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윤 대통령 동창 온다”…중국, 이례적 관심

입력 2022.06.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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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오랜 중국 연구자를 신임 대사에 내정, 한·중 관계 증진 기대’라는 제목과 함께 정재호 서울대 교수의 주중 한국대사 내정 사실을 전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오랜 중국 연구자를 신임 대사에 내정, 한·중 관계 증진 기대’라는 제목과 함께 정재호 서울대 교수의 주중 한국대사 내정 사실을 전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주요국 대사들의 면면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신임 중국 대사로는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내정됐습니다. 정 교수의 대사 내정 사실을 중국 매체들도 보도하고 있습니다. 상대국의 동의를 얻는 아그레망 등 외교적 절차가 남은 상황에서 중국 관영매체들의 신속한 보도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 중국 관영매체, 주중 한국대사 내정자 주목…"윤 대통령 고교 동창"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보도가 특히 눈에 띕니다. 정 내정자의 사진과 함께 실은 기사의 제목은 '신임 주중 한국 대사는 윤석열의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환구시보는 정 내정자를 대통령의 고교, 대학 동문이자 미·중 관계를 연구한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라고 소개했습니다.

환구시보는 정재호 내정자가 한·중 학계의 저명 인사이며 중국 내 다수의 전문가와 교류하고 접촉해 중국 사정에 밝은 편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평가했습니다. 다만 학술 연구와 외교는 명확히 구별되며 윤석열 정부 출범 뒤 한·중 관계는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내정자가 특기를 발휘해 취임 후 한·중 관계를 더욱 공고화히 발전시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내정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10여 년 한국 정부가 중국을 두려워하는 '공중증' 상태가 악화됐다며 중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고 평가한 한겨레 신문의 보도도 그대로 인용해 실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지난 8일 ‘신임 주중 한국대사는 윤석열의 고교 동창’이라는 제목과 함께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내정자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지난 8일 ‘신임 주중 한국대사는 윤석열의 고교 동창’이라는 제목과 함께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내정자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역시 정재호 내정자는 중국에서 일하고 공부해 중국어에 능통하다며, 한·중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중국 관영매체, '중국통' 대사에 기대감 보이면서도 "지켜보겠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중국 전문가이자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사를 자국 주재 대사로 기용한 데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정권 교체 이후 양국 관계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왔습니다. 무엇보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지정학적으로 미·중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국의 정치 동향을 예민하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정책을 비판해온 점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와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 쿼드와의 협력 의사를 밝혔습니다. 모두 중국이 부담스러워하는 내용입니다. 환구시보는 대선 기간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을 '친중'이라 평가하면서, 한국 내 반중 감정이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줄지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새 정부의 중국 대사 내정자가 알려지자, 관영매체들이 곧바로 그의 경력과 대통령과의 관계, 중국에 대한 시각 등을 소개한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특히 한국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중국 측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내정자(오른쪽 두 번째)는  지난 4월 ‘한미 정책협의단’ 단원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사진: 연합뉴스)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내정자(오른쪽 두 번째)는 지난 4월 ‘한미 정책협의단’ 단원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학계 출신 주중 대사가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국회의원을 거치거나(황병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정종욱),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유우익, 장하성)을 지내는 등 정무적, 정책적 경력을 쌓고 부임했습니다. 반면 정 내정자는 학계에서 대사로 직행하는 첫 사례입니다.

■ 정재호 내정자, '미·중 관계 속 한국 외교' 천착

정재호 내정자는 미·중 관계 속 한국은 어떤 외교를 해야 할지에 천착해 연구한 학자입니다. <생존의 기로-21세기 미·중 관계와 한국(서울대 출판문화원)>,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미래(서울대 출판문화원)>, <미·중 관계의 진화: 전략적 경쟁 단계로의 진입?(중소연구)>등 연구 업적의 제목만 봐도 뚜렷한 일관성이 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기는 했으나 그는 2011년 서울대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조어하고 제안한 명민외교(明敏外交)를 설명했습니다. '명석한 이해와 준비에 바탕을 두되 민활한 대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외교'라고 합니다.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적 대처 대신, 현안마다 원칙을 마련해 지속적 문제 의식과 일관된 입장을 갖도록 외교 인적 자원 구성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리 세세히 준비하고 현실적으로 일관성 있게 대응한다, 이런 정도로 요약 가능합니다.

지난해 발간한 정 내정자의 저서 주요 대목들에서도 내정자의 생각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의 한·중 관계를 돌아보면 무역, 투자, 관광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일방적인 의존이 깊어졌고, 또 이러한 의존의 심화가 한국의 전략적·외교적 입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

"결코 제2의 영국이 되지 않으려는 미국과 기필코 제2의 미국이 되려는 중국 사이에서 역내 국가들은 심각한 전략적 딜레마를 겪을 수밖에 없다."

"국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와 내재화가 없기에 … 무엇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와 전략의 구성이 어렵다. 그 결과는 끊임없는 눈치 보기이자 ‘조용한 외교’이며, 이는 곧 국익 손상과 국격(國格)의 상실로 귀결된다."
- <생존의 기로-21세기 미·중 관계와 한국(서울대 출판문화원)>

■ 온기 없는 '한·중 수교 30주년'...대사는 '중국 전문가' 이상 역할 필요

다만 대사는 이 같은 학문적 통찰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외교관 활동은 당연한 것입니다. 여기에 한·중 사드 갈등과 코로나19를 겪으며 급격하게 수가 줄고 살기가 팍팍해진 교민 사회의 사기를 북돋을 넓은 품이 필요합니다. 중국 내부의 규제와 노사 문제, 반한 감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들에 가장 큰 우군이 돼야 합니다. 중국 중앙은 물론 지방 정부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 교민, 기업, 유학생들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홍콩, 타이완을 포함한 중국 내 공관 및 다양한 파견 기관들을 아우르는 행정가 역할도 해야 합니다.

2020년 6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좌담회에서 발언하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TV 출연, 대학 강연, 정치권 소통 등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2020년 6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좌담회에서 발언하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TV 출연, 대학 강연, 정치권 소통 등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중국 당국은 물론 매체를 통한 소통도 필요합니다. '중국통'으로서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경우 한국 방송 매체들에 출연해 유창한 한국어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 내정자는 앞으로 이 같은 다방면의 활동 과정에서 학자 시절 때론 덕목이었던 깐깐함은 잠시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중 관계는 사드 갈등을 겨우 봉합한 상태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이어지고 있는 '한·중 문화 교류의 해'는 코로나19 방역에 가로막혀 슬로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한령으로 불리는 한국 문화 콘텐츠와 관광 등에 대한 규제도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이지만 양국 관계에서 좀처럼 온기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요소수 사태에서 겪었듯 중국발 공급망 문제는 여전히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입니다. 한·중 양국의 국민 감정은 여전히 살얼음판처럼 위태롭습니다. 신임 중국 대사의 어깨 위에 놓일 짐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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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윤 대통령 동창 온다”…중국, 이례적 관심
    • 입력 2022-06-11 08:00:21
    특파원 리포트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오랜 중국 연구자를 신임 대사에 내정, 한·중 관계 증진 기대’라는 제목과 함께 정재호 서울대 교수의 주중 한국대사 내정 사실을 전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주요국 대사들의 면면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신임 중국 대사로는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내정됐습니다. 정 교수의 대사 내정 사실을 중국 매체들도 보도하고 있습니다. 상대국의 동의를 얻는 아그레망 등 외교적 절차가 남은 상황에서 중국 관영매체들의 신속한 보도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 중국 관영매체, 주중 한국대사 내정자 주목…"윤 대통령 고교 동창"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보도가 특히 눈에 띕니다. 정 내정자의 사진과 함께 실은 기사의 제목은 '신임 주중 한국 대사는 윤석열의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환구시보는 정 내정자를 대통령의 고교, 대학 동문이자 미·중 관계를 연구한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라고 소개했습니다.

환구시보는 정재호 내정자가 한·중 학계의 저명 인사이며 중국 내 다수의 전문가와 교류하고 접촉해 중국 사정에 밝은 편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평가했습니다. 다만 학술 연구와 외교는 명확히 구별되며 윤석열 정부 출범 뒤 한·중 관계는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내정자가 특기를 발휘해 취임 후 한·중 관계를 더욱 공고화히 발전시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내정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10여 년 한국 정부가 중국을 두려워하는 '공중증' 상태가 악화됐다며 중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고 평가한 한겨레 신문의 보도도 그대로 인용해 실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지난 8일 ‘신임 주중 한국대사는 윤석열의 고교 동창’이라는 제목과 함께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내정자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역시 정재호 내정자는 중국에서 일하고 공부해 중국어에 능통하다며, 한·중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중국 관영매체, '중국통' 대사에 기대감 보이면서도 "지켜보겠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중국 전문가이자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사를 자국 주재 대사로 기용한 데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정권 교체 이후 양국 관계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왔습니다. 무엇보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지정학적으로 미·중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국의 정치 동향을 예민하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정책을 비판해온 점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와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 쿼드와의 협력 의사를 밝혔습니다. 모두 중국이 부담스러워하는 내용입니다. 환구시보는 대선 기간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을 '친중'이라 평가하면서, 한국 내 반중 감정이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줄지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새 정부의 중국 대사 내정자가 알려지자, 관영매체들이 곧바로 그의 경력과 대통령과의 관계, 중국에 대한 시각 등을 소개한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특히 한국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중국 측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내정자(오른쪽 두 번째)는  지난 4월 ‘한미 정책협의단’ 단원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학계 출신 주중 대사가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국회의원을 거치거나(황병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정종욱),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유우익, 장하성)을 지내는 등 정무적, 정책적 경력을 쌓고 부임했습니다. 반면 정 내정자는 학계에서 대사로 직행하는 첫 사례입니다.

■ 정재호 내정자, '미·중 관계 속 한국 외교' 천착

정재호 내정자는 미·중 관계 속 한국은 어떤 외교를 해야 할지에 천착해 연구한 학자입니다. <생존의 기로-21세기 미·중 관계와 한국(서울대 출판문화원)>,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미래(서울대 출판문화원)>, <미·중 관계의 진화: 전략적 경쟁 단계로의 진입?(중소연구)>등 연구 업적의 제목만 봐도 뚜렷한 일관성이 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기는 했으나 그는 2011년 서울대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조어하고 제안한 명민외교(明敏外交)를 설명했습니다. '명석한 이해와 준비에 바탕을 두되 민활한 대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외교'라고 합니다.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적 대처 대신, 현안마다 원칙을 마련해 지속적 문제 의식과 일관된 입장을 갖도록 외교 인적 자원 구성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리 세세히 준비하고 현실적으로 일관성 있게 대응한다, 이런 정도로 요약 가능합니다.

지난해 발간한 정 내정자의 저서 주요 대목들에서도 내정자의 생각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의 한·중 관계를 돌아보면 무역, 투자, 관광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일방적인 의존이 깊어졌고, 또 이러한 의존의 심화가 한국의 전략적·외교적 입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

"결코 제2의 영국이 되지 않으려는 미국과 기필코 제2의 미국이 되려는 중국 사이에서 역내 국가들은 심각한 전략적 딜레마를 겪을 수밖에 없다."

"국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와 내재화가 없기에 … 무엇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와 전략의 구성이 어렵다. 그 결과는 끊임없는 눈치 보기이자 ‘조용한 외교’이며, 이는 곧 국익 손상과 국격(國格)의 상실로 귀결된다."
- <생존의 기로-21세기 미·중 관계와 한국(서울대 출판문화원)>

■ 온기 없는 '한·중 수교 30주년'...대사는 '중국 전문가' 이상 역할 필요

다만 대사는 이 같은 학문적 통찰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외교관 활동은 당연한 것입니다. 여기에 한·중 사드 갈등과 코로나19를 겪으며 급격하게 수가 줄고 살기가 팍팍해진 교민 사회의 사기를 북돋을 넓은 품이 필요합니다. 중국 내부의 규제와 노사 문제, 반한 감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들에 가장 큰 우군이 돼야 합니다. 중국 중앙은 물론 지방 정부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 교민, 기업, 유학생들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홍콩, 타이완을 포함한 중국 내 공관 및 다양한 파견 기관들을 아우르는 행정가 역할도 해야 합니다.

2020년 6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좌담회에서 발언하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TV 출연, 대학 강연, 정치권 소통 등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중국 당국은 물론 매체를 통한 소통도 필요합니다. '중국통'으로서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경우 한국 방송 매체들에 출연해 유창한 한국어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 내정자는 앞으로 이 같은 다방면의 활동 과정에서 학자 시절 때론 덕목이었던 깐깐함은 잠시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중 관계는 사드 갈등을 겨우 봉합한 상태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이어지고 있는 '한·중 문화 교류의 해'는 코로나19 방역에 가로막혀 슬로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한령으로 불리는 한국 문화 콘텐츠와 관광 등에 대한 규제도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이지만 양국 관계에서 좀처럼 온기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요소수 사태에서 겪었듯 중국발 공급망 문제는 여전히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입니다. 한·중 양국의 국민 감정은 여전히 살얼음판처럼 위태롭습니다. 신임 중국 대사의 어깨 위에 놓일 짐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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