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에 설치된 ‘업소용 냉장고’…이웃사랑 십시일반

입력 2022.01.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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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나눔 냉장고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나눔 냉장고

제주의 한 주민센터 입구에 식당에서나 있을법한 큰 냉장고가 설치돼 있습니다. 안에는 김치를 비롯해 두부와 무, 콩나물과 과일 등 신선한 식재료가 들어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직원용 냉장고로 착각할 수 있는데, 이 냉장고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련된 '나눔 냉장고'입니다.

안에 담긴 먹거리는 제주시 노형동 통장협의회를 비롯해 주변 반찬가게와 식당 등에서 기부하는 식재료로 채워집니다. 홀로 사는 노인이나 조손·한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취약 가구에 제공하기 위한 겁니다.

주민센터는 15일에 한 번씩 대상자들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물품은 1인당 3종류까지 가져갈 수 있고, 몸이 불편한 가구에는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주민들이 직접 담근 깍두기 78봉지와 직접 재배한 무를 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에 전달하고 있는 모습지난 17일 주민들이 직접 담근 깍두기 78봉지와 직접 재배한 무를 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에 전달하고 있는 모습

이번에 채워진 깍두기는 맛에 더해 정성이 듬뿍 담겼습니다. 노형동 통장협의회 소속 회원 60여 명이 직접 재배한 무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협의회는 지난해 8월 제주시 해안동 텃밭을 경작해 정성껏 채소를 길렀습니다. 1,650㎡에 달하는 이 밭은 고성룡 노형동 통장협의회장의 밭입니다.

주민들은 이 밭을 '솜뽁살레 텃밭'이라고 부릅니다. 솜뽁은 '가득', 살레는 '반찬을 쌓아 놓는 찬장'을 뜻하는 제주어로, 이웃들에게 제공하는 '푸짐하고 가득한 반찬 공간'을 뜻합니다.

노형동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솜뽁살레 텃밭’노형동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솜뽁살레 텃밭’

고성룡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기부 물품이 부족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나눔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고 회장은 "텃밭뿐만 아니라 밭을 경작하는 주민들이 채소를 제공하는 등 자발적으로 기부에 나서주고 있다"면서 "나눔 냉장고를 통해 어려운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멀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습니다.

나눔 냉장고 사업은 정기적으로 소외 계층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제한되며 집에만 머무는 소외 계층이 직접 센터를 방문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나눔 냉장고’에 기부할 깍두기를 만들고 있는 노형동 통장협의회 주민들지난 15일 ‘나눔 냉장고’에 기부할 깍두기를 만들고 있는 노형동 통장협의회 주민들

이영림 노형동 맞춤형복지팀장은 "은둔형인 취약 가구는 복지 관리가 힘든데, 사업이 시작된 이후 센터를 방문하는 사례가 늘어 자동적으로 점검이 가능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부족한 인력 탓에 일일이 찾아가지 못하는 행정 공백을 채워주고 있는 겁니다.

이 팀장은 또 "물품을 받으러 오시지 않으면 직원들이 나눔 대장을 체크하고 전화를 드리고 있다"면서 "전에는 자생단체에서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마다 봉사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상시적으로 이웃을 돌보는 체계가 마련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나눔 냉장고는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복지 문화를 만들어 가는 따듯한 공동체 확립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 (사진=제주시)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 (사진=제주시)

노형동주민센터는 나눔 냉장고를 비롯해 식료품이나 가공품, 일상생활용품, 학용품 등도 기부받아 취약 센터에서 직접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민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265차례에 걸쳐 3천만 원 상당의 기부가 이뤄졌고, 이 기간 마을 취약계층 2,700여 명에게 반찬과 물품이 전달됐습니다.

노형동 주민센터는 "나눔 사업은 누구나 십시일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또 어려운 이웃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며 많은 참여를 부탁했습니다.

나눔 냉장고는 오늘도 이웃들의 온기로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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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센터에 설치된 ‘업소용 냉장고’…이웃사랑 십시일반
    • 입력 2022-01-20 08:01:24
    취재K
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나눔 냉장고
제주의 한 주민센터 입구에 식당에서나 있을법한 큰 냉장고가 설치돼 있습니다. 안에는 김치를 비롯해 두부와 무, 콩나물과 과일 등 신선한 식재료가 들어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직원용 냉장고로 착각할 수 있는데, 이 냉장고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련된 '나눔 냉장고'입니다.

안에 담긴 먹거리는 제주시 노형동 통장협의회를 비롯해 주변 반찬가게와 식당 등에서 기부하는 식재료로 채워집니다. 홀로 사는 노인이나 조손·한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취약 가구에 제공하기 위한 겁니다.

주민센터는 15일에 한 번씩 대상자들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물품은 1인당 3종류까지 가져갈 수 있고, 몸이 불편한 가구에는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주민들이 직접 담근 깍두기 78봉지와 직접 재배한 무를 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에 전달하고 있는 모습
이번에 채워진 깍두기는 맛에 더해 정성이 듬뿍 담겼습니다. 노형동 통장협의회 소속 회원 60여 명이 직접 재배한 무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협의회는 지난해 8월 제주시 해안동 텃밭을 경작해 정성껏 채소를 길렀습니다. 1,650㎡에 달하는 이 밭은 고성룡 노형동 통장협의회장의 밭입니다.

주민들은 이 밭을 '솜뽁살레 텃밭'이라고 부릅니다. 솜뽁은 '가득', 살레는 '반찬을 쌓아 놓는 찬장'을 뜻하는 제주어로, 이웃들에게 제공하는 '푸짐하고 가득한 반찬 공간'을 뜻합니다.

노형동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솜뽁살레 텃밭’
고성룡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기부 물품이 부족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나눔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고 회장은 "텃밭뿐만 아니라 밭을 경작하는 주민들이 채소를 제공하는 등 자발적으로 기부에 나서주고 있다"면서 "나눔 냉장고를 통해 어려운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멀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습니다.

나눔 냉장고 사업은 정기적으로 소외 계층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제한되며 집에만 머무는 소외 계층이 직접 센터를 방문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나눔 냉장고’에 기부할 깍두기를 만들고 있는 노형동 통장협의회 주민들
이영림 노형동 맞춤형복지팀장은 "은둔형인 취약 가구는 복지 관리가 힘든데, 사업이 시작된 이후 센터를 방문하는 사례가 늘어 자동적으로 점검이 가능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부족한 인력 탓에 일일이 찾아가지 못하는 행정 공백을 채워주고 있는 겁니다.

이 팀장은 또 "물품을 받으러 오시지 않으면 직원들이 나눔 대장을 체크하고 전화를 드리고 있다"면서 "전에는 자생단체에서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마다 봉사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상시적으로 이웃을 돌보는 체계가 마련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나눔 냉장고는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복지 문화를 만들어 가는 따듯한 공동체 확립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 (사진=제주시)
노형동주민센터는 나눔 냉장고를 비롯해 식료품이나 가공품, 일상생활용품, 학용품 등도 기부받아 취약 센터에서 직접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민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265차례에 걸쳐 3천만 원 상당의 기부가 이뤄졌고, 이 기간 마을 취약계층 2,700여 명에게 반찬과 물품이 전달됐습니다.

노형동 주민센터는 "나눔 사업은 누구나 십시일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또 어려운 이웃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며 많은 참여를 부탁했습니다.

나눔 냉장고는 오늘도 이웃들의 온기로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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