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족들에 사과하라”…과거사위 용산참사 최종 결론

입력 2019.05.31 (18:10) 수정 2019.05.3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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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009년 용산참사 사건의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고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며 검찰이 철거민과 사망자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과거사위는 다만, 검찰 수사에 위법은 없었다며 수사를 권고하지는 않았습니다.

과거사위는 오늘(31일) 1년여의 재조사 끝에 이 같은 내용의 용산참사 사건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과거사위는 먼저 당시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화재 원인에 대한 감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으로 불이 났다고 특정하고, 고가사다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진입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진압작전의 최종 결재권자인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서면조사하는데 그쳤다고 과거사위는 지적했습니다.

이어 녹취록과 달랐던 경찰의 무전 녹음파일 내용과 화재 당시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의 존재 여부에 대한 수사도 미진했고, 남일당 건물에서 활동했던 용역업체를 경찰이 방조하는가 하면, 경찰이 그들을 방패로 보호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검찰 수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사위는 당시 청와대 행정권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 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 차단을 위해 강호순 연쇄 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며,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과거사위는 또 2009년 당시 경찰이 검사의 구두 지휘를 받았다면서 농성자 5명의 시신을 유족에 사전 통보도 없이 부검했다며 "유족들은 당시 이뤄진 긴급 부검에 대해 아직도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사위는 부검 자체가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의 구두지시 정황도 있지만, 서면으로 남은 기록이 없고 긴급 부검을 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사위는 수사 이후 재판 과정에서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용산 철거민들이 수사기록 열람과 등사를 검찰에 거부당했다면서 "피고인들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사위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당시 검찰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철거민에 대한 수사와 진압 경찰관에 대한 수사가 균형 있게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수사 과정과 결과는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며, 피의자뿐 아니라 국민에게서 그렇다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사위는 이에 따라 유족에게 사전 통보 없이 실시된 긴급 부검과 수사기록 열람·등사 거부 등에 대해 검찰이 공식 사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대한 교육과 제도개선, 긴급 부검에 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 마련, 검사 구두 지휘에 대한 서면 기록 의무화 등도 권고했습니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당시 검찰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과거사위과 조사단은 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에 나와있는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하지 않고, 지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의심을 마치 객관적 사실인 양 적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의지를 갖고 최선을 다해 경찰진압의 많은 문제점을 밝혀내고 경찰로부터 잘못까지 시인받았지만, 객관적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형사처벌을 하지 못한 것 뿐"이라며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경찰이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을 특공대를 투입해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이 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친 사건입니다. 당시 검찰은 농성자 26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경찰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한편, 과거사위는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최종 보고서 채택을 마지막으로 지난 1년 5개월여의 활동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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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유족들에 사과하라”…과거사위 용산참사 최종 결론
    • 입력 2019-05-31 18:10:41
    • 수정2019-05-31 19:27:47
    사회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009년 용산참사 사건의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고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며 검찰이 철거민과 사망자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과거사위는 다만, 검찰 수사에 위법은 없었다며 수사를 권고하지는 않았습니다.

과거사위는 오늘(31일) 1년여의 재조사 끝에 이 같은 내용의 용산참사 사건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과거사위는 먼저 당시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화재 원인에 대한 감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으로 불이 났다고 특정하고, 고가사다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진입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진압작전의 최종 결재권자인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서면조사하는데 그쳤다고 과거사위는 지적했습니다.

이어 녹취록과 달랐던 경찰의 무전 녹음파일 내용과 화재 당시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의 존재 여부에 대한 수사도 미진했고, 남일당 건물에서 활동했던 용역업체를 경찰이 방조하는가 하면, 경찰이 그들을 방패로 보호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검찰 수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사위는 당시 청와대 행정권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 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 차단을 위해 강호순 연쇄 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며,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과거사위는 또 2009년 당시 경찰이 검사의 구두 지휘를 받았다면서 농성자 5명의 시신을 유족에 사전 통보도 없이 부검했다며 "유족들은 당시 이뤄진 긴급 부검에 대해 아직도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사위는 부검 자체가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의 구두지시 정황도 있지만, 서면으로 남은 기록이 없고 긴급 부검을 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사위는 수사 이후 재판 과정에서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용산 철거민들이 수사기록 열람과 등사를 검찰에 거부당했다면서 "피고인들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사위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당시 검찰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철거민에 대한 수사와 진압 경찰관에 대한 수사가 균형 있게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수사 과정과 결과는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며, 피의자뿐 아니라 국민에게서 그렇다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사위는 이에 따라 유족에게 사전 통보 없이 실시된 긴급 부검과 수사기록 열람·등사 거부 등에 대해 검찰이 공식 사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대한 교육과 제도개선, 긴급 부검에 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 마련, 검사 구두 지휘에 대한 서면 기록 의무화 등도 권고했습니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당시 검찰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과거사위과 조사단은 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에 나와있는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하지 않고, 지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의심을 마치 객관적 사실인 양 적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의지를 갖고 최선을 다해 경찰진압의 많은 문제점을 밝혀내고 경찰로부터 잘못까지 시인받았지만, 객관적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형사처벌을 하지 못한 것 뿐"이라며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경찰이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을 특공대를 투입해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이 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친 사건입니다. 당시 검찰은 농성자 26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경찰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한편, 과거사위는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최종 보고서 채택을 마지막으로 지난 1년 5개월여의 활동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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