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전수분석]① 60만 명이 지하에 산다…‘고령·혼자·장애인’ 비중 높아

입력 2022.09.19 (16:10) 수정 2022.09.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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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록적 폭우로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이 숨진 '신림동 반지하의 비극' 이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사고 직후 서울시는 반지하 주거를 퇴출시킨다고 했고, 국토부도 이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보다는 주거 실태와 원인을 더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데, 이 조사 결과 지금까지 없었던 게 아닙니다.

5년에 한 번씩 나오는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나라 400만 가구, 인구 천만 명의 주거 실태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크고 정확한 정부 조사입니다.

KBS는 반지하 거주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이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현재까지 그나마 실태를 분석해놓은 데이터가 '2020년 국토부 주거실태조사'로, 여기서 조사한 반지하거주 가구 표본은 613가구에 불과한데, 전수 분석한 데이터의 표본은 이보다 100배 정도 더 많은 5만 8천 가구입니다.

신뢰도가 가장 높은 통계에 대해 정부가 분석을 하지 않은 사이, KBS가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진행해 살펴본 반지하 가구의 주요 특징은 이렇습니다.


■ 전국 반지하 인구 60만 명…서울 35만 5천 명

인구주택총조사는 누가, 왜, 어디에, 얼마에, 어떤 환경에 사는지를 40여 문항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있습니다.

기존에 공개되지 않은 안구 수치가 바로 나왔습니다.

이미 익히 알려진 전국의 반지하 가구 32만 7천 호에 더해, 확인된 반지하 거주 인구는 59만 9천 명으로 60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서울에 반지하 인구가 가장 많았는데, 20만 가구에 35만 5천 명으로 25명 중 한 명꼴이 지하에 살고 있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침수피해가 컸던 관악구 3만 4천 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광진구, 중랑구가 2만 3천 명 정도였고, 다음으로 강북구(21,133 명), 은평구(19,798 명), 강동구(18,007 명) 순이었습니다.

■ '고령·혼자·장애인' 비중 높아

인구주택총조사 분석을 통해 반지하에 사람들의 특성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많이 사는지 자세히 살펴봤더니 세 가지 키워드가 나왔습니다.

'고령·1인 가구·장애인'이었습니다.


반지하에 살고 있는 60살 이상 고령층은 17만 6천 여명으로 그 비율은 29%였습니다. 전체 고령층 비율보다 6%P 높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전체 1인 가구 비율은 31.7%인데, 반지하의 경우 55.7%였습니다. 20%p 차이가 나는 건데, 반지하에 사는 사람 2명 중 1명 넘게 혼자 산다는 얘깁니다.


장애는 건강 문제에 따른 활동 제약 여부로 추려봤습니다. 이 기준으로 장애인과 함께 반지하에 4만 7천 7백 가구가 살고 있는데, 비율로 보면 14.6%로 전체인 경우 10.7%와 따져보면 4%P 높습니다.

'신림 반지하의 비극'처럼 장애인 가구거나 고령에 혼자 사는 비율이 높은게 통계적으로 확인된건데, 그만큼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 더 취약하단 얘깁니다.


하지만, 화재가 났을 때 필요한 경보기, 소화기가 없는 곳. 반지하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반지하 가구 가운데 65.2%가 소화기가 없었고 화재경보기는 75.8%가 없었습니다.


주거 환경의 경우 반지하는 평균 2.9개 방이 있었는데 전체 가구 3.7개 보다 적습니다.
특히 방이 1개, 2개로 비교적 적은 경우도 반지하는 각각 13.7%, 17.2%였는데 전체인 경우(방 1개:5.8%, 방 2개: 7.6%)보다 2배 이상이었습니다.

7명중 1명 정부지원금…"일하지 않았다" 38.6%

그렇다면 반지하 가구의 경제력에 대해서도 분석해봤습니다.


생활비 원천 조사에서 기초 수급 등 국가 및 지자체 보조를 받는 다고 답한 비율은 반지하 가구가 15.5%였습니다. 전체 가구 9%보다 6%포인트가 더 높았습니다.

인구주택총조사에는 경제활동 여부도 분석해봤습니다.

가구주가 조사시점으로부터 '지난 1주일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반지하의 경우 38.6%였고 전체가구는 29.5%로 차이가 났습니다.

'주로 일하였다'는 응답은 반지하의 경우 55.7%, 전체는 66.1%였습니다.

이렇게 사회 취약계층이 더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지하 가구, 실제 KBS가 찾아가 확인한 주거 환경은 정말 열악했고 재난에 취약해보였습니다.

곰팡이 냄새에 중독됐다 하는가하면 천식·비염을 달고 산다고 말한 반지하 사람들...습기 때문에 여름에도 난방을 켜놓고 있었습니다.

2020년 통계청 인구조사 전수 분석과 현장 취재를 통한 반지하 가구 실태는 오늘(19일) 밤 KBS 9시 뉴스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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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지하 전수분석]① 60만 명이 지하에 산다…‘고령·혼자·장애인’ 비중 높아
    • 입력 2022-09-19 16:10:18
    • 수정2022-09-19 16:11:56
    취재K

지난달 기록적 폭우로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이 숨진 '신림동 반지하의 비극' 이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사고 직후 서울시는 반지하 주거를 퇴출시킨다고 했고, 국토부도 이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보다는 주거 실태와 원인을 더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데, 이 조사 결과 지금까지 없었던 게 아닙니다.

5년에 한 번씩 나오는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나라 400만 가구, 인구 천만 명의 주거 실태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크고 정확한 정부 조사입니다.

KBS는 반지하 거주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이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현재까지 그나마 실태를 분석해놓은 데이터가 '2020년 국토부 주거실태조사'로, 여기서 조사한 반지하거주 가구 표본은 613가구에 불과한데, 전수 분석한 데이터의 표본은 이보다 100배 정도 더 많은 5만 8천 가구입니다.

신뢰도가 가장 높은 통계에 대해 정부가 분석을 하지 않은 사이, KBS가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진행해 살펴본 반지하 가구의 주요 특징은 이렇습니다.


■ 전국 반지하 인구 60만 명…서울 35만 5천 명

인구주택총조사는 누가, 왜, 어디에, 얼마에, 어떤 환경에 사는지를 40여 문항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있습니다.

기존에 공개되지 않은 안구 수치가 바로 나왔습니다.

이미 익히 알려진 전국의 반지하 가구 32만 7천 호에 더해, 확인된 반지하 거주 인구는 59만 9천 명으로 60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서울에 반지하 인구가 가장 많았는데, 20만 가구에 35만 5천 명으로 25명 중 한 명꼴이 지하에 살고 있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침수피해가 컸던 관악구 3만 4천 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광진구, 중랑구가 2만 3천 명 정도였고, 다음으로 강북구(21,133 명), 은평구(19,798 명), 강동구(18,007 명) 순이었습니다.

■ '고령·혼자·장애인' 비중 높아

인구주택총조사 분석을 통해 반지하에 사람들의 특성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많이 사는지 자세히 살펴봤더니 세 가지 키워드가 나왔습니다.

'고령·1인 가구·장애인'이었습니다.


반지하에 살고 있는 60살 이상 고령층은 17만 6천 여명으로 그 비율은 29%였습니다. 전체 고령층 비율보다 6%P 높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전체 1인 가구 비율은 31.7%인데, 반지하의 경우 55.7%였습니다. 20%p 차이가 나는 건데, 반지하에 사는 사람 2명 중 1명 넘게 혼자 산다는 얘깁니다.


장애는 건강 문제에 따른 활동 제약 여부로 추려봤습니다. 이 기준으로 장애인과 함께 반지하에 4만 7천 7백 가구가 살고 있는데, 비율로 보면 14.6%로 전체인 경우 10.7%와 따져보면 4%P 높습니다.

'신림 반지하의 비극'처럼 장애인 가구거나 고령에 혼자 사는 비율이 높은게 통계적으로 확인된건데, 그만큼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 더 취약하단 얘깁니다.


하지만, 화재가 났을 때 필요한 경보기, 소화기가 없는 곳. 반지하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반지하 가구 가운데 65.2%가 소화기가 없었고 화재경보기는 75.8%가 없었습니다.


주거 환경의 경우 반지하는 평균 2.9개 방이 있었는데 전체 가구 3.7개 보다 적습니다.
특히 방이 1개, 2개로 비교적 적은 경우도 반지하는 각각 13.7%, 17.2%였는데 전체인 경우(방 1개:5.8%, 방 2개: 7.6%)보다 2배 이상이었습니다.

7명중 1명 정부지원금…"일하지 않았다" 38.6%

그렇다면 반지하 가구의 경제력에 대해서도 분석해봤습니다.


생활비 원천 조사에서 기초 수급 등 국가 및 지자체 보조를 받는 다고 답한 비율은 반지하 가구가 15.5%였습니다. 전체 가구 9%보다 6%포인트가 더 높았습니다.

인구주택총조사에는 경제활동 여부도 분석해봤습니다.

가구주가 조사시점으로부터 '지난 1주일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반지하의 경우 38.6%였고 전체가구는 29.5%로 차이가 났습니다.

'주로 일하였다'는 응답은 반지하의 경우 55.7%, 전체는 66.1%였습니다.

이렇게 사회 취약계층이 더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지하 가구, 실제 KBS가 찾아가 확인한 주거 환경은 정말 열악했고 재난에 취약해보였습니다.

곰팡이 냄새에 중독됐다 하는가하면 천식·비염을 달고 산다고 말한 반지하 사람들...습기 때문에 여름에도 난방을 켜놓고 있었습니다.

2020년 통계청 인구조사 전수 분석과 현장 취재를 통한 반지하 가구 실태는 오늘(19일) 밤 KBS 9시 뉴스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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