를 만들어 경찰과 함께 코리안타운을 순찰 돌고 모금을 통해 필리핀 경찰들에게 수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필리핀 경찰들은 수사예산도 작은데다 한국인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도 없어 이른바 수사비나 활동비를 지원해 줘야 움직인다고 교민들은 하소연한다. 우리정부는 필리핀 경찰청에 한국 경찰을 파견해 공조수사체제를 범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 경찰청에는 한국 경감 1명이 코리안 데스크라는 이름으로 상주하며 한국인 관련 사건과 범죄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카톡 이용 인구가 많다보니 필리핀에 입국하는 카톡 사용자들에게는 자동으로 필리핀 치안 관련이나 사건 사고 소식을 곧바로 전파하면서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 경비 산업 호황...한국인은 주요 고객

창과 방패의 논리일까? 총기 관련 사건 사고가 빈발하면서 필리핀에서는 경비 산업이 큰 호황을 맞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경비업체 디텍트넷은 경비인력만 5백여명인 대규모 경비회사였다. 사무실 창고에는 권총에서부터 산탄총, 자동소총까지 약 250정의 총기를 보관하며 경비원들이 근무를 나갈 때 사용하고 있었다. 자동소총과 산탄총은 은행 등 금융기관 경비에 주로 사용하고 호텔과 쇼핑몰 등은 손님들이 불안해 할 수 있는 만큼 주로 권총 등 소형 화기를 경비에 사용하고 있었다. 경비원들은 분기에 한 번씩 실탄사격 훈련을 하고 VIP 등 주요 고객을 위해 경호술도 배우고 있었다. 경비원이 많은 회사는 최대 천명까지 고용하고 경비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한국인 역시 경비회사의 큰 고객이라고 경비회사 관계자는 알려줬다.

코리안 데스크로 파견된 한국 경찰은 “필리핀은 언제 어디서든 총알이 날아 올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밤에 만취한 상태에서 외진 곳을 배회하지 말라“고 했다. 또한 “필리핀인들과 될 수 있으면 다툼을 자제하는 게 안전한 필리핀 생활과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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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총기 천국’ 필리핀, 20만 원이면 배달 끝!
    • 입력 2014-09-30 17:54:11
    • 수정2014-09-30 20:49:26
    취재후·사건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불법 총기 유통 실태를 취재한 지 이틀째. 불법 총기를 구해 줄 수 있다는 중간 판매상을 수소문 끝에 만났다. 총을 먼저 보여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판매상은 돈을 먼저 요구했다. 돈을 주면 그 돈을 총기 판매상에게 전달하고 총을 가져다 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여러 종류의 총기가 있는 만큼 원하는 금액대의 총을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

◆ "돈을 먼저 내라" 20만원이면 다음날 배달

취재진은 우리돈 20만원을 먼저 지불했다. 물론 환불은 없다고 했다. 다음날 저녁 마닐라 외곽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기를 30분. 총기 판매상이 차로 올라탔다. 몸 속에서 꺼낸 노란 봉투에는 낡아 보이는 권총 한자루와 실탄 3발이 있었다. 총기 출처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거절했다. 가족들이 위험해 질 수 있고 본인도 일주일 안에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긴장한 모습으로 총을 건넨 판매상은 오래 머무를 수 없다며 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는 얼마 전 총을 팔던 친구 몇 명이 경찰에게 불잡혀 갔는데 경찰들이 사복을 입고 곳곳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덧붙여 총기를 팔다 적발되면 최소 12년은 교도소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고도 알려줬다. 불법 총기는 낡아 보이지만 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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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내 수공업 형태로 제작



가내 수공업 형태로 만들어진 권총은 민다나오 섬에서 제작된 것이었다. 8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대부분의 불법총기들은 외딴 섬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직접 총을 만들어야 했고 그 기술이 전수돼 불법총기가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유통되고 있는 총기는 불법총기 백만 정을 포함해 약 360만정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찰청의 허가만 받으면 자유롭게 소지가 가능하다 보니 각 가정마다 총기를 소지하고 있고 총기 소유 자격조건이 없을 경우는 불법으로 총기를 소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택가에서 만난 굴라파 씨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총을 보여 줬다. 총기 소유 면허와 함께 가져온 가방에는 권총과 실탄이 있었다. 권총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잔다는 굴라파씨는 만약 위험한 상황이 오면 언제든 권총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취재진에게 보여준 권총은 허가를 받은 총기지만 그렇지 않은 총기도 3정이 더 있다고 귀뜸해줬다. 그러면서 주변 주택가 집들 대부분이 치안이 불안하다 보니 안전을 위해 한집에 총 한정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을 사설 실탄 사격 대회에 출전시키고 총을 쏘는 모습을 지켜 보기도 한다고...

◆ 총기 사고 빈발...한국인 피해도

수백만 정의 총기가 나돌면서 필리핀 곳곳에선 총기 관련 사건 사고가 빈발한다. 지난해 12월에는 필리핀 국제공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한 도시의 시장이 살해됐다. 경비원이 말다툼 끝에 동료 경비원을 살해하고 도로 위 말 다툼 역시 총을 꺼내드는 아찔한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살인 사건으로 죽는 사람은 한해 만 2천여명. 필리핀 경찰은 사건 대부분에는 총기가 관련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필리핀에 거주하는 교민은 8만에서 10만여명. 한해 백만 명이 넘은 한국 관광객이 찾으면서 한국인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만 9명의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숨졌고 지난해의 경우 살인사건만 13건이 일어났다. 살인과 강도 납치와 절도 등 필리핀은 한국인 범죄피해가 제일 많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기록됐다. 교민들은 급기야 안전대책 위원회를 만들어 경찰과 함께 코리안타운을 순찰 돌고 모금을 통해 필리핀 경찰들에게 수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필리핀 경찰들은 수사예산도 작은데다 한국인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도 없어 이른바 수사비나 활동비를 지원해 줘야 움직인다고 교민들은 하소연한다. 우리정부는 필리핀 경찰청에 한국 경찰을 파견해 공조수사체제를 범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 경찰청에는 한국 경감 1명이 코리안 데스크라는 이름으로 상주하며 한국인 관련 사건과 범죄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카톡 이용 인구가 많다보니 필리핀에 입국하는 카톡 사용자들에게는 자동으로 필리핀 치안 관련이나 사건 사고 소식을 곧바로 전파하면서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 경비 산업 호황...한국인은 주요 고객

창과 방패의 논리일까? 총기 관련 사건 사고가 빈발하면서 필리핀에서는 경비 산업이 큰 호황을 맞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경비업체 디텍트넷은 경비인력만 5백여명인 대규모 경비회사였다. 사무실 창고에는 권총에서부터 산탄총, 자동소총까지 약 250정의 총기를 보관하며 경비원들이 근무를 나갈 때 사용하고 있었다. 자동소총과 산탄총은 은행 등 금융기관 경비에 주로 사용하고 호텔과 쇼핑몰 등은 손님들이 불안해 할 수 있는 만큼 주로 권총 등 소형 화기를 경비에 사용하고 있었다. 경비원들은 분기에 한 번씩 실탄사격 훈련을 하고 VIP 등 주요 고객을 위해 경호술도 배우고 있었다. 경비원이 많은 회사는 최대 천명까지 고용하고 경비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한국인 역시 경비회사의 큰 고객이라고 경비회사 관계자는 알려줬다.

코리안 데스크로 파견된 한국 경찰은 “필리핀은 언제 어디서든 총알이 날아 올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밤에 만취한 상태에서 외진 곳을 배회하지 말라“고 했다. 또한 “필리핀인들과 될 수 있으면 다툼을 자제하는 게 안전한 필리핀 생활과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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