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와 전쟁’…“변기에 버리지 마세요”

입력 2021.05.27 (10:55) 수정 2021.05.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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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의 한 하수 처리시설에서 작업자가 물티슈 이물질을 제거하는 모습경남 창원의 한 하수 처리시설에서 작업자가 물티슈 이물질을 제거하는 모습

■무심코 버린 '물티슈'…한쪽에서는 '처리 전쟁'

요즘 화장실에서도 물티슈를 쓰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생활 속 가까이 자리 잡은 물티슈, 하지만 이 물티슈로 인해 우리가 잘 볼 수 없는 한쪽에서는 매일 같이 전쟁을 치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도심지 외곽의 하수처리시설입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의 한 중계 펌프장, 도심에서 흘러온 오수와 하수를 도심지 외곽의 하수처리시설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현장을 방문했을 때, 한 작업자가 대형 배관의 필터 역할을 하는 스크린 장치를 끌어올려, 손에 낫을 들고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엉겨붙은 이물질의 대부분은 바로 버려진 물티슈였습니다.

자동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물티슈 이물질자동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물티슈 이물질

더워지기 시작한 바깥 날씨, 또 유쾌하지 않은 냄새 속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이 이물질 제거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작업자 바로 뒤에서 2차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계 내부를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 정도 풀어지거나 다른 이물질과 엉겨붙은 것들도 있었지만, 온전히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물티슈도 적지 않았습니다.

현장 책임자는 버려진 물티슈 이물질이 24시간, 365일 가동돼야 할 하수처리시설 배관과 펌프 등에 달라붙으면 기계 고장의 주된 이유가 되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2018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화장실에 휴지통을 두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버려지는 물티슈 양은 더 늘었다고 하는데요.

작업자는 한 달에 1~2번 진행하던 이물질 제거 작업을 지금은 매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비데용 물티슈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비데용 물티슈

■"화장실(비데) 물티슈는 괜찮지 않나요?"

"그럼 우리집 화장실 물티슈도 안되는 거야?"
"비데용 물티슈는 괜찮지 않나요?"
"물에 잘 녹는 물티슈도 있다는데…."

하수처리시설에 다녀오기 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입니다.

실제 시중에 판매하는 화장실용, 비데용 물티슈를 보면 '변기 내림 적합성 평가'나 '천연 펄프 사용', '면 100% 사용' 등의 문구가 적힌 물티슈가 적지 않습니다.

이 제품들은 재생섬유인 레이온이나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 등으로 만들어진 일반 물티슈와 달리, 천연 펄프로 만든 휴지와 비슷하게 물에 잘 분해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창원시 하수도사업소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우선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는 현장에서는 사실 버려진 물티슈가 일반 물티슈인지, 화장실용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답이 우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가정이나 사무실 화장실 변기에 버린 물티슈는 대부분 1~2시간 안에 중계 펌프장에 도착하고, 이런 중계 펌프장 2~3곳을 거쳐 3~4시간 안에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는데요.

합성섬유가 포함된 화장실용 물티슈도 높은 수압을 받으며 3~4시간 이동해도, 완전히 분해될 시간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인구 103만 명 창원시에서 한 해 수거되는 물티슈는 약 1,000톤 규모인구 103만 명 창원시에서 한 해 수거되는 물티슈는 약 1,000톤 규모

■해마다 늘어나는 처리 비용…"세금 낭비"

인구 103만 명 규모의 경남 창원시에는 이런 중계 펌프장이 9곳, 오수 처리장이 7곳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 곳에서 수거되는 물티슈 양만 하루 평균 2.5톤, 창원시 전체적으로 한해 1,000톤의 물티슈가 수거되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물티슈와 관련된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환경부의 하수도 통계 자료를 활용해 계산하면, 전국 240여 개 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물티슈 이물질은 한해 12만 톤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거한 물티슈 이물질은 재활용되지 않아, 결국 매립이나 소각 등으로 별도 비용을 지불하고 처리해야 합니다.

창원시의 경우 올해 16억 원 정도 비용을 투입해야 되는 상황이고, 물티슈 이물질 처리 비용은 해마다 10%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본다면 수백억 원의 비용이 하수처리시설로 보내지는 생활하수 속 물티슈 이물질 처리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화장실 물티슈 사용을 자제하자’는 창원시의 시민 캠페인‘화장실 물티슈 사용을 자제하자’는 창원시의 시민 캠페인

■물티슈의 '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정부 역할은?

물티슈 이물질 처리 비용이 늘어나자, 창원시는 화장실 변기에 물티슈를 버리지 말자는 시민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창원시 외에도 경기도와 제주도 등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버려지는 물티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생활 속에서 물티슈 사용을 자제하고, 변기에 버리지 말자며 시민들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 '기후 위기', '더 늦기 전에 행동...' 이제 일상생활 곳곳에서는 개인의 작은 행위가 얼마나 탄소 발생을 유발하는지, 환경에 부담을 주는지 인식하자는 운동이 적지 않습니다.

쓰고 버리기에 편리한 작은 물티슈 한 장, 사용자의 편리함과 이를 판매하는 기업의 이윤 뒤에 가려진 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의 발생 문제로 연결됩니다.

화장실 물티슈 문제와 관련해 해마다 적지 않은 공공의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면, 개인과 자치단체 차원의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어떤 제품이 얼마나 환경에 유해한지, 이를 위한 비용 부담은 어떻게 해결할지, 정부가 그 기준을 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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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티슈와 전쟁’…“변기에 버리지 마세요”
    • 입력 2021-05-27 10:55:41
    • 수정2021-05-27 12:13:13
    취재K
경남 창원의 한 하수 처리시설에서 작업자가 물티슈 이물질을 제거하는 모습
■무심코 버린 '물티슈'…한쪽에서는 '처리 전쟁'

요즘 화장실에서도 물티슈를 쓰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생활 속 가까이 자리 잡은 물티슈, 하지만 이 물티슈로 인해 우리가 잘 볼 수 없는 한쪽에서는 매일 같이 전쟁을 치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도심지 외곽의 하수처리시설입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의 한 중계 펌프장, 도심에서 흘러온 오수와 하수를 도심지 외곽의 하수처리시설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현장을 방문했을 때, 한 작업자가 대형 배관의 필터 역할을 하는 스크린 장치를 끌어올려, 손에 낫을 들고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엉겨붙은 이물질의 대부분은 바로 버려진 물티슈였습니다.

자동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물티슈 이물질
더워지기 시작한 바깥 날씨, 또 유쾌하지 않은 냄새 속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이 이물질 제거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작업자 바로 뒤에서 2차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계 내부를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 정도 풀어지거나 다른 이물질과 엉겨붙은 것들도 있었지만, 온전히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물티슈도 적지 않았습니다.

현장 책임자는 버려진 물티슈 이물질이 24시간, 365일 가동돼야 할 하수처리시설 배관과 펌프 등에 달라붙으면 기계 고장의 주된 이유가 되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2018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화장실에 휴지통을 두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버려지는 물티슈 양은 더 늘었다고 하는데요.

작업자는 한 달에 1~2번 진행하던 이물질 제거 작업을 지금은 매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비데용 물티슈
■"화장실(비데) 물티슈는 괜찮지 않나요?"

"그럼 우리집 화장실 물티슈도 안되는 거야?"
"비데용 물티슈는 괜찮지 않나요?"
"물에 잘 녹는 물티슈도 있다는데…."

하수처리시설에 다녀오기 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입니다.

실제 시중에 판매하는 화장실용, 비데용 물티슈를 보면 '변기 내림 적합성 평가'나 '천연 펄프 사용', '면 100% 사용' 등의 문구가 적힌 물티슈가 적지 않습니다.

이 제품들은 재생섬유인 레이온이나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 등으로 만들어진 일반 물티슈와 달리, 천연 펄프로 만든 휴지와 비슷하게 물에 잘 분해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창원시 하수도사업소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우선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는 현장에서는 사실 버려진 물티슈가 일반 물티슈인지, 화장실용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답이 우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가정이나 사무실 화장실 변기에 버린 물티슈는 대부분 1~2시간 안에 중계 펌프장에 도착하고, 이런 중계 펌프장 2~3곳을 거쳐 3~4시간 안에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는데요.

합성섬유가 포함된 화장실용 물티슈도 높은 수압을 받으며 3~4시간 이동해도, 완전히 분해될 시간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인구 103만 명 창원시에서 한 해 수거되는 물티슈는 약 1,000톤 규모
■해마다 늘어나는 처리 비용…"세금 낭비"

인구 103만 명 규모의 경남 창원시에는 이런 중계 펌프장이 9곳, 오수 처리장이 7곳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 곳에서 수거되는 물티슈 양만 하루 평균 2.5톤, 창원시 전체적으로 한해 1,000톤의 물티슈가 수거되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물티슈와 관련된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환경부의 하수도 통계 자료를 활용해 계산하면, 전국 240여 개 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물티슈 이물질은 한해 12만 톤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거한 물티슈 이물질은 재활용되지 않아, 결국 매립이나 소각 등으로 별도 비용을 지불하고 처리해야 합니다.

창원시의 경우 올해 16억 원 정도 비용을 투입해야 되는 상황이고, 물티슈 이물질 처리 비용은 해마다 10%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본다면 수백억 원의 비용이 하수처리시설로 보내지는 생활하수 속 물티슈 이물질 처리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화장실 물티슈 사용을 자제하자’는 창원시의 시민 캠페인
■물티슈의 '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정부 역할은?

물티슈 이물질 처리 비용이 늘어나자, 창원시는 화장실 변기에 물티슈를 버리지 말자는 시민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창원시 외에도 경기도와 제주도 등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버려지는 물티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생활 속에서 물티슈 사용을 자제하고, 변기에 버리지 말자며 시민들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 '기후 위기', '더 늦기 전에 행동...' 이제 일상생활 곳곳에서는 개인의 작은 행위가 얼마나 탄소 발생을 유발하는지, 환경에 부담을 주는지 인식하자는 운동이 적지 않습니다.

쓰고 버리기에 편리한 작은 물티슈 한 장, 사용자의 편리함과 이를 판매하는 기업의 이윤 뒤에 가려진 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의 발생 문제로 연결됩니다.

화장실 물티슈 문제와 관련해 해마다 적지 않은 공공의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면, 개인과 자치단체 차원의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어떤 제품이 얼마나 환경에 유해한지, 이를 위한 비용 부담은 어떻게 해결할지, 정부가 그 기준을 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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