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뇌물 부족하다며…태국 경찰서장 마약상 고문 살해

입력 2021.08.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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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티티산 서장이 자신의 경찰서에서 마약상 지라퐁을 고문 살해하는 장면. 지라퐁은 석방을 위해 100만바트를 제안했지만  티티산 서장은 200만바트를 요구했다.  사진 나콘사완 무앙 경찰서 CCTV지난 5일 티티산 서장이 자신의 경찰서에서 마약상 지라퐁을 고문 살해하는 장면. 지라퐁은 석방을 위해 100만바트를 제안했지만 티티산 서장은 200만바트를 요구했다. 사진 나콘사완 무앙 경찰서 CCTV

모든 범죄 영화의 요소를 다 갖췄다. 마약상과 뇌물, 부패한 경찰에 이를 참다못한 경찰관의 폭로까지... 심지어 이 모든 과정이 영상으로 남았다.

경찰서장이 부하직원들 앞에서 마약 용의자에게 거액의 뇌물을 요구하다 직접 살해했다. 범행 은폐 기도는 한 젊은 경찰의 폭로로 드러났다. 태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100만 바트는 부족해..."

지난 8월 5일, 방콕에서 3시간쯤 떨어진 나콘사완(Nakhon Sawan)의 무앙 경찰서로 지라퐁 타나팟(24)과 그의 아내가 체포돼 왔다. 다량의 마약을 판매한 혐의.

경찰은 지라퐁과 석방을 위한 뇌물액수를 협상했다. 경찰의 계속되는 폭행에 지라퐁은 100만 바트(3,500만 원 정도)를 약속했다. 경찰서장의 부관은 이를 서장에게 보고했다.

이때부터 영상에 서장이 직접 등장한다. 뇌물액수가 적다며 화가난 티티산(Thitisant Uttanapol) 서장(41살)이 지라퐁을 직접 고문한다. 폭행을 이어가다가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계속 폭행한다.

영상(경찰서 cctv)에는 고통스러워하는 지라퐁의 모습과 음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를 지켜보던 경찰관 중 한 명이 고통스러워 하는 지라퐁의 손을 잡아 묶는다.

티티산 서장은 두 배인 200만 바트(7천만 원)를 요구했다.



다음 영상에는 당황하는 경찰들과 한 경찰이 쓰러진 지라퐁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지라퐁은 그 자리에서 질식사했다.

경찰은 다른 방에 갇혀있는 그의 아내에게 지라퐁이 '약물 과다'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사망 사실을 누구에도 알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석방됐다.

티티산 서장은 경찰서내 모든 cctv의 영상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범행은 그렇게 은폐되는 것처럼 보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무앙경찰서 티티산 서장, 영상이 폭로되면서 지역 경찰서로 전보조치됐다. 아직 신병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국외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사진 SNS가해자로 지목된 무앙경찰서 티티산 서장, 영상이 폭로되면서 지역 경찰서로 전보조치됐다. 아직 신병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국외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사진 SNS

한 경찰의 폭로와 드러나는 진실들

며칠후 해당 경찰서의 한 경찰관이 자신의 친구 변호사에게 문제의 영상을 보냈다. 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변호사는 8월 20일 해당 영상들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게시했다.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경찰은 물론 쁘라윳 총리가 나서 신속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지방경찰청장은 이번 폭행 치사에 모두 13명의 경찰관이 연루됐으며 이들 모두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티티산 서장은 즉시 직위해제되고, 핏사눌록 지방경찰서로 인사조치됐다(네티즌들은 티티산 서장의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핏사눌룩 지방 경찰청장이라며 인사조치가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왕립경찰청에서 파견된 수사팀은 숨진 지라퐁의 구체적인 사인을 찾기위해 그의 집을 찾았지만 그는 시신은 이미 화장된 상태였다. (지라퐁의 아버지는 가해 경찰관들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의 어머니의 생각은 다르다고 방콕포스트가 보도했다)

지역 병원이 발급한 지라퐁의 사망확인서에는 사인이 '암페타민(마약)에 의한 사망' 으로 기재돼 있었다.

티티산 서장의 신병은 아직 확보되지 않고 있다. 그가 국경을 벗어나 이미 해외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돈다. 태국 경찰청은 그와 가족의 통장을 확보하는 등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대부분의 권위주의 국가가 그렇듯 태국 경찰의 부정부패는 심각하다. 방콕 시내 주요 경찰서 서장에 발령 받기 위해서는 500만 바트(1억 8천만 원 정도)의 뇌물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 태국의 국민소득은 우리 소득의 1/4정도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잇달아 체포되고 있다. 왕립경찰청은 주범인 티티산서장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 sns이번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잇달아 체포되고 있다. 왕립경찰청은 주범인 티티산서장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 sns

태국은 지난 2014년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다시 군사정부로 회귀했다.

정권의 정당성이 취약한 정부는 공직자의 부패를 단죄하기도 어렵다.

해마다 6~8% 고성장해 온 태국은 이후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부정부패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나라다.

마약과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얽힌 이번 사건에 숨은 장면 하나.

한 경찰관은 자신이 연루됐으면서도 이 사건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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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뇌물 부족하다며…태국 경찰서장 마약상 고문 살해
    • 입력 2021-08-25 16:55:06
    특파원 리포트
지난 5일 티티산 서장이 자신의 경찰서에서 마약상 지라퐁을 고문 살해하는 장면. 지라퐁은 석방을 위해 100만바트를 제안했지만  티티산 서장은 200만바트를 요구했다.  사진 나콘사완 무앙 경찰서 CCTV
모든 범죄 영화의 요소를 다 갖췄다. 마약상과 뇌물, 부패한 경찰에 이를 참다못한 경찰관의 폭로까지... 심지어 이 모든 과정이 영상으로 남았다.

경찰서장이 부하직원들 앞에서 마약 용의자에게 거액의 뇌물을 요구하다 직접 살해했다. 범행 은폐 기도는 한 젊은 경찰의 폭로로 드러났다. 태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100만 바트는 부족해..."

지난 8월 5일, 방콕에서 3시간쯤 떨어진 나콘사완(Nakhon Sawan)의 무앙 경찰서로 지라퐁 타나팟(24)과 그의 아내가 체포돼 왔다. 다량의 마약을 판매한 혐의.

경찰은 지라퐁과 석방을 위한 뇌물액수를 협상했다. 경찰의 계속되는 폭행에 지라퐁은 100만 바트(3,500만 원 정도)를 약속했다. 경찰서장의 부관은 이를 서장에게 보고했다.

이때부터 영상에 서장이 직접 등장한다. 뇌물액수가 적다며 화가난 티티산(Thitisant Uttanapol) 서장(41살)이 지라퐁을 직접 고문한다. 폭행을 이어가다가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계속 폭행한다.

영상(경찰서 cctv)에는 고통스러워하는 지라퐁의 모습과 음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를 지켜보던 경찰관 중 한 명이 고통스러워 하는 지라퐁의 손을 잡아 묶는다.

티티산 서장은 두 배인 200만 바트(7천만 원)를 요구했다.



다음 영상에는 당황하는 경찰들과 한 경찰이 쓰러진 지라퐁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지라퐁은 그 자리에서 질식사했다.

경찰은 다른 방에 갇혀있는 그의 아내에게 지라퐁이 '약물 과다'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사망 사실을 누구에도 알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석방됐다.

티티산 서장은 경찰서내 모든 cctv의 영상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범행은 그렇게 은폐되는 것처럼 보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무앙경찰서 티티산 서장, 영상이 폭로되면서 지역 경찰서로 전보조치됐다. 아직 신병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국외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사진 SNS
한 경찰의 폭로와 드러나는 진실들

며칠후 해당 경찰서의 한 경찰관이 자신의 친구 변호사에게 문제의 영상을 보냈다. 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변호사는 8월 20일 해당 영상들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게시했다.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경찰은 물론 쁘라윳 총리가 나서 신속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지방경찰청장은 이번 폭행 치사에 모두 13명의 경찰관이 연루됐으며 이들 모두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티티산 서장은 즉시 직위해제되고, 핏사눌록 지방경찰서로 인사조치됐다(네티즌들은 티티산 서장의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핏사눌룩 지방 경찰청장이라며 인사조치가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왕립경찰청에서 파견된 수사팀은 숨진 지라퐁의 구체적인 사인을 찾기위해 그의 집을 찾았지만 그는 시신은 이미 화장된 상태였다. (지라퐁의 아버지는 가해 경찰관들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의 어머니의 생각은 다르다고 방콕포스트가 보도했다)

지역 병원이 발급한 지라퐁의 사망확인서에는 사인이 '암페타민(마약)에 의한 사망' 으로 기재돼 있었다.

티티산 서장의 신병은 아직 확보되지 않고 있다. 그가 국경을 벗어나 이미 해외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돈다. 태국 경찰청은 그와 가족의 통장을 확보하는 등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대부분의 권위주의 국가가 그렇듯 태국 경찰의 부정부패는 심각하다. 방콕 시내 주요 경찰서 서장에 발령 받기 위해서는 500만 바트(1억 8천만 원 정도)의 뇌물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 태국의 국민소득은 우리 소득의 1/4정도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잇달아 체포되고 있다. 왕립경찰청은 주범인 티티산서장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 sns
태국은 지난 2014년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다시 군사정부로 회귀했다.

정권의 정당성이 취약한 정부는 공직자의 부패를 단죄하기도 어렵다.

해마다 6~8% 고성장해 온 태국은 이후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부정부패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나라다.

마약과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얽힌 이번 사건에 숨은 장면 하나.

한 경찰관은 자신이 연루됐으면서도 이 사건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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