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조 원’ 세계 3대 연기금, 삼성전자에 “RE100 고려하라”
입력 2022.02.17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가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삼성전자 등 10개 국내 기업에 보낸 편지
지난 3일 열린 20대 대선 첫 TV토론에서 'RE100(알이백)'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나흘 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편지를 보낸 곳은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입니다. APG는 연금자산 규모가 850조 원에 달하며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입니다.
APG가 투자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 등이며, 투자 금액은 10조 원 규모입니다. 그중 삼성전자에는 2조 9천억 원을 투자했고, APG는 삼성전자 지분 0.5%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44%입니다.
편지는 글로벌기업 위상에 걸맞은 탄소배출 감축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크게 5개 질문과 건의로 이뤄져 있습니다.
APG 편지 주요 내용 ①기존에 발표했던 탄소배출 감축 전략이 미래지향적이고, 시대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보십니까? ②지난 5년간 탄소배출 감축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십니까? ③보다 전향적이고 혁신적인 탄소배출 감축 선언과 실행방안을 준비한다면 정기주주총회 전후로 발표하실 것을 건의 드립니다. ④기후위기 이슈를 중심으로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경영과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있나요? ⑤기후위기 대응과 탄소배출 감축 문제에 대해 일관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까? |
■ APG "삼성전자는 탄소 배출량 늘고 있다"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GP)의 편지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제철 등 총 10개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편지를 보낸 기업은 삼성전자였습니다.
특히, APG는 삼성전자에 주목했습니다. 이유는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IT 기업이지만, 탄소배출 감축이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APG는 삼성전자가 매출액 대비 탄소 배출량이 동종업계 회사보다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의 탄소 배출량은 계속 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APG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비교했습니다.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RE100에도 가입했지만, 삼성전자는 RE100 가입도 탄소중립 선언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애플 공식홈페이지에 소개된 애플의 탄소중립 선언
편지를 보낸 사람은 박유경 APG 이사입니다. 박 이사는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책임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총괄이사입니다.
박 이사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주주 행동의 첫 걸음이라고 설명합니다. 지난해 10월, 박 이사는 "한국의 대표기업 10곳을 추려 주주 행동을 시작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연관기사] [단독] “석탄발전소 퇴출 위해 한국 기업에 주주행동”…세계 최대 투자모임의 경고 (2021.10.11)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97643
박 이사는 편지에 RE100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RE100 가입을 포함한 탄소배출 감축 행동을 고려해달라는 의미로 편지를 부쳤다고 말했습니다.
박 이사는 "삼성전자와는 그동안 이사회 등과 소통을 계속 했지만, 공식 서한은 처음이다"라면서 "현재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충분한지 검토해달라는 의미로 보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RE100 가입 등을 고려해달라'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박 이사는 이번 편지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요주주로서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해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의미입니다. 박 이사는 "다른 주주들도 이와 관련해 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삼성전자 "미국·중국·유럽에선 재생에너지 100%"…한국은?
이번에는 편지를 받은 삼성전자에 APG의 요청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RE100 가입 등 구체적인 탄소중립 선언은 아직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삼성전자는 탄소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사용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에 '미국과 중국, 유럽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겠다'라고 발표했고, 2020년에 이 목표를 이뤘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경우 현실 여건을 고려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는 입장만 내놓았습니다.
쉽게 말해서, 중국 시안과 미국 텍사스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선 지금 재생에너지 전력을 쓰고 있지만, 경기도 평택 등 국내 반도체 공장에선 재생에너지 전력을 못 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유는 국내 전력시장 구조입니다. 석탄과 원자력 중심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한국전력이 전력 판매를 독점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딥니다. 규모가 작은 만큼 재생에너지 단가도 비쌉니다. 때문에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하려면 해외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합니다.
[연관기사] “RE100,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2.02.07)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8833
■ 삼성전자 라이벌 '타이완 TSMC'는 '재생에너지 잰걸음'
애플과 구글 등 세계적 기업들이 RE100 선언했습니다. 이들 기업에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을 납품하려면 재생에너지 전력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공장의 경쟁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중 하나인 타이완의 TSMC도 RE100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구입에 나섰습니다. 애플과 구글 등 세계적 IT 기업에 납품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침 타이완 정부도 탈원전을 하는 대신 해상 풍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력·에너지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애플과 구글 등이 주요 고객이니까 협력업체는 RE100을 해야 한다. 대만의 TSMC가 최근에 대만 해역의 해상풍력 전력을 구매계약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해외 사업장의 경우 사실상 RE100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국내 반도체 공장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치권에선 RE100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중요한지 아닌지를 가지고 논쟁을 하지만, 기업은 RE100을 서두르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RE100을 정치나 이념의 문제로 논쟁을 벌일 여유가 없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850조 원’ 세계 3대 연기금, 삼성전자에 “RE100 고려하라”
-
- 입력 2022-02-17 08:00:04
지난 3일 열린 20대 대선 첫 TV토론에서 'RE100(알이백)'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나흘 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편지를 보낸 곳은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입니다. APG는 연금자산 규모가 850조 원에 달하며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입니다.
APG가 투자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 등이며, 투자 금액은 10조 원 규모입니다. 그중 삼성전자에는 2조 9천억 원을 투자했고, APG는 삼성전자 지분 0.5%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44%입니다.
편지는 글로벌기업 위상에 걸맞은 탄소배출 감축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크게 5개 질문과 건의로 이뤄져 있습니다.
APG 편지 주요 내용 ①기존에 발표했던 탄소배출 감축 전략이 미래지향적이고, 시대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보십니까? ②지난 5년간 탄소배출 감축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십니까? ③보다 전향적이고 혁신적인 탄소배출 감축 선언과 실행방안을 준비한다면 정기주주총회 전후로 발표하실 것을 건의 드립니다. ④기후위기 이슈를 중심으로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경영과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있나요? ⑤기후위기 대응과 탄소배출 감축 문제에 대해 일관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까? |
■ APG "삼성전자는 탄소 배출량 늘고 있다"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GP)의 편지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제철 등 총 10개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편지를 보낸 기업은 삼성전자였습니다.
특히, APG는 삼성전자에 주목했습니다. 이유는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IT 기업이지만, 탄소배출 감축이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APG는 삼성전자가 매출액 대비 탄소 배출량이 동종업계 회사보다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의 탄소 배출량은 계속 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APG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비교했습니다.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RE100에도 가입했지만, 삼성전자는 RE100 가입도 탄소중립 선언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박유경 APG 이사입니다. 박 이사는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책임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총괄이사입니다.
박 이사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주주 행동의 첫 걸음이라고 설명합니다. 지난해 10월, 박 이사는 "한국의 대표기업 10곳을 추려 주주 행동을 시작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연관기사] [단독] “석탄발전소 퇴출 위해 한국 기업에 주주행동”…세계 최대 투자모임의 경고 (2021.10.11)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97643
박 이사는 편지에 RE100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RE100 가입을 포함한 탄소배출 감축 행동을 고려해달라는 의미로 편지를 부쳤다고 말했습니다.
박 이사는 "삼성전자와는 그동안 이사회 등과 소통을 계속 했지만, 공식 서한은 처음이다"라면서 "현재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충분한지 검토해달라는 의미로 보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RE100 가입 등을 고려해달라'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박 이사는 이번 편지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요주주로서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해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의미입니다. 박 이사는 "다른 주주들도 이와 관련해 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삼성전자 "미국·중국·유럽에선 재생에너지 100%"…한국은?
이번에는 편지를 받은 삼성전자에 APG의 요청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RE100 가입 등 구체적인 탄소중립 선언은 아직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삼성전자는 탄소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사용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에 '미국과 중국, 유럽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겠다'라고 발표했고, 2020년에 이 목표를 이뤘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경우 현실 여건을 고려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는 입장만 내놓았습니다.
쉽게 말해서, 중국 시안과 미국 텍사스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선 지금 재생에너지 전력을 쓰고 있지만, 경기도 평택 등 국내 반도체 공장에선 재생에너지 전력을 못 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유는 국내 전력시장 구조입니다. 석탄과 원자력 중심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한국전력이 전력 판매를 독점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딥니다. 규모가 작은 만큼 재생에너지 단가도 비쌉니다. 때문에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하려면 해외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합니다.
[연관기사] “RE100,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2.02.07)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8833
■ 삼성전자 라이벌 '타이완 TSMC'는 '재생에너지 잰걸음'
애플과 구글 등 세계적 기업들이 RE100 선언했습니다. 이들 기업에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을 납품하려면 재생에너지 전력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공장의 경쟁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중 하나인 타이완의 TSMC도 RE100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구입에 나섰습니다. 애플과 구글 등 세계적 IT 기업에 납품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침 타이완 정부도 탈원전을 하는 대신 해상 풍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력·에너지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애플과 구글 등이 주요 고객이니까 협력업체는 RE100을 해야 한다. 대만의 TSMC가 최근에 대만 해역의 해상풍력 전력을 구매계약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해외 사업장의 경우 사실상 RE100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국내 반도체 공장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치권에선 RE100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중요한지 아닌지를 가지고 논쟁을 하지만, 기업은 RE100을 서두르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RE100을 정치나 이념의 문제로 논쟁을 벌일 여유가 없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