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적응 훈련’하다가 숨진 이등병…사망 원인은?

입력 2023.01.16 (15:18) 수정 2023.01.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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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받다가 숨진 고(故) 최민서 씨 (사진제공 : 유가족)훈련받다가 숨진 고(故) 최민서 씨 (사진제공 : 유가족)

■ '내한 훈련' 참여했던 20대 병사 돌연사…군 당국 "유족 때문에 언론 보도 자제 요청"

강원도 태백시의 한 육군 부대에서 이등병인 최민서 씨가 혹한기에 앞서 추위에 적응하는 훈련, 이른바 '내한 훈련'에 참여했다가 갑자기 숨졌습니다.

최 씨는 지난 11일 밤 10시쯤 부대 연병장에 설치된 2인용 텐트에서 잠을 잤고, 다음 날인 12일 아침 7시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KBS는 사고 당일 이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화했습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숨진 최 씨의 아버지가 이 소식이 보도되는 것을 원하는 않는다고 기자에게 전했습니다. 이를 고려해 이 뉴스는 TV에서는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군 당국은 또 부검 결과도 파악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고, KBS는 다수의 취재원을 통해 사고 내용을 더 파악했음에도 후속 보도를 보류해야 했습니다. 기사화가 되면 억측과 소문이 난무해 유가족이 피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 유가족이 KBS에 먼저 연락…"보도 자제 요청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뒤 사흘 뒤 유가족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유가족은 군대가 이 사건을 제대로 진상 규명하길 원한다며, 군대에 아들의 사망 소식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는 군 당국에 유가족의 반응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그랬더니 군 당국은 유가족이 사실이 왜곡된 보도를 원치 않아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이 나오면 해당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자대 배치받은 지 2주 된 이등병, 코로나19 감염 후 훈련 직전 격리 해제"

사망 원인이 석연찮은 한 육군 사병의 죽음. KBS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최 씨가 숨진 이유를 기사화하기로 했습니다.

최 씨는 자대 배치를 배치받은 지 2주밖에 안 된 이등병이었습니다. 코로나 19 격리 해제 이후 이틀 뒤에 훈련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한 겁니다.

지난해 입대 한 달 정도를 앞두고 생일을 맞이한 고(故) 최민서 씨  (사진제공 : 유가족)지난해 입대 한 달 정도를 앞두고 생일을 맞이한 고(故) 최민서 씨 (사진제공 : 유가족)

최 씨는 작곡가를 하고 싶어 했던 '꿈 많은 청년'이었습니다. 군 입대 전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선 작곡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에서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입대했습니다.

최 씨의 아버지에 따르면, 고인은 키 174cm에 몸무게 70kg으로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다만, 익히지 않은 꽃게와 새우 등을 먹으면 피부에서 두드러기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갑각류 '과민 반응'을 보이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약을 안 먹어도 1~2시간이면 괜찮아지고, 본인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익힌 걸 먹으면 증상도 없었습니다.

■ 국과수, 숨진 최 씨 부검해보니 '무소견'…"타살·동사는 아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숨진 최 씨를 부검했습니다. 부검 결과는 '무소견'. 사망할 만한 외상이 없다든가 눈으로 보이는 질병이 없어 당장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부검을 참관했던 유가족은 숨진 아들의 시신에 외상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건강했던 아들이 황망하게 떠나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아니었나 의심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족은 다만 군 당국이 아들이 일주일 격리가 해제됐다는 이유로, 코로나19에 완쾌됐다고 판단하고 훈련에 참여하게 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자는 것이기 때문에 훈련 전에 아들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확인했어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아들이 자대 배치받은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코로나 19에 확진됐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를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아들과 같이 잔 동기와 면담한 결과, 아들이 선임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유가족은 전했습니다. 또 내한 훈련에 들어갈 때도 최 씨와 같은 고향이라 자신의 꿈과 생활 등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사건 당일 새벽 1시쯤 잠에서 깨 최 씨가 코를 골고 숨을 쉬면서 잠이 든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숨진 최 씨가 코로나 19에 걸렸을 때 무증상에 가까웠고, 대대장 면담을 통해 건강하다고 판단해 훈련에 참여하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군 당국과 경찰은 최 씨가 전입하고 얼마 안 돼 코로나 19에 걸렸고, 훈련 참여하기 전까지 이등병인 최 씨에게 부대 적응을 위해 특별한 일도 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12일 강원도 태백시의 실외 최저 기온은 영하 5도, 최 씨가 잠을 잤던 텐트의 최저 기온은 영하 2.5도였고, 최 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정확한 부검 결과는 한 달 정도 뒤 나와

군 당국과 경찰은 숨진 최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는 건 조직 검사와 혈액 검사 등으로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군 당국은 숨진 최 씨가 숨지게 된 원인을 찾는 수사를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조사합니다.

육군은 고인의 사망을 순직 처리하고, 이등병을 일병으로 추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고인은 고향 대구에서 화장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입니다.

■ 유가족, 아들 사망 경위 진상 규명 요청…재발 방지 대책 요구

건강하고, 꿈 많은 이등병은 왜 숨졌을까요. 국무총리까지 나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만, 유족은 건강한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아직도 납득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군 당국이 왜 유가족의 입장을 빌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한 점도 그렇습니다.

유족은 군 당국이 아들이 숨진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결과를 낱낱이 공개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또 자신의 아들처럼 군대에서 이유 없는 죽음을 당하지 않기 위한 군 당국의 대책 마련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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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위 적응 훈련’하다가 숨진 이등병…사망 원인은?
    • 입력 2023-01-16 15:18:39
    • 수정2023-01-16 20:49:52
    취재K
훈련받다가 숨진 고(故) 최민서 씨 (사진제공 : 유가족)
■ '내한 훈련' 참여했던 20대 병사 돌연사…군 당국 "유족 때문에 언론 보도 자제 요청"

강원도 태백시의 한 육군 부대에서 이등병인 최민서 씨가 혹한기에 앞서 추위에 적응하는 훈련, 이른바 '내한 훈련'에 참여했다가 갑자기 숨졌습니다.

최 씨는 지난 11일 밤 10시쯤 부대 연병장에 설치된 2인용 텐트에서 잠을 잤고, 다음 날인 12일 아침 7시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KBS는 사고 당일 이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화했습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숨진 최 씨의 아버지가 이 소식이 보도되는 것을 원하는 않는다고 기자에게 전했습니다. 이를 고려해 이 뉴스는 TV에서는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군 당국은 또 부검 결과도 파악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고, KBS는 다수의 취재원을 통해 사고 내용을 더 파악했음에도 후속 보도를 보류해야 했습니다. 기사화가 되면 억측과 소문이 난무해 유가족이 피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 유가족이 KBS에 먼저 연락…"보도 자제 요청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뒤 사흘 뒤 유가족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유가족은 군대가 이 사건을 제대로 진상 규명하길 원한다며, 군대에 아들의 사망 소식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는 군 당국에 유가족의 반응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그랬더니 군 당국은 유가족이 사실이 왜곡된 보도를 원치 않아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이 나오면 해당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자대 배치받은 지 2주 된 이등병, 코로나19 감염 후 훈련 직전 격리 해제"

사망 원인이 석연찮은 한 육군 사병의 죽음. KBS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최 씨가 숨진 이유를 기사화하기로 했습니다.

최 씨는 자대 배치를 배치받은 지 2주밖에 안 된 이등병이었습니다. 코로나 19 격리 해제 이후 이틀 뒤에 훈련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한 겁니다.

지난해 입대 한 달 정도를 앞두고 생일을 맞이한 고(故) 최민서 씨  (사진제공 : 유가족)
최 씨는 작곡가를 하고 싶어 했던 '꿈 많은 청년'이었습니다. 군 입대 전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선 작곡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에서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입대했습니다.

최 씨의 아버지에 따르면, 고인은 키 174cm에 몸무게 70kg으로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다만, 익히지 않은 꽃게와 새우 등을 먹으면 피부에서 두드러기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갑각류 '과민 반응'을 보이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약을 안 먹어도 1~2시간이면 괜찮아지고, 본인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익힌 걸 먹으면 증상도 없었습니다.

■ 국과수, 숨진 최 씨 부검해보니 '무소견'…"타살·동사는 아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숨진 최 씨를 부검했습니다. 부검 결과는 '무소견'. 사망할 만한 외상이 없다든가 눈으로 보이는 질병이 없어 당장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부검을 참관했던 유가족은 숨진 아들의 시신에 외상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건강했던 아들이 황망하게 떠나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아니었나 의심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족은 다만 군 당국이 아들이 일주일 격리가 해제됐다는 이유로, 코로나19에 완쾌됐다고 판단하고 훈련에 참여하게 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자는 것이기 때문에 훈련 전에 아들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확인했어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아들이 자대 배치받은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코로나 19에 확진됐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를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아들과 같이 잔 동기와 면담한 결과, 아들이 선임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유가족은 전했습니다. 또 내한 훈련에 들어갈 때도 최 씨와 같은 고향이라 자신의 꿈과 생활 등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사건 당일 새벽 1시쯤 잠에서 깨 최 씨가 코를 골고 숨을 쉬면서 잠이 든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숨진 최 씨가 코로나 19에 걸렸을 때 무증상에 가까웠고, 대대장 면담을 통해 건강하다고 판단해 훈련에 참여하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군 당국과 경찰은 최 씨가 전입하고 얼마 안 돼 코로나 19에 걸렸고, 훈련 참여하기 전까지 이등병인 최 씨에게 부대 적응을 위해 특별한 일도 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12일 강원도 태백시의 실외 최저 기온은 영하 5도, 최 씨가 잠을 잤던 텐트의 최저 기온은 영하 2.5도였고, 최 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정확한 부검 결과는 한 달 정도 뒤 나와

군 당국과 경찰은 숨진 최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는 건 조직 검사와 혈액 검사 등으로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군 당국은 숨진 최 씨가 숨지게 된 원인을 찾는 수사를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조사합니다.

육군은 고인의 사망을 순직 처리하고, 이등병을 일병으로 추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고인은 고향 대구에서 화장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입니다.

■ 유가족, 아들 사망 경위 진상 규명 요청…재발 방지 대책 요구

건강하고, 꿈 많은 이등병은 왜 숨졌을까요. 국무총리까지 나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만, 유족은 건강한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아직도 납득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군 당국이 왜 유가족의 입장을 빌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한 점도 그렇습니다.

유족은 군 당국이 아들이 숨진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결과를 낱낱이 공개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또 자신의 아들처럼 군대에서 이유 없는 죽음을 당하지 않기 위한 군 당국의 대책 마련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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