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그곳에 가면 다랑논이 있다!

입력 2021.06.03 (19:29) 수정 2021.06.0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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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계단처럼 만들어진 전통 방식의 다랑논은 공익적 가치가 일반 논보다 훨씬 크다고 하는데요,

오늘 현장속으로는 사라져가는 이 전통의 다랑논을 지키기 위해 정책으로 의제화해 공유 사업에 나선 현장을 소개합니다.

[리포트]

다랑논은 우리 농촌의 상징이자 농민들의 애환이 어린 논입니다.

최근 경상남도는 점점 사라져가는 다랑논을 지키기 위해 '경남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오랜 세월 농부의 지혜와 전통을 담은 다랑논 농사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조용한 밀양의 한 시골마을에 손님들이 찾아 왔습니다.

가족들이 한두 명씩 창고 앞으로 모이는데요.

도시에서 온 이들은 모심기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 저희가 할 작업인데, 줄이 쳐 있잖아요~ 간격마다 모를 심을 겁니다."]

기다란 대나무를 들고 논으로 향합니다.

모심기를 처음 해 보는 사람들은 대나무 줄에 맞춰 조심스레 모를 하나씩 심습니다.

전문 농부들이 옆에서 돕는데요.

귀농 5년차 농부 김진한씨는 점점 사라지는 다랑논을 지키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김진한/다랑협동조합 농부 : "여기 방치 돼 있는 다랑논들을 복원하고 유지하는 사업을 하고 있고요. 도시민들을 불러서 같이 모를 심고, 일 년 동안 쌀을 키우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다랑논 66제곱미터를 각 팀별로 분양했는데요.

일 년 간 분양받은 다랑논에서 농사를 짓게 됩니다.

지난 달, 모판에 씨를 뿌려 키운 모를 대나무 줄에 맞춰 정성을 다해 하나씩 옮겨 심습니다.

[곽빛나/다랑협동조합 농부 : "최대한 농사지을 때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사용 하지 말자고 한 약속이 있어서 자연에서 얻어 와 줄자로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대나무로 하기로 결정 했어요."]

다랑논에서는 친환경 자연재배 농법으로 토종벼를 재배하는데요.

참여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유진/다랑논 지킴이/창원시 의창구 : "생태감수성 이런 게 깨어날 수 있어서 너무 좋고요. 제 밥상 위에 올라오는 쌀이 어떤 과정으로 이렇게 자라는지 그것도 지켜보고 싶었는데, 또 그 과정 속에 내가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면 제일 좋잖아요."]

다랑논은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해 계단식으로 만든 보기 드문 농업유산입니다.

하지만, 좁은 땅에 농기계 사용이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다랑논 농사를 꺼리고 있습니다.

경상남도는 밀양, 산청, 함안, 남해, 거제 5개 지역 다랑논에서 우리 전통 농업 방식인 다랑논 공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킴이를 모집해 다랑논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허남혁/경상남도 사회혁신추진단 주무관 : "논 농업, 쌀농사의 역사가 담겨있는 현장이고, 농민들이 과거에 한 평이라도 땅을 늘리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 땅에 새겨져 있는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 아침 다랑논 지킴이에 나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다랑논 지킴이들은 1년에 4번 모판 만들기, 모내기, 김매기, 추수에 참여하고, 생산 된 쌀을 가져갑니다.

오늘은 봄에 모판에서 키운 모를 논에 심는 날입니다.

농사에 남다른 애정을 쏟는 지킴이들은 하나하나 정성스레 모을 옮겨 심으며 농부의 마음을 알아갑니다.

[이민희/다랑논지킴이/김해시 구산동 : "‘힘들게 농사를 짓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애들하고 주말마다 와서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해 보자고 얘기했거든요. 모가 이렇게 자라고 벼가 되는 과정을 보면 조금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밥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도 농사를 짓는 경험은 소중한데요.

어느새,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배승민·고태원·배승범/다랑논 지킴이/창원시 성산구 : "농부가 엄청 힘들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밥을 잘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남기지 말고요."]

다랑논에서 농사짓는 농부도 함께 돕는 이들이 있어 큰 힘이 납니다.

[최순자/다랑논 농부 : "이렇게 도와주러 오기가 안 쉬운데, 그런데 와서 해 주니까 고맙지요. 우리 촌사람에게는 힘이 되지요."]

다랑논은 문화, 역사적으로 생태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받지만, 농촌의 고령화와 난개발로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은미/아라씨앗드리 영농조합 사무국장 : "농사라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앞으로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이 부각되고 있잖아요. 우리 농업 유산을 지켜내는 개념으로 같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싶어요."]

전통 농업을 지키는 것! 결국, 우리 땅을 지키고, 우리 것을 지키는 일인데요.

혼자하면 힘들고 고된 다랑논 농사지만, 마음과 뜻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우리 것을 지켜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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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속으로] 그곳에 가면 다랑논이 있다!
    • 입력 2021-06-03 19:29:39
    • 수정2021-06-03 19:52:20
    뉴스7(창원)
[앵커]

계단처럼 만들어진 전통 방식의 다랑논은 공익적 가치가 일반 논보다 훨씬 크다고 하는데요,

오늘 현장속으로는 사라져가는 이 전통의 다랑논을 지키기 위해 정책으로 의제화해 공유 사업에 나선 현장을 소개합니다.

[리포트]

다랑논은 우리 농촌의 상징이자 농민들의 애환이 어린 논입니다.

최근 경상남도는 점점 사라져가는 다랑논을 지키기 위해 '경남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오랜 세월 농부의 지혜와 전통을 담은 다랑논 농사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조용한 밀양의 한 시골마을에 손님들이 찾아 왔습니다.

가족들이 한두 명씩 창고 앞으로 모이는데요.

도시에서 온 이들은 모심기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 저희가 할 작업인데, 줄이 쳐 있잖아요~ 간격마다 모를 심을 겁니다."]

기다란 대나무를 들고 논으로 향합니다.

모심기를 처음 해 보는 사람들은 대나무 줄에 맞춰 조심스레 모를 하나씩 심습니다.

전문 농부들이 옆에서 돕는데요.

귀농 5년차 농부 김진한씨는 점점 사라지는 다랑논을 지키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김진한/다랑협동조합 농부 : "여기 방치 돼 있는 다랑논들을 복원하고 유지하는 사업을 하고 있고요. 도시민들을 불러서 같이 모를 심고, 일 년 동안 쌀을 키우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다랑논 66제곱미터를 각 팀별로 분양했는데요.

일 년 간 분양받은 다랑논에서 농사를 짓게 됩니다.

지난 달, 모판에 씨를 뿌려 키운 모를 대나무 줄에 맞춰 정성을 다해 하나씩 옮겨 심습니다.

[곽빛나/다랑협동조합 농부 : "최대한 농사지을 때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사용 하지 말자고 한 약속이 있어서 자연에서 얻어 와 줄자로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대나무로 하기로 결정 했어요."]

다랑논에서는 친환경 자연재배 농법으로 토종벼를 재배하는데요.

참여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유진/다랑논 지킴이/창원시 의창구 : "생태감수성 이런 게 깨어날 수 있어서 너무 좋고요. 제 밥상 위에 올라오는 쌀이 어떤 과정으로 이렇게 자라는지 그것도 지켜보고 싶었는데, 또 그 과정 속에 내가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면 제일 좋잖아요."]

다랑논은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해 계단식으로 만든 보기 드문 농업유산입니다.

하지만, 좁은 땅에 농기계 사용이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다랑논 농사를 꺼리고 있습니다.

경상남도는 밀양, 산청, 함안, 남해, 거제 5개 지역 다랑논에서 우리 전통 농업 방식인 다랑논 공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킴이를 모집해 다랑논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허남혁/경상남도 사회혁신추진단 주무관 : "논 농업, 쌀농사의 역사가 담겨있는 현장이고, 농민들이 과거에 한 평이라도 땅을 늘리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 땅에 새겨져 있는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 아침 다랑논 지킴이에 나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다랑논 지킴이들은 1년에 4번 모판 만들기, 모내기, 김매기, 추수에 참여하고, 생산 된 쌀을 가져갑니다.

오늘은 봄에 모판에서 키운 모를 논에 심는 날입니다.

농사에 남다른 애정을 쏟는 지킴이들은 하나하나 정성스레 모을 옮겨 심으며 농부의 마음을 알아갑니다.

[이민희/다랑논지킴이/김해시 구산동 : "‘힘들게 농사를 짓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애들하고 주말마다 와서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해 보자고 얘기했거든요. 모가 이렇게 자라고 벼가 되는 과정을 보면 조금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밥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도 농사를 짓는 경험은 소중한데요.

어느새,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배승민·고태원·배승범/다랑논 지킴이/창원시 성산구 : "농부가 엄청 힘들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밥을 잘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남기지 말고요."]

다랑논에서 농사짓는 농부도 함께 돕는 이들이 있어 큰 힘이 납니다.

[최순자/다랑논 농부 : "이렇게 도와주러 오기가 안 쉬운데, 그런데 와서 해 주니까 고맙지요. 우리 촌사람에게는 힘이 되지요."]

다랑논은 문화, 역사적으로 생태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받지만, 농촌의 고령화와 난개발로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은미/아라씨앗드리 영농조합 사무국장 : "농사라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앞으로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이 부각되고 있잖아요. 우리 농업 유산을 지켜내는 개념으로 같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싶어요."]

전통 농업을 지키는 것! 결국, 우리 땅을 지키고, 우리 것을 지키는 일인데요.

혼자하면 힘들고 고된 다랑논 농사지만, 마음과 뜻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우리 것을 지켜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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