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킹 달러’ 속 유럽 물건 싹쓸이하는 미국인…부도 위기 내몰린 개도국

입력 2022.07.26 (10:52) 수정 2022.07.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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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달 들어 미국 달러화가 1달러에 1,300원을 넘었습니다.

달러가 이렇게 초강세면 당장 기름값과 식료품 등 수입 물가가 올라 걱정인데요.

전 세계가 고환율로 고민이 큰 가운데 이익과 손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홍석우 기자와 분석해봅니다.

먼저 이익 보는 쪽은 어디인가요?

[기자]

네, 휴가철을 맞은 미국인들입니다.

미국인들이 '달러'를 싸 들고 유럽에 가서 쇼핑에 나섰다는 소식을 외신들이 전했습니다.

특히 유명 브랜드의 가방이나 보석, 시계류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데, 보시다시피 가격이 미국보다 저렴합니다.

지난달 유럽 현지에서 미국 여행객들이 쓴 돈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6월과 비교해 56%나 폭증했는데요.

유럽에서 부동산을 사려는 미국인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주택 쇼핑까지요?

달러 가치가 얼마나 오른 겁니까?

[기자]

이번 달러 강세를 두고 '킹 달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대표 안전 자산인 '금'도 달러 앞에선 맥을 못 추고 있을 정도인데요.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지난주 108선도 뚫었다가 현재는 106선으로 내려왔는데요.

이 같은 달러 '초강세' 속에 주요국들의 통화 가치는 줄줄이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선진국 통화인 유로화조차 '1유로=1달러' 공식이 깨졌고요.

일본 엔화의 약세는 더 두드러집니다.

올해 들어서만 17% 넘게 떨어졌습니다.

[앵커]

'달러'로 돈이 몰리는 건 무엇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나요?

[기자]

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려서 그렇습니다.

물가가 4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상황인데요.

이번 주가 아주 중요합니다. FOMC, 통화정책 회의가 열리는데요.

미 연준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섰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합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 금리는 연 2.25% 내지 2.5%가 돼, 유럽과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보다도 더 높아지게 됩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지금 금리를 계속 올릴 거라고 하잖아요?

[기자]

네, 그동안에는 '환율 전쟁'이라고 했죠.

그러니까 자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국가마다 통화 가치를 서로 낮추려고 했는데요.

이제는 반대로 '역환율 전쟁' 즉, 저마다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싸도 너무 비싸진 달러가 수입 물가를 흔들다 보니 금리를 올려 물가를 떨어뜨려 보겠다는 거죠.

[앵커]

'역환율 전쟁'의 핵심은 그럼,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유럽중앙은행도 유로화의 가치 방어를 위해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는데요.

애초 전망의 두 배인 0.5%포인트를 한 번에 인상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 2분기에만 55개 나라 중앙은행이 모두 62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이상 기준금리를 올렸고요.

이달에만도 18차례나 됩니다.

[카르스텐 브제스키/ING 수석 연구원 : "물가가 최근 여러 달, 사실 지난해부터 지나치게 급등하고 있습니다. 9월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그런데 미국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기업들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는데,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같은 돈을 벌어도 손에 달러로 쥘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넷플릭스의 경우, 올 2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8.6% 올랐는데요.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13%에 달했을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처럼 '킹 달러'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1조 원가량이나 줄어들 거란 추산입니다.

[앵커]

국가별로는 이런 상황 속에 더 큰 손해를 보는 나라들도 많겠네요?

[기자]

네, 저개발 국가들은 연쇄 부도 위기에 몰렸습니다.

달러가 비싸지니까 달러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그나마 있는 달러까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네팔과 파키스탄은 술, 담배는 물론이고 자동차 '수입'까지 금지했고요.

미얀마는 심지어 의약품 수입까지 제한하고 나섰습니다.

이처럼 저개발국들은 필사적으로 자본 유출을 막고 있지만, 물가가 치솟으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이미 외환 위기에 들어간 스리랑카 다음으로 엘살바도르,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등 5개 나라가 국가 부도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달러 강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기자]

이번 주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미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특히, 파월 의장이 어떤 말을 할지가 가장 관심인데요.

눈여겨볼 건 미국의 2분기 GDP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입니다.

최근 국제유가와 곡물,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정점을 지났어도 지금의 고물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일단 이번 주가 중요하군요, 지켜봐야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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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6 10:52:48
    • 수정2022-07-26 11:00:03
    지구촌뉴스
[앵커]

이달 들어 미국 달러화가 1달러에 1,300원을 넘었습니다.

달러가 이렇게 초강세면 당장 기름값과 식료품 등 수입 물가가 올라 걱정인데요.

전 세계가 고환율로 고민이 큰 가운데 이익과 손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홍석우 기자와 분석해봅니다.

먼저 이익 보는 쪽은 어디인가요?

[기자]

네, 휴가철을 맞은 미국인들입니다.

미국인들이 '달러'를 싸 들고 유럽에 가서 쇼핑에 나섰다는 소식을 외신들이 전했습니다.

특히 유명 브랜드의 가방이나 보석, 시계류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데, 보시다시피 가격이 미국보다 저렴합니다.

지난달 유럽 현지에서 미국 여행객들이 쓴 돈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6월과 비교해 56%나 폭증했는데요.

유럽에서 부동산을 사려는 미국인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주택 쇼핑까지요?

달러 가치가 얼마나 오른 겁니까?

[기자]

이번 달러 강세를 두고 '킹 달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대표 안전 자산인 '금'도 달러 앞에선 맥을 못 추고 있을 정도인데요.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지난주 108선도 뚫었다가 현재는 106선으로 내려왔는데요.

이 같은 달러 '초강세' 속에 주요국들의 통화 가치는 줄줄이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선진국 통화인 유로화조차 '1유로=1달러' 공식이 깨졌고요.

일본 엔화의 약세는 더 두드러집니다.

올해 들어서만 17% 넘게 떨어졌습니다.

[앵커]

'달러'로 돈이 몰리는 건 무엇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나요?

[기자]

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려서 그렇습니다.

물가가 4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상황인데요.

이번 주가 아주 중요합니다. FOMC, 통화정책 회의가 열리는데요.

미 연준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섰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합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 금리는 연 2.25% 내지 2.5%가 돼, 유럽과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보다도 더 높아지게 됩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지금 금리를 계속 올릴 거라고 하잖아요?

[기자]

네, 그동안에는 '환율 전쟁'이라고 했죠.

그러니까 자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국가마다 통화 가치를 서로 낮추려고 했는데요.

이제는 반대로 '역환율 전쟁' 즉, 저마다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싸도 너무 비싸진 달러가 수입 물가를 흔들다 보니 금리를 올려 물가를 떨어뜨려 보겠다는 거죠.

[앵커]

'역환율 전쟁'의 핵심은 그럼,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유럽중앙은행도 유로화의 가치 방어를 위해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는데요.

애초 전망의 두 배인 0.5%포인트를 한 번에 인상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 2분기에만 55개 나라 중앙은행이 모두 62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이상 기준금리를 올렸고요.

이달에만도 18차례나 됩니다.

[카르스텐 브제스키/ING 수석 연구원 : "물가가 최근 여러 달, 사실 지난해부터 지나치게 급등하고 있습니다. 9월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그런데 미국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기업들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는데,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같은 돈을 벌어도 손에 달러로 쥘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넷플릭스의 경우, 올 2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8.6% 올랐는데요.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13%에 달했을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처럼 '킹 달러'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1조 원가량이나 줄어들 거란 추산입니다.

[앵커]

국가별로는 이런 상황 속에 더 큰 손해를 보는 나라들도 많겠네요?

[기자]

네, 저개발 국가들은 연쇄 부도 위기에 몰렸습니다.

달러가 비싸지니까 달러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그나마 있는 달러까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네팔과 파키스탄은 술, 담배는 물론이고 자동차 '수입'까지 금지했고요.

미얀마는 심지어 의약품 수입까지 제한하고 나섰습니다.

이처럼 저개발국들은 필사적으로 자본 유출을 막고 있지만, 물가가 치솟으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이미 외환 위기에 들어간 스리랑카 다음으로 엘살바도르,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등 5개 나라가 국가 부도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달러 강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기자]

이번 주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미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특히, 파월 의장이 어떤 말을 할지가 가장 관심인데요.

눈여겨볼 건 미국의 2분기 GDP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입니다.

최근 국제유가와 곡물,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정점을 지났어도 지금의 고물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일단 이번 주가 중요하군요, 지켜봐야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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