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문정복 “야!”, 류호정 “만만해요?” 본회의장 고성·삿대질

입력 2021.05.14 (15:51) 수정 2021.05.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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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본회의장에서 언쟁 중인 문정복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13일 본회의장에서 언쟁 중인 문정복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어제(13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을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의사진행 발언을 한 뒤 본회의장 한쪽에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발단은 배 원내대표의 발언 내용이었습니다. 자진사퇴한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를 언급하면서 “외교행낭을 이용한 부인의 밀수행위는 명백히 외교관의 직위를 이용한 범죄행위”라고 한 것입니다.


■ 설전 오간 본회의장…"야", "우리 당이 만만해요?"

민주당 의원 일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항의했습니다. ‘외교행낭’을 이용해 들여온 것도 아니고 이삿짐 수입신고와 관세청 통관까지 모두 적법하게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겁니다. 정의당을 향해 항의하던 중 거친 말도 오갔습니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배 원내대표 자리로 찾아가 따졌습니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향해 "당신", "야"라는 호칭을 썼고, 류 의원이 언성을 높이자 "어디서 감히 목소리를 높여!"라고 윽박질렀다는 것입니다.

류 의원은 "우리 당이 만만해요? 저기다가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여기 와서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맞받아 거친 대화가 오갔습니다.

정의당은 어젯밤 늦게 의사진행 발언문에서 '외교행낭을 이용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했습니다.

대신 오현주 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공당의 원내대표가 공식적인 의사진행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발언 직후 자리에 찾아와 개인적으로 항의하는 것은 심히 부적절하다"면서 유감을 표했습니다.

또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 참여한 정의당에게 엉뚱한 탓을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라"며 문정복 의원과 민주당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 "고맙고 짠하다"…박준영 자진사퇴에 복잡한 속내

바로 잡을 건 바로 잡고 사과할 건 사과하면 되는데, 정의당의 입장문에는 눈여겨 볼 표현이 있습니다. '엉뚱한 탓'입니다. 한마디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나름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박준영 후보자 자진사퇴에 속내가 복잡합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제 박 후보자 사퇴 소식이 알려진 후 기자들에게 "그런 결단을 해줘서 대단히 고맙기는 하지만 마음이 짠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3일 자진 사퇴한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13일 자진 사퇴한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민주당 의원들이 말하지 못하는 속내를 오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신 털어놓았습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박 후보자의 신고재산은 마이너스 161만 원입니다. 일산에 집이 한 칸 있기는 하지만, 은행과 공무원연금 공단에서 빌린 돈이 6억4천만원이나 돼서 적자 인생입니다. 그 흔한 세종시 공무원아파트 특별공급 청약도 해본 적 없고, 주식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도자기는 숫자가 많아서 그렇지 다 싼 것들입니다. 영국의 벼룩시장에서 1개에 1500원부터 3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16개월 동안 320만 원어치 팔았으니, 한 달에 20만 원어치이고, 영국에서 구입한 원가를 빼면 한 달에 10만 원이나 벌었을지 모르겠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후보자는 ‘욕받이’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유가족 지원반장을 맡아 매일 진도체육관으로 출근했습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발췌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객관적인 결격 사유로 따지면 이번 장관 후보자들보다 솔직히 지난번 개각 당시 장관 후보자들이 더 문제가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국민 여론’에 떠밀려 자진 사퇴하게 했다는 게 '고맙고 짠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야당 탓? 언론 탓? 아니면 누구 탓?

그럼, 사퇴하지 않아도 될 박 후보자가 사퇴하게 된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김의겸 의원은 "국민의힘이 거짓된 주장을 내놨고, 일부 언론이 한껏 부풀려 보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이번에는 "우리(범여권)가 너무 무력하지 않았나"고도 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의겸 의원처럼 공개적으로 야당 탓, 언론 탓은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엉뚱한 탓’을 한 게 아니냐는 게 정의당의 얘기입니다.

일부 의원들은 박 후보자 자진사퇴에'방아쇠' 역할을 한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를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당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청와대에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소한 한 명은 부적격이다‘라는 표현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고 납득하긴 힘든 지점이다.

특정 후보가 특정한 사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 검증을 해봤더니 해명도 안 되고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걸 정확하게 적시하는 게 맞다. 후보자 중 한 명은 떨어뜨렸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 민주당 윤건영 의원 MBC 라디오 출연 발언 발췌(지난 13일)

결격 사유를 들어서 ’장관직 수행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주장을 했었어야 하는데 보수언론과 야당이 안 된다고 하니까 한 명 정도는 탈락시켜야 한다는 접근이 있는 것 같다.

초선 의원 의견을 존중하지만 안타까운 게 있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 KBS 라디오 출연 발췌(지난 13일)

구체적인 결격 사유를 들라는 건,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결격 사유가 없지 않으냐는 얘기로도 읽힙니다.

하지만 만약 구체적인 결격 사유가 없는데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까지 하게 됐다면, 그 책임은 누구 몫일까요? 방어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정부 여당에 있습니다.

야당과 합의하지 못하고 그동안 무려 31명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를 단독 채택한 책임, 현장 이해도가 높고 전문성을 갖췄다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임명장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물러날 사람이었는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입니다.

당헌·당규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가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책임, 국민에게 '죽비'를 맞게 된 책임 역시 정부 여당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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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문정복 “야!”, 류호정 “만만해요?” 본회의장 고성·삿대질
    • 입력 2021-05-14 15:51:36
    • 수정2021-05-14 19:53:51
    여심야심
13일 본회의장에서 언쟁 중인 문정복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어제(13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을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의사진행 발언을 한 뒤 본회의장 한쪽에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발단은 배 원내대표의 발언 내용이었습니다. 자진사퇴한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를 언급하면서 “외교행낭을 이용한 부인의 밀수행위는 명백히 외교관의 직위를 이용한 범죄행위”라고 한 것입니다.


■ 설전 오간 본회의장…"야", "우리 당이 만만해요?"

민주당 의원 일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항의했습니다. ‘외교행낭’을 이용해 들여온 것도 아니고 이삿짐 수입신고와 관세청 통관까지 모두 적법하게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겁니다. 정의당을 향해 항의하던 중 거친 말도 오갔습니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배 원내대표 자리로 찾아가 따졌습니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향해 "당신", "야"라는 호칭을 썼고, 류 의원이 언성을 높이자 "어디서 감히 목소리를 높여!"라고 윽박질렀다는 것입니다.

류 의원은 "우리 당이 만만해요? 저기다가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여기 와서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맞받아 거친 대화가 오갔습니다.

정의당은 어젯밤 늦게 의사진행 발언문에서 '외교행낭을 이용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했습니다.

대신 오현주 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공당의 원내대표가 공식적인 의사진행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발언 직후 자리에 찾아와 개인적으로 항의하는 것은 심히 부적절하다"면서 유감을 표했습니다.

또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 참여한 정의당에게 엉뚱한 탓을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라"며 문정복 의원과 민주당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 "고맙고 짠하다"…박준영 자진사퇴에 복잡한 속내

바로 잡을 건 바로 잡고 사과할 건 사과하면 되는데, 정의당의 입장문에는 눈여겨 볼 표현이 있습니다. '엉뚱한 탓'입니다. 한마디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나름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박준영 후보자 자진사퇴에 속내가 복잡합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제 박 후보자 사퇴 소식이 알려진 후 기자들에게 "그런 결단을 해줘서 대단히 고맙기는 하지만 마음이 짠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3일 자진 사퇴한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민주당 의원들이 말하지 못하는 속내를 오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신 털어놓았습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박 후보자의 신고재산은 마이너스 161만 원입니다. 일산에 집이 한 칸 있기는 하지만, 은행과 공무원연금 공단에서 빌린 돈이 6억4천만원이나 돼서 적자 인생입니다. 그 흔한 세종시 공무원아파트 특별공급 청약도 해본 적 없고, 주식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도자기는 숫자가 많아서 그렇지 다 싼 것들입니다. 영국의 벼룩시장에서 1개에 1500원부터 3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16개월 동안 320만 원어치 팔았으니, 한 달에 20만 원어치이고, 영국에서 구입한 원가를 빼면 한 달에 10만 원이나 벌었을지 모르겠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후보자는 ‘욕받이’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유가족 지원반장을 맡아 매일 진도체육관으로 출근했습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발췌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객관적인 결격 사유로 따지면 이번 장관 후보자들보다 솔직히 지난번 개각 당시 장관 후보자들이 더 문제가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국민 여론’에 떠밀려 자진 사퇴하게 했다는 게 '고맙고 짠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야당 탓? 언론 탓? 아니면 누구 탓?

그럼, 사퇴하지 않아도 될 박 후보자가 사퇴하게 된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김의겸 의원은 "국민의힘이 거짓된 주장을 내놨고, 일부 언론이 한껏 부풀려 보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이번에는 "우리(범여권)가 너무 무력하지 않았나"고도 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의겸 의원처럼 공개적으로 야당 탓, 언론 탓은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엉뚱한 탓’을 한 게 아니냐는 게 정의당의 얘기입니다.

일부 의원들은 박 후보자 자진사퇴에'방아쇠' 역할을 한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를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당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청와대에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소한 한 명은 부적격이다‘라는 표현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고 납득하긴 힘든 지점이다.

특정 후보가 특정한 사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 검증을 해봤더니 해명도 안 되고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걸 정확하게 적시하는 게 맞다. 후보자 중 한 명은 떨어뜨렸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 민주당 윤건영 의원 MBC 라디오 출연 발언 발췌(지난 13일)

결격 사유를 들어서 ’장관직 수행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주장을 했었어야 하는데 보수언론과 야당이 안 된다고 하니까 한 명 정도는 탈락시켜야 한다는 접근이 있는 것 같다.

초선 의원 의견을 존중하지만 안타까운 게 있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 KBS 라디오 출연 발췌(지난 13일)

구체적인 결격 사유를 들라는 건,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결격 사유가 없지 않으냐는 얘기로도 읽힙니다.

하지만 만약 구체적인 결격 사유가 없는데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까지 하게 됐다면, 그 책임은 누구 몫일까요? 방어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정부 여당에 있습니다.

야당과 합의하지 못하고 그동안 무려 31명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를 단독 채택한 책임, 현장 이해도가 높고 전문성을 갖췄다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임명장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물러날 사람이었는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입니다.

당헌·당규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가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책임, 국민에게 '죽비'를 맞게 된 책임 역시 정부 여당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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