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화이자 백신 “영하 70도에서 5일밖에 못 산다”고?

입력 2020.11.15 (09:02) 수정 2020.11.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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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에서 90%가 넘는 효과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직 시험단계로 실용화에는 이르지만, 코로나19에 시달렸던 탓에 세계가 반긴 것은 물론입니다.
반면 이른바 ‘콜드체인’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초저온과 짧은 기간 등 극히 제한 조건에서만 그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과연 새로운 백신 물질이 코로나19 펜데믹을 종식할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것일까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짚어봤습니다.

■ 화이자 백신을 영하 70도에서 유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화학 과정을 통해 ‘죽여’ 힘을 잃게 한 뒤 (불활성화) 접종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사백신이라 합니다. 현재 접종 중인 독감백신 등 대부분 백신이 그렇습니다.

이와 달리, 병원체의 힘을 약하게 만들어 접종하는 생백신도 있습니다. 대상포진이나 결핵, 수두와 일부 뇌염 주사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병원체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만큼 보관과 형태 유지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또 오랜 기간 인류가 접종을 시행해왔기 때문에 이에 관한 기술과 지식도 쌓여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백신은 다릅니다.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를 통째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mRNA라는 물질을 합성해 이를 나노미터 크기의 지질 입자로 감싸 몸 안에 주사하는 겁니다. 이 물질이 몸 안에서 코로나19의 모습을 한 항원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이 지질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 그런데 ‘영하 70도’에서 5일밖에 생존하지 못한다고?


일부 언론은 화이자에서 만든 백신이 영하 70도에서 5일만 버틴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도 무용론이 번졌습니다. 그러나 화이자의 보고 내용은 다릅니다.

지난 9월 15일 열린 투자보고회에서 화이자는 “해당 백신은 초저온 냉동고를 사용할 경우,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5일이라는 숫자가 나온 건 통상 백신 유통 온도인 2~8℃도 사이에서 약 5일간 보관할 수 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화이자가 자체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해 내놓은 결과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다른 방법으로 추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백신 형태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어쨌든 그 제약사에서 안전성 검사를 했기 때문에 그를 신뢰할 수 있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영하 70도’를 유지하며 유통할 기술은?

영하 70도는 일반 냉동온도의 4배에 해당합니다. 화이자는 이를 유지하는 유통방식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초저온을 유지하며 유통할 수 있는 장비를 ‘thermal shipper’라고 합니다.
GPS와 온도 센서를 장착한 초저온 냉동고와 영하 78도 정도인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이동식 냉동장비 등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론상 가능한 것을 실제로 유지될 수 있는 유통망으로 구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젭니다.
예컨대 CNN은 화이자 측에 ‘thermal shipper’의 온도 유지 여부를 어떤 식으로 검증했냐고 질의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CDC에도 ‘thermal shipper’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건지 물어봤지만, CDC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코로나19 백신을 기다려온 각국 정부들에게도 고민거립니다. 일부 외신은 인도나 아프리카 등 고온이면서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 대한 유통 대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 백신 희소식…최종 판단은 일러

화이자는 이번 백신 시험에 관한 결과만으로는 미국 FDA의 긴급승인을 요청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FDA로부터 승인을 받으려면, 더 많은 안전성 데이터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두 달간 부작용이나 효능에 대한 중간값 추적검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화이자는 이 과정이 11월 셋째 주 정도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화이자 백신의 구매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0일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심사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화이자의 임상시험은 중간결과는 긍정적으로 보이나, (시험에 참여한) 확진자 수가 164명이 돼야 임상시험이 종료된다”면서 “그 후 최종 임상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mRNA 백신이라도 유통과 보관 조건이 보다 쉬운 백신들이 연구개발 중입니다. 식약처 발표로는, 현재 국내에서도 치료제 19건과 백신 2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 외에 정부는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해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코백스’는 세계백신면역연합과 세계보건기구 감염병혁신연합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백신 공급체계입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지난 12일 코백스를 통해 국민의 20% 분량의 백신을 실질적으로 확보가 돼 있으며, 연내 국민의 60%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 취재 지원: 김나영 팩트체크 인턴 기자(sjrnfl3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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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화이자 보도자료
https://www.pfizer.com/news/press-release/press-release-detail/pfizer-investor-day-features-significant-number-pipeline

화이자 보고자료
https://s21.q4cdn.com/317678438/files/doc_presentations/2020/09/PFE-USQ_Transcript_2020-09-1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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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화이자 백신 “영하 70도에서 5일밖에 못 산다”고?
    • 입력 2020-11-15 09:02:02
    • 수정2020-11-15 17:59:07
    팩트체크K
최근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에서 90%가 넘는 효과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직 시험단계로 실용화에는 이르지만, 코로나19에 시달렸던 탓에 세계가 반긴 것은 물론입니다.
반면 이른바 ‘콜드체인’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초저온과 짧은 기간 등 극히 제한 조건에서만 그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과연 새로운 백신 물질이 코로나19 펜데믹을 종식할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것일까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짚어봤습니다.

■ 화이자 백신을 영하 70도에서 유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화학 과정을 통해 ‘죽여’ 힘을 잃게 한 뒤 (불활성화) 접종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사백신이라 합니다. 현재 접종 중인 독감백신 등 대부분 백신이 그렇습니다.

이와 달리, 병원체의 힘을 약하게 만들어 접종하는 생백신도 있습니다. 대상포진이나 결핵, 수두와 일부 뇌염 주사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병원체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만큼 보관과 형태 유지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또 오랜 기간 인류가 접종을 시행해왔기 때문에 이에 관한 기술과 지식도 쌓여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백신은 다릅니다.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를 통째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mRNA라는 물질을 합성해 이를 나노미터 크기의 지질 입자로 감싸 몸 안에 주사하는 겁니다. 이 물질이 몸 안에서 코로나19의 모습을 한 항원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이 지질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 그런데 ‘영하 70도’에서 5일밖에 생존하지 못한다고?


일부 언론은 화이자에서 만든 백신이 영하 70도에서 5일만 버틴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도 무용론이 번졌습니다. 그러나 화이자의 보고 내용은 다릅니다.

지난 9월 15일 열린 투자보고회에서 화이자는 “해당 백신은 초저온 냉동고를 사용할 경우,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5일이라는 숫자가 나온 건 통상 백신 유통 온도인 2~8℃도 사이에서 약 5일간 보관할 수 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화이자가 자체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해 내놓은 결과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다른 방법으로 추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백신 형태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어쨌든 그 제약사에서 안전성 검사를 했기 때문에 그를 신뢰할 수 있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영하 70도’를 유지하며 유통할 기술은?

영하 70도는 일반 냉동온도의 4배에 해당합니다. 화이자는 이를 유지하는 유통방식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초저온을 유지하며 유통할 수 있는 장비를 ‘thermal shipper’라고 합니다.
GPS와 온도 센서를 장착한 초저온 냉동고와 영하 78도 정도인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이동식 냉동장비 등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론상 가능한 것을 실제로 유지될 수 있는 유통망으로 구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젭니다.
예컨대 CNN은 화이자 측에 ‘thermal shipper’의 온도 유지 여부를 어떤 식으로 검증했냐고 질의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CDC에도 ‘thermal shipper’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건지 물어봤지만, CDC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코로나19 백신을 기다려온 각국 정부들에게도 고민거립니다. 일부 외신은 인도나 아프리카 등 고온이면서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 대한 유통 대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 백신 희소식…최종 판단은 일러

화이자는 이번 백신 시험에 관한 결과만으로는 미국 FDA의 긴급승인을 요청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FDA로부터 승인을 받으려면, 더 많은 안전성 데이터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두 달간 부작용이나 효능에 대한 중간값 추적검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화이자는 이 과정이 11월 셋째 주 정도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화이자 백신의 구매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0일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심사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화이자의 임상시험은 중간결과는 긍정적으로 보이나, (시험에 참여한) 확진자 수가 164명이 돼야 임상시험이 종료된다”면서 “그 후 최종 임상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mRNA 백신이라도 유통과 보관 조건이 보다 쉬운 백신들이 연구개발 중입니다. 식약처 발표로는, 현재 국내에서도 치료제 19건과 백신 2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 외에 정부는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해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코백스’는 세계백신면역연합과 세계보건기구 감염병혁신연합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백신 공급체계입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지난 12일 코백스를 통해 국민의 20% 분량의 백신을 실질적으로 확보가 돼 있으며, 연내 국민의 60%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 취재 지원: 김나영 팩트체크 인턴 기자(sjrnfl3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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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화이자 보도자료
https://www.pfizer.com/news/press-release/press-release-detail/pfizer-investor-day-features-significant-number-pipeline

화이자 보고자료
https://s21.q4cdn.com/317678438/files/doc_presentations/2020/09/PFE-USQ_Transcript_2020-09-15.pdf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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