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단에 반론보도문 있음] [9층시사국 2회] 임금체불 회장님의 법인카드/어느 새벽의 마지막 배송

입력 2023.02.08 (23:50) 수정 2023.03.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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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에 반론보도문 있음]

■ [9층시사국 2회Ⅰ] 임금체불 회장님의 법인카드

[프롤로그 VCR]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선수단 부단장을 맡았던 김용빈 회장,

김용빈/ 베이징 동계 올림픽 선수단 부단장
“대한컬링협회 회장으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2019년,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하면서
재계와 스포츠계를 넘나들며 광폭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김용빈 회장의 회사는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습니다.
직원들 임금마저 체불된 상태.

함세종/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위원장
“직원들은 2개월째, 11월, 12월 계속 밀리고 있어요.”

회사 측은 건설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음성변조)
“임금 체불하는 데가 대한민국에 대우조선해양건설밖에 없습니까?”

그런데 김용빈 회장의 법인카드는
값비싼 명품들을 사들이고 있었습니다.

■ 대우조선해양건설 경영난 심화…직원 임금·퇴직금도 체불

[VCR]
공사가 한창인 6백 가구 규모의 수도권 아파트 단지.
‘대우조선해양건설’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지상 공사 현장 곳곳에는
다른 건설사 이름이 시공사로 올라가 있습니다.

공사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원래 이거 벗기면 다 대우조선해양건설로 되어 있어요. 이거 다 붙인 거예요. 새로.”

원래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70% 지분을 맡은 사업장이었습니다.

공사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10월 달에 빠진 걸로 알고 있어요. 아예 다른 데로 넘어가고 이제 여기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손을 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동안 골조 공사도 중단돼 완공 일자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공사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원래) 9월 달에 완공이었는데 이게 이제 자꾸 중단이 되다 보니까 이게 이제 늦어지잖아요. 그래서 12월 달에 지금 완공으로 알고 있거든요.

또다른 주택정비사업 현장,
지난해 8월부터 공사가 아예 멈췄습니다.

박건량/ 협력업체 관계자
“다른 현장도 다 정지예요. 이전 업자들이 받을 게 다 몇억 원씩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다른 현장에다가 차압을 걸었다고, 본사까지도”

공사중단으로 인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해당 정비사업 조합장(음성변조)
“조합원들은 지금 그냥 벙어리 냉가슴 앓는 상황이 된 거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법인카드는 수시로 막혔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직원 A(음성변조)
“현장 직원분들 이런 숙소나 이런 식대비 같은 경우도 본사에서 이제 지급을 해줘야되는데 그런 것조차도 이제 지급이 안 되다 보니까 숙소에서 이제 쫓겨나거나 그리고 이제 본인 돈으로 이제 식비를 해결하거나.”

법인카드가 막히자 사비를 내가며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직원 A(음성변조)
“택배비 낼 돈도 없었고 이제 법인카드가 아예 안 되다 보니까 우편 보낼 때도 직원 분들이 개인 사비로 보내고…”

직원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직원 B(음성변조)
“한 지난해 6월달쯤 자재 대금을 못 줘 가지고 현장에 철근이 입고가 안 되다 보니까 한 번 중단된 적이 있었고 못 받으신 분들이 찾아와 가지고 현장에서 직원들한테 이제 뭐 나쁜 소리도 하고.”

회사를 떠났지만, 퇴직금을 아직도 못 받았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직원 B(음성변조)
“지금 퇴직금 좀 남아있죠. 1300 정도? 오래 다니신 분들은 이제 억 단위가 되시는 분들도 계시고.”

지난 11월부터는 임금이 체불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많이 밀린 사람들은 상무보는 3개월째 밀리고 있고. 직원들은 2개월째, 11월, 12월 계속 밀리고 있어요.”

직원들은 체불 금액이 34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4대 보험료도 못 내고 있고, 세금도 밀려있습니다.

“세금. 안 낸것. (세금까지?) 그 다음에 지금 4대 보험이 다 밀려 있거든요. 2달 치 이상요.”

직원들은 법원에 ‘회생 절차’를 개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함세종/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위원장
“저희는 빠른 시일 내에 회생 절차 개시가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재판장님한테 그동안
탄원서도 몇 개 올리고.”

회생신청을 통해 경영진을 교체해야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2019년 1월 이 회사를 인수한
김용빈 회장과 현 경영진이 문제라는 겁니다.

“50년 역사 회사가 단 3년에서 4년 사이에 망가진 회사거든요. 무능한 경영진이 회사를 무너뜨리는 상황이거든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

■ 회장 명의 법인카드 수상한 결제 …수 백~천 만원대 명품도

[VCR]
서울 청담동의 한 고급 오피스텔.

인근 공인중개사
“원래 용도는 오피스텔로 되어 있는데, 주거가 가능한 오피스텔이에요.”

30평대 아파트 정도 넓이, 한 달 임대료는 500만 원 정돕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인 명의로 빌려,
회사 경영진들이 사무실로 썼다는 곳.

해당 건물 관리인(음성변조)
(기자: 혹시 ***호에 지금 뭐 따로 거주하시는?) “그 옛날에 살았던 사람 같은데.”
(기자: 지금은 아무도 안 계세요?) “다른 분 있어요. 이사 며칠 얼마 전에 왔어요.”

근처에는 명품점들이 즐비합니다.
9층시사국이 입수한 대우조선해양건설 김용빈 회장 명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입니다.
고급 백화점과 명품점 방문 내역이 줄줄이 나옵니다.

지난해 4월 12일, 낮부터 법인카드 결제가 시작됩니다.
오전 11시 9분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1천 7십만 원이 결제됩니다.
20분 뒤, 1백 9십 4만 원,
5분 뒤, 또 1백 9십 4만 원이 결제됩니다.

이어서 강남의 명품 골프매장점에서 79만 원이 계산됩니다.

(기자: 추천해 줄만 한 거 있으세요?”) “이런 패딩으로 보세요?”
(기자: 이렇게 세트는 얼마예요?) “저희가 80…”
(기자: 이건 80만 원?) “83만 9천 원”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산 명품만 1천 5백만 원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한 해 김 회장 명의 법인카드로 사용된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접대비로만 약 2억 1천만 원, 업무추진비로는 약 1억 2천만 원을 썼습니다.

회사 측은 김용빈 회장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음성변조)
“큰 건설회사들 중에서 그 정도 카드 쓰고 그런 비용 쓰는 데가 저희 대우조선해양건설만 있는 게 아니에요. 다들 많아요. 사실은 많은데”

(기자: 여기에서 얼마를 쓴 거야?) “여기는 총 합쳐서 천 몇 백만 원”

청담동의 한 명품 매장에는 5번을 방문해
법인카드로 총 1천 5백여 만원을 사용했고,
압구정의 한 피부과에서는 5백 만 원 가까이 역시 법인카드로 결제했습니다.
15번을 결제한 고급 미용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이분이 33만 원 어치를 한 9번 끊으시고… 보통 33만 원 남성이면…?)
“염색도 가능하시고요. 어쨌든 저희는 남자분도 이 가격 가능해요, 저희는”
“1월 20일 날에 오신 적도 있네요. 지난 주…”
(기자: 오! 진짜요?) “네”
(기자: 그러면 되게 단골이시네요.) “네”

서울 강남의 유흥가.

(기자: 여기에서 290만 원 썼어요.)

회장님의 법인카드는
휴일에도, 밤에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룸살롱이에요, 룸, 룸식이에요. 아가씨들도 오더라고요.”

회사 측은 김용빈 회장은
유흥주점을 간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음성변조)
“집안 식구들 쫄쫄 굶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가서 주변 사람들한테 카드 쓰고 접대하고 그랬다. 그런데 아버지가 카드 쓰고 접대한 이유가 공사 따보려고 했다는 걸로 좀 받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엇갈린 노사 주장… 법원, 노조 손 들어줬다

[스튜디오]
남현종 아나운서/ 9층시사국 MC
“지금 상황을 보니까 회사 직원들의 임금은 체불되는 상태인데 회장님의 법인카드는 계속 사용이 되고 있고 직원들은 불만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서 지금 경영진은 이해를 해 달라, 이렇게 얘기를 하네요”.

공민경/ 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쭉 분석을 해봤는데 이상한 점이 또 있었습니다. 지난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렸는데 이 김 회장, 대한민국 선수단 부단장이었거든요. 그래서 대표팀과 함께 베이징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월 4일 개회식에서는 선수단과 함께 입장까지 했어요. 그런데 이날 경기도 용인의 골프장에서 법인카드가 또 사용됩니다. 이틀 뒤에는 또 다른 카드로 베이징 선물 가게에서 200만 원이 결제됩니다. 김 회장은 14일에는 팀 킴이랑 일본의 경기를 직관하기까지 했는데, 이날도 마찬가지로 국내 골프장에서 결제가 이루어졌습니다.”

정연우/ 9층시사국 취재기자
“아니 그럼 공 기자, 사람은 1명인데 그 사람이 법인카드를 중국에서도 쓰고 한국에서도 쓰고 이런 상황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누가 봐도 이상한데,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에서는 뭐라고 설명하던가요?”

공 기자:
“회사 측에서는 김 회장 가족이나 아니면 회사 외부 인사가 사용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경영 활동을 위해서 회사 임원들이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C:
“어쨌든 선물도 그렇고 국내 골프장에서 쓴 법인카드 내용도 그렇고 지금 회사 측에서는 다 회사를 위한 일이다, 경영을 위한 일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실제로 회사 사정은 좀 나아졌습니까?”

공 기자:
“저희가 회사 재무 상태도 한번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급격하게 악화된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5년 전 100억이 넘던 영업이익은 김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 2019년에 한 3분의 1 토막으로 떨어집니다. 그다음에 2020년에는 다시 회복세를 좀 타다가 지난해에는 결국 적자 기업으로 돌아섰습니다. 회사 측은 경영 악화의 원인이 건설 경기 악화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C:
“오히려 지금 사업 따 오겠다, 수주 따 오겠다고 하면서 법인카드 쓴 내용은 많은데 사정은 안 좋다. 건설 경기가 최근 좀 안 좋아지긴 했죠.”

정 기자:
“지난해부터 좀 안 좋아지긴 했죠.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에 돈이 말라서 건설 경기가 좀 나빠졌다는 게 대체적인 상황인 건 맞습니다.”

공 기자:
실제로 지난해 동안 원자재 가격 같은 것들이 많이 오르면서 건설 원가율 자체가 오른 건 사실입니다. 경영진은 오히려 회생 신청을 한 직원들이 임금 채무 금액을 부풀렸다면서 이들을 사기 회생죄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음성변조)
“건설 경기가 작년 2월 달부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서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수익성이 아주 악화됐어요. 이걸 아셔야 돼요. 건설현장에 있어서 회생신청은, 그리고 회생개시 결정은 곧 파멸을 의미합니다. 건설회사는 여러 금융기관과의 계약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회생신청 제기 자체는, 제기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급불능사유가 발생하는 겁니다. 그러면 곧바로 소송, 채권청구금액이 들어오고 현장에서 쫓겨나는 겁니다.”

공 기자: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현 시점에서는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MC:
“얘기 들어보니까 지금 회사 측에서는 오히려 회생 신청을 한 직원들에게 탓을 돌리고 있는데회생 신청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공 기자:
“지난 월요일 결과가 나왔는데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직원들이 신청한 회생 절차를 이제 받아들여준 겁니다. 그리고 회사 측에서는 저희 방송에 대해서도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이 역시 기각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가는 임금이 체불될 정도로 이렇게 회사 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앞서 보신 그런 경영진의 행동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임금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법인카드를 썼다는 거는 사실 이 기업을 인수한 그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MC:
“무엇보다도 아마 직원들이 가장 괴로움을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마 정연우 기자도 지금 회사에서 월급 안 준다, 임금 체불된다, 이러면 취재할 맛 안 날 거 아니에요?”

정 기자:
“굉장히 견디기 힘들겠죠.”

MC:
“그런 말이 있잖아요. 일하는 사람이 있고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다. 돈 쓰는 사람도 따로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 기자:
“맞습니다.”

MC: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근로자들, 노동자들이 어떤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고 부조리한 상황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관련해서 정연우 기자에게 또 하나의 아이템이 들어왔습니다.”

정 기자:
“네, 맞습니다.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부조리한 상황들, 9층시사국에서 한 가지 더 고발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주제는 제가 취재를 해봤습니다. 특수고용직, 그러니까 새벽 배송기사 문제인데요. 이분들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그런 사정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바로 지입차 제도 때문인데요. 이 부분 집중적으로 한번 취재를 해봤습니다.”

■ [9층시사국 2회 Ⅱ] 어느 새벽의 마지막 배송

[프롤로그 VCR]
새벽 네 시쯤이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달리는 낡은 트럭,

故 강OO/ 새벽배송 기사
“아...졸려...”

졸음이 끝없이 쏟아집니다.

“저거 박을 뻔 했네 잠깐 졸아 가지고…”

캄캄한 밤길이 나타났습니다.
아직 배송할 세탁물이 남았습니다.

김OO/ 유가족
“죽더라도, 배송하면서 죽어야 한다고…”

집에서 곤히 자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달려야만 합니다.

■ ‘새벽 배송’의 숨은 이면… 극한으로 내몰리는 지입차 배송기사들

[VCR]
김OO/ 유가족
“네, 차가 완전히 찌그러져서 문도 안 열리더라고요? 제가 거기 다 힘으로 열고 들어가서 가져온 거죠. 그런데 (울컥) 갈 때 남아있던 게 이거밖에 없어요. 이제 남편은 갔기 때문에…”

남편은 가고, 유품 몇 개만 겨우 챙겼습니다.
코로나19 와중에 오랜 직장을 잃었던 남편,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물불 가릴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수도권 거주자 모두 가능하시고요. 여성분, 초보자분들도 가능하십니다.“

배송기사를 구한다는 구인공고,
쉽고 간단한 배송을 해서 월 4~5백만 원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김OO/ 유가족
“투 잡을 할 수 있고 일이 너무 쉬워서 여자들도 많이 한다…”

남편이 낮에는 공부 좀 해보겠다고 투 잡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이 일을 시작하러 상담하러 갔고.

운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트럭을 분양 받아 일해야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김OO/ 유가족
“갑자기 첫 날 상담하는 날 가서 계약금을 입금해라…”

2700만 원이나 주고 1톤짜리 중고 트럭을 받았습니다.
세탁물 새벽 배송이었습니다.
차를 받은 날부터, 뭔가 심상찮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황OO/ 친구
“차를 보는 순간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정말 다 거의 녹슬고 거의 다 쓰러져가는 차더라고요.”

김OO/ 유가족
“언덕 가다가 시동이 꺼지기도 하고 밀려서 위험하고”

새벽 배송 기사의 삶은 낡은 트럭 만큼이나 힘겨웠습니다.

김OO/ 유가족
“사람의 삶이 아닌 거예요. 남편이 아침 10시, 11시가 돼도 안 끝나는 거예요. (전날) 저녁부터 했는데. 12시간도 훨씬 넘었는데. 16시간 막 이렇게 일한 적도 있고요.”

황OO / 친구
“친구가 되게 덩치도 있게 되게 이랬던 애가… 17kg가 빠졌어요.”

(기자: 몇 달 사이에 17kg가 빠졌습니까?)

김OO/ 유가족
“2달 안 되게 17kg가 빠졌어요.”

(기자: 일 시작하고 두 달 만에 몸무게가 17kg나 빠졌다는 거죠?)

너무 힘들었지만, 그만둘 수도 없었습니다.
지입 트럭을 분양받는 데 들어간 2천 7백만 원을 날릴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김OO/ 유가족
“비슷한 시기에 일하는 사람이 다리가 다쳐서 나갔어요. 용차비를 낸 거예요, 그분이.”
(기자: 하루에 30만 원씩 계산해서…)

계약기간 1년을 채우기 전에 일을 그만 두면 내야하는 용차비.
최악의 경우엔 많게는 무려 2천7백만 원까지 물어내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

김OO/ 유가족
“정말 내는 걸 보니까 우리 남편은 그만 둘 수가 없는 거죠. 남편이 그래서 (계약기간) 1년은 마치고 그만두자라고 꾸역꾸역 이제 버티고 있었죠. 1년만 참자. 정말 쓰러질 듯 아파도 약을 먹고 나갔어요. 죽더라도 배송하면서 죽어야 한다고…”

강 씨가 숨진 뒤 회사 측이 보인 태도는
유족들과 친구들을 또 한 번 절망에 빠뜨렸습니다.

친구 황OO과 운수업체 측 전화녹취
지인
“파주 운전 중에 사고 난 강OO 친구인데요. 지금 유족들이 이제 제수씨랑 딸들밖에 없다 보니까.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제가 일단 대신 전화는 드렸습니다. 이게 어찌 됐든 아무튼 죽게 되지 않았습니까? 사망에 이르게까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주원통운에서는 아무런 대책이나 연락이나 이런 게 전혀 없는 건가요?”

운수업체
“어떤 걸 말씀하시는, 보상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황OO/ 친구
“보상도 그렇지만 와 가지고…”

운수업체
“친구분 맞으신가요?”

황OO/ 친구
“네.”

운수업체
“그런데 제 느낌은 이거 이용해서 친구분 돈 받으러…”

황OO/ 친구
“아니, 아니요.”

운수업체
“돈 챙기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계약 해지서를 쓰러 간 자리에서도 유가족은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김OO/ 유가족
“‘어떤 이의도 주원통원한테 제기하지 않는다’ 라든지 ‘법적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이제 그 밑에다 넣고서 서명하게 만들려고 이번에 하라고요. 모욕을 당한 거죠. ‘비방할 시에는 법적 책임을 내가 다 져라’ 뭐 이런 식으로 써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변호사 검토를 통해서 다시 오겠다’, ‘듣고 오겠다’ 그랬더니 정말… ‘가세요’ 그러더라고요? 저한테. 필요 없다고 여기서 사인하지 않을 거면 그냥 가라고. 그러니까 그냥 소모품이에요. 그냥 여기는 그냥 정말 다 쓰러져가는 오래된 차 비싸게 팔아서 죽건 다치건 알아서 하시고 이제 소모품으로 끝난거죠 남편은…”

■ 아침 7시까지 배송… 그에겐 과로가 일상이었다.

[스튜디오]
남현종 아나운서/ 9층시사국 MC
“하소연할 데 없는 유족들은 9층시사국 취재진에게 제보를 해왔는데요. 취재 기자가 직접 해당 회사를 찾아가봤습니다.”

[VCR]
회사 측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배의근/ 주원통운 영업대표
“원래대로 계약서대로 하면 (용차비를) 청구를 해야지 맞습니다. 왜냐하면 개인 사업자하고 법인 사업자가 계약을 했지만 해서 근데 저희가 다 청구하지 않아요. 딱한 사항이 있으면 봐주기도 하고 무지막지하게 운영을 하지 않아요.”

"계약할 때마다 녹화, 녹음을 다 남기기 때문에
일부 지입차주들 주장처럼 속이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씨의 새벽 장시간 근무도 "회사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배의근/ 주원통운 영업대표
“근무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그러는데 이거는 본인이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만약에 (배송기사가) 새벽 안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저희가 (원청사에) 배상을 해줘야 되는 위약금이 있거든요. 그래서 (배송기사가) 일을 많이 달라고 해도 많이 주지 않습니다.”

"만족하면서 일하는 지입기사들도 많다"는 점을 알아달라면서
"강 씨가 맡았던 일은 대부분 새벽 3시 전에 끝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배송하시는 분들은 보통 통상적으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을?)
배의근/ 주원통운 영업대표
“그래서 지금 이걸 보여드릴게요. 어저께 것부터. 옛날 꺼 보여드려도 상관없는데 2시 28분 83건, 2시 37분 53건, 이분은 31건 하는 것도 있고요. 그냥 2시 50분…”

그런데, 아침 7시에 끝난 경우도 보입니다.

(기자: 그러면 이건 이 시간대인데, 내려가면 어떻습니까. 이쯤에서 멈추면 7시잖아요?)
배의근/ 주원통운 영업대표
“이분은 조금 늦게 올린 것 같아요.”

숨진 강 씨의 휴대폰에서도 비슷한 시간대들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아침 6시 이후 일과 관련해 주고 받은 메시지는 280건이나 됐습니다.

유족들 얘기처럼, 심지어 전날 저녁 시작한 일이
다음날 낮 12시쯤 끝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주원통운에서 일하다 퇴사했다는 전직 직원,
설득 끝에 어렵게 만났습니다.

(기자: 일하신 기간 자체는 얼마나 된 거예요?)
주원통운 전 직원(음성변조)
“(5일 나갔죠) 5일 정도요.”

내부에서 지켜본 영업방식은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주원통운 전 직원(음성변조)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관리해주고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냥 중고차를 팔 거다, 심하게 비싸게. 이렇게 하는 구조이고”

중고 지입 트럭을 비싸게 판 다음, 차액을 나눠 먹는다는 얘기.

주원통운 전 직원 가족(음성변조)
“(지입차 분양 계약을 성사시키면) 뭐 수익 구조는 수익이 나는 부분에서 1:1:1 이렇게 가져간다고 하는 거예요. 일자리를 따온 사람, 그 다음에 사람을 구해온 사람, 그다음에 회사.
(예를 들면) 차 값에서 1200만 원을 남겨서 400, 400, 400을 나눈다는 거죠.”

■ 비싸게 분양 받아야 만 하는 구조… 지입차주의 눈물

[스튜디오]
MC:
“지금 전 직원의 얘기대로라면 이 운수회사에서 중고 트럭을 시세보다 1000만 원 정도 비싸게 팔아서 그 차익을 나눠 먹는다는 주장이잖아요. 이러면 운수회사가 아니라 중고 트럭 회사 같은데요?”

정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만난 전 직원 주장은 일단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희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봤을 때도 주로 하는 얘기가 운수회사가 아니고 중고차 파는 회사 아니냐. 트럭을 너무 비싸게 팔고 있다. 이런 주장들을 많이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설명드리는 것보다는 해당 업체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시는 게 낫겠습니다.”

배의근/ 주원통운 영업대표
“저희가 타 회사보다. 비싸게 분양을 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영업비용이 들어가고요. 그리고 광고비도 들어가고, 직원들 월급도 나가고… 생닭은 2천 원이면 살 수 있잖아요. 그거를 왜 프랜차이즈에서 2만 원에 파냐는 거랑 똑같은 얘기거든요.”

MC:
“배송기사들의 입장에서 굳이 중고 트럭을 1000만 원 비싸게 사는 것보다 알아서 구해서 배달을 하는 게 더 나은 거 아니에요?”

정 기자:
“지금 제도적으로, 관례적으로 지금 그렇게 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기본적으로 화물차 운송 면허는 지금 신규 발급이 제한돼 있거든요. 그래서 2004년에 화물차 총량제를 도입한 결과고요. 그러다 보니까 기존에 발급된 화물차 번호판이 희소가치가 생겼습니다.”

정 기자:
“그래서 이걸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번호판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이런 전문 지입 업체들이 지금 많이 생겼습니다. 5,000~7,000개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화물차 운송 시장 전체로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지입차 비율이 68%에 달한다, 이렇게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길에서 보는 화물차 10대 가운데 7대는 실질적으로 지입차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MC:
“배송기사 입장에서는 관련 업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지입 트럭을 비싸게 사야 되는 그런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

정 기자:
“그게 현실이라는 거죠.”

MC: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불이익도 많이 당할 것 같고 불공정 계약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떤 법적으로 아니면 제도적으로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정 기자:
“당연한 지적인데 지입차주는 특수고용직 근로자가 아니고 개인사업자로 분류가 돼 있습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류현철/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
“(지입차주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시간에 대한 규정이라든가 근로조건에 대한 규정들을 해당이 안 되죠. 근로기준법 상의 보호를 받지도 못 하는 상황 속에서 낮은 노임 단가 그리고 계약 관행에 있어서 공정하지 못한 계약 이렇게 맺으면서 강제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종사하게 되고…”

공 기자:
“그런데 요새 특고직 굉장히 많잖아요?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이게?”

정 기자:
“그래서 지입차 또 특고직분들이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이제 노동자에 대한 기준 자체를 새로 정립할 때가 됐다, 이런 의견들도 있습니다.”

류현철/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라는 개념 자체가 되게 옛날 개념이지 않습니까? 플랫폼 노동 이런 부분들 자체들에 대해서 근로자성을 개별 사례로 억지로 인정받기는 하지만 포괄적으로 이것들을 수용하는 방법들이 필요한데 그게 지금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사회에서는 근로자성 혹은 노동자성이라는 규정들을 새로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정 기자:
“이 제도 외에도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런 의견들도 있습니다. 요즘 노동자들의 연대권에 대해서 사회적 비판 분위기가 지나치다, 이런 우려입니다.”

임자운/ 변호사
“개별화된 노동자들은 사실 힘이 별로 없잖아요. 집단으로 만들 수도 없고 집단으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같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가 계속 만들어지는 게 지금은 뛰어난 정책 개선 방향, 제도를 연구해야 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

김○○/지입차주
“모집 공고에 그 명시했던 뭐 400에서 580만 원이라는 수익을 충분히 올릴 수 있다…”

지입 트럭 한 대에 2천 6백만 원 냈다는 김 모 씨.
하지만 벌이는 설명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김○○/지입차주
“제가 8일 동안 주원통운에서 일하면서 정산된 금액이 38만 4천 원입니다. 경비 빼면 한 15만 원 벌었을 겁니다. 8일 동안에…”

김 씨는 이런 내용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불이익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받던 배송물량 할당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김○○/지입차주
“분하죠. 그다음에 이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런 일에 당한 자괴감. 하여튼 굉장히 제가 고생했습니다. 심적으로. 금전적인 피해도 물론이고요. 그런 피해자들이 더 이상 양산이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딱 바라는 거 하나뿐입니다.”

■ 지금도 새벽배송 기사를 모으고 있었다…끝나지 않을 고통의 굴레

[에필로그]

강 씨가 숨진 지 일곱 달,
그 회사 사무실은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요즘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는 말을 실감할 정돕니다.

주원통운 직원 (음성변조)/
“같이 오신 건가요? 안내 좀 해드릴게요.”
(기자: 사람이 엄청 많네. 우와.)

주원통운 직원 (음성변조)/
“계속 자리가 안 나가지고 이쪽으로 앉으세요.”

기다리길 30여 분, 면접관이 들어옵니다.

주원통운 직원 (음성변조)/
“잘 오셨어요. 상담실이 10개인데도 연초니까 많이들 오세요. 저희는 그런데 또 원래 또 1등 하는 회사라서 다른 데보다 조건이나 이런 게 훨씬 좋아요.”

숨진 강 씨가 여기서 들었다는 말들,

김OO/ 유가족
“투 잡을 할 수 있고 일이 너무 쉬워서 여자들도 많이 한다…”

똑같은 말들이 흘러나옵니다.

주원통운 직원 (음성변조)/
“운전만 할 줄 알면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이죠. 여자 분들도 하시니까. 일 후딱 끝나요…”

달라진 거라곤 지입 중고 트럭 값이 강씨 때보다 3백만 원 올랐다는 것뿐입니다.

주원통운 직원 (음성변조)/
“넘버를 달아줌으로써 사업자를 내줘요. 영업용 운수사업자…
대략 3천만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고…”

취재기자: 정연우 공민경
촬영: 설태훈 조선기 김만중
영상편집: 이기승 손보라
자료조사: 정예빈 송지환

방송일시 : KBS 2TV 2023년 2월 8일 밤 11시
'9층시사국'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2tv/news/9fsisa/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ESAf4PvYLnnmsk80fSD0373mW-pjV11

- 제목 : [반론보도문]「<9층시사국>어느 새벽의 마지막 배송」제목 보도 관련
- 본문 : KBS는 2023년 2월 8일 <9층시사국> 프로그램에서 「어느 새벽의 마지막 배송」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주원통운 측은 "망인의 운송계약에 따른 작업시간은 22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였으며, 그 이후 오배송 작업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업무량이 과다하지 않았고, 중고차량을 팔아서 수익을 취한 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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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단에 반론보도문 있음] [9층시사국 2회] 임금체불 회장님의 법인카드/어느 새벽의 마지막 배송
    • 입력 2023-02-08 23:50:38
    • 수정2023-03-28 17:52:29
    9층시사국
[하단에 반론보도문 있음]

■ [9층시사국 2회Ⅰ] 임금체불 회장님의 법인카드

[프롤로그 VCR]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선수단 부단장을 맡았던 김용빈 회장,

김용빈/ 베이징 동계 올림픽 선수단 부단장
“대한컬링협회 회장으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2019년,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하면서
재계와 스포츠계를 넘나들며 광폭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김용빈 회장의 회사는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습니다.
직원들 임금마저 체불된 상태.

함세종/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위원장
“직원들은 2개월째, 11월, 12월 계속 밀리고 있어요.”

회사 측은 건설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음성변조)
“임금 체불하는 데가 대한민국에 대우조선해양건설밖에 없습니까?”

그런데 김용빈 회장의 법인카드는
값비싼 명품들을 사들이고 있었습니다.

■ 대우조선해양건설 경영난 심화…직원 임금·퇴직금도 체불

[VCR]
공사가 한창인 6백 가구 규모의 수도권 아파트 단지.
‘대우조선해양건설’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지상 공사 현장 곳곳에는
다른 건설사 이름이 시공사로 올라가 있습니다.

공사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원래 이거 벗기면 다 대우조선해양건설로 되어 있어요. 이거 다 붙인 거예요. 새로.”

원래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70% 지분을 맡은 사업장이었습니다.

공사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10월 달에 빠진 걸로 알고 있어요. 아예 다른 데로 넘어가고 이제 여기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손을 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동안 골조 공사도 중단돼 완공 일자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공사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원래) 9월 달에 완공이었는데 이게 이제 자꾸 중단이 되다 보니까 이게 이제 늦어지잖아요. 그래서 12월 달에 지금 완공으로 알고 있거든요.

또다른 주택정비사업 현장,
지난해 8월부터 공사가 아예 멈췄습니다.

박건량/ 협력업체 관계자
“다른 현장도 다 정지예요. 이전 업자들이 받을 게 다 몇억 원씩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다른 현장에다가 차압을 걸었다고, 본사까지도”

공사중단으로 인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해당 정비사업 조합장(음성변조)
“조합원들은 지금 그냥 벙어리 냉가슴 앓는 상황이 된 거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법인카드는 수시로 막혔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직원 A(음성변조)
“현장 직원분들 이런 숙소나 이런 식대비 같은 경우도 본사에서 이제 지급을 해줘야되는데 그런 것조차도 이제 지급이 안 되다 보니까 숙소에서 이제 쫓겨나거나 그리고 이제 본인 돈으로 이제 식비를 해결하거나.”

법인카드가 막히자 사비를 내가며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직원 A(음성변조)
“택배비 낼 돈도 없었고 이제 법인카드가 아예 안 되다 보니까 우편 보낼 때도 직원 분들이 개인 사비로 보내고…”

직원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직원 B(음성변조)
“한 지난해 6월달쯤 자재 대금을 못 줘 가지고 현장에 철근이 입고가 안 되다 보니까 한 번 중단된 적이 있었고 못 받으신 분들이 찾아와 가지고 현장에서 직원들한테 이제 뭐 나쁜 소리도 하고.”

회사를 떠났지만, 퇴직금을 아직도 못 받았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직원 B(음성변조)
“지금 퇴직금 좀 남아있죠. 1300 정도? 오래 다니신 분들은 이제 억 단위가 되시는 분들도 계시고.”

지난 11월부터는 임금이 체불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많이 밀린 사람들은 상무보는 3개월째 밀리고 있고. 직원들은 2개월째, 11월, 12월 계속 밀리고 있어요.”

직원들은 체불 금액이 34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4대 보험료도 못 내고 있고, 세금도 밀려있습니다.

“세금. 안 낸것. (세금까지?) 그 다음에 지금 4대 보험이 다 밀려 있거든요. 2달 치 이상요.”

직원들은 법원에 ‘회생 절차’를 개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함세종/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위원장
“저희는 빠른 시일 내에 회생 절차 개시가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재판장님한테 그동안
탄원서도 몇 개 올리고.”

회생신청을 통해 경영진을 교체해야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2019년 1월 이 회사를 인수한
김용빈 회장과 현 경영진이 문제라는 겁니다.

“50년 역사 회사가 단 3년에서 4년 사이에 망가진 회사거든요. 무능한 경영진이 회사를 무너뜨리는 상황이거든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

■ 회장 명의 법인카드 수상한 결제 …수 백~천 만원대 명품도

[VCR]
서울 청담동의 한 고급 오피스텔.

인근 공인중개사
“원래 용도는 오피스텔로 되어 있는데, 주거가 가능한 오피스텔이에요.”

30평대 아파트 정도 넓이, 한 달 임대료는 500만 원 정돕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인 명의로 빌려,
회사 경영진들이 사무실로 썼다는 곳.

해당 건물 관리인(음성변조)
(기자: 혹시 ***호에 지금 뭐 따로 거주하시는?) “그 옛날에 살았던 사람 같은데.”
(기자: 지금은 아무도 안 계세요?) “다른 분 있어요. 이사 며칠 얼마 전에 왔어요.”

근처에는 명품점들이 즐비합니다.
9층시사국이 입수한 대우조선해양건설 김용빈 회장 명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입니다.
고급 백화점과 명품점 방문 내역이 줄줄이 나옵니다.

지난해 4월 12일, 낮부터 법인카드 결제가 시작됩니다.
오전 11시 9분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1천 7십만 원이 결제됩니다.
20분 뒤, 1백 9십 4만 원,
5분 뒤, 또 1백 9십 4만 원이 결제됩니다.

이어서 강남의 명품 골프매장점에서 79만 원이 계산됩니다.

(기자: 추천해 줄만 한 거 있으세요?”) “이런 패딩으로 보세요?”
(기자: 이렇게 세트는 얼마예요?) “저희가 80…”
(기자: 이건 80만 원?) “83만 9천 원”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산 명품만 1천 5백만 원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한 해 김 회장 명의 법인카드로 사용된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접대비로만 약 2억 1천만 원, 업무추진비로는 약 1억 2천만 원을 썼습니다.

회사 측은 김용빈 회장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음성변조)
“큰 건설회사들 중에서 그 정도 카드 쓰고 그런 비용 쓰는 데가 저희 대우조선해양건설만 있는 게 아니에요. 다들 많아요. 사실은 많은데”

(기자: 여기에서 얼마를 쓴 거야?) “여기는 총 합쳐서 천 몇 백만 원”

청담동의 한 명품 매장에는 5번을 방문해
법인카드로 총 1천 5백여 만원을 사용했고,
압구정의 한 피부과에서는 5백 만 원 가까이 역시 법인카드로 결제했습니다.
15번을 결제한 고급 미용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이분이 33만 원 어치를 한 9번 끊으시고… 보통 33만 원 남성이면…?)
“염색도 가능하시고요. 어쨌든 저희는 남자분도 이 가격 가능해요, 저희는”
“1월 20일 날에 오신 적도 있네요. 지난 주…”
(기자: 오! 진짜요?) “네”
(기자: 그러면 되게 단골이시네요.) “네”

서울 강남의 유흥가.

(기자: 여기에서 290만 원 썼어요.)

회장님의 법인카드는
휴일에도, 밤에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룸살롱이에요, 룸, 룸식이에요. 아가씨들도 오더라고요.”

회사 측은 김용빈 회장은
유흥주점을 간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음성변조)
“집안 식구들 쫄쫄 굶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가서 주변 사람들한테 카드 쓰고 접대하고 그랬다. 그런데 아버지가 카드 쓰고 접대한 이유가 공사 따보려고 했다는 걸로 좀 받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엇갈린 노사 주장… 법원, 노조 손 들어줬다

[스튜디오]
남현종 아나운서/ 9층시사국 MC
“지금 상황을 보니까 회사 직원들의 임금은 체불되는 상태인데 회장님의 법인카드는 계속 사용이 되고 있고 직원들은 불만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서 지금 경영진은 이해를 해 달라, 이렇게 얘기를 하네요”.

공민경/ 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쭉 분석을 해봤는데 이상한 점이 또 있었습니다. 지난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렸는데 이 김 회장, 대한민국 선수단 부단장이었거든요. 그래서 대표팀과 함께 베이징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월 4일 개회식에서는 선수단과 함께 입장까지 했어요. 그런데 이날 경기도 용인의 골프장에서 법인카드가 또 사용됩니다. 이틀 뒤에는 또 다른 카드로 베이징 선물 가게에서 200만 원이 결제됩니다. 김 회장은 14일에는 팀 킴이랑 일본의 경기를 직관하기까지 했는데, 이날도 마찬가지로 국내 골프장에서 결제가 이루어졌습니다.”

정연우/ 9층시사국 취재기자
“아니 그럼 공 기자, 사람은 1명인데 그 사람이 법인카드를 중국에서도 쓰고 한국에서도 쓰고 이런 상황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누가 봐도 이상한데,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에서는 뭐라고 설명하던가요?”

공 기자:
“회사 측에서는 김 회장 가족이나 아니면 회사 외부 인사가 사용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경영 활동을 위해서 회사 임원들이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C:
“어쨌든 선물도 그렇고 국내 골프장에서 쓴 법인카드 내용도 그렇고 지금 회사 측에서는 다 회사를 위한 일이다, 경영을 위한 일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실제로 회사 사정은 좀 나아졌습니까?”

공 기자:
“저희가 회사 재무 상태도 한번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급격하게 악화된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5년 전 100억이 넘던 영업이익은 김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 2019년에 한 3분의 1 토막으로 떨어집니다. 그다음에 2020년에는 다시 회복세를 좀 타다가 지난해에는 결국 적자 기업으로 돌아섰습니다. 회사 측은 경영 악화의 원인이 건설 경기 악화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C:
“오히려 지금 사업 따 오겠다, 수주 따 오겠다고 하면서 법인카드 쓴 내용은 많은데 사정은 안 좋다. 건설 경기가 최근 좀 안 좋아지긴 했죠.”

정 기자:
“지난해부터 좀 안 좋아지긴 했죠.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에 돈이 말라서 건설 경기가 좀 나빠졌다는 게 대체적인 상황인 건 맞습니다.”

공 기자:
실제로 지난해 동안 원자재 가격 같은 것들이 많이 오르면서 건설 원가율 자체가 오른 건 사실입니다. 경영진은 오히려 회생 신청을 한 직원들이 임금 채무 금액을 부풀렸다면서 이들을 사기 회생죄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음성변조)
“건설 경기가 작년 2월 달부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서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수익성이 아주 악화됐어요. 이걸 아셔야 돼요. 건설현장에 있어서 회생신청은, 그리고 회생개시 결정은 곧 파멸을 의미합니다. 건설회사는 여러 금융기관과의 계약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회생신청 제기 자체는, 제기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급불능사유가 발생하는 겁니다. 그러면 곧바로 소송, 채권청구금액이 들어오고 현장에서 쫓겨나는 겁니다.”

공 기자: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현 시점에서는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MC:
“얘기 들어보니까 지금 회사 측에서는 오히려 회생 신청을 한 직원들에게 탓을 돌리고 있는데회생 신청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공 기자:
“지난 월요일 결과가 나왔는데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직원들이 신청한 회생 절차를 이제 받아들여준 겁니다. 그리고 회사 측에서는 저희 방송에 대해서도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이 역시 기각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가는 임금이 체불될 정도로 이렇게 회사 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앞서 보신 그런 경영진의 행동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임금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법인카드를 썼다는 거는 사실 이 기업을 인수한 그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MC:
“무엇보다도 아마 직원들이 가장 괴로움을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마 정연우 기자도 지금 회사에서 월급 안 준다, 임금 체불된다, 이러면 취재할 맛 안 날 거 아니에요?”

정 기자:
“굉장히 견디기 힘들겠죠.”

MC:
“그런 말이 있잖아요. 일하는 사람이 있고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다. 돈 쓰는 사람도 따로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 기자:
“맞습니다.”

MC: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근로자들, 노동자들이 어떤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고 부조리한 상황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관련해서 정연우 기자에게 또 하나의 아이템이 들어왔습니다.”

정 기자:
“네, 맞습니다.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부조리한 상황들, 9층시사국에서 한 가지 더 고발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주제는 제가 취재를 해봤습니다. 특수고용직, 그러니까 새벽 배송기사 문제인데요. 이분들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그런 사정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바로 지입차 제도 때문인데요. 이 부분 집중적으로 한번 취재를 해봤습니다.”

■ [9층시사국 2회 Ⅱ] 어느 새벽의 마지막 배송

[프롤로그 VCR]
새벽 네 시쯤이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달리는 낡은 트럭,

故 강OO/ 새벽배송 기사
“아...졸려...”

졸음이 끝없이 쏟아집니다.

“저거 박을 뻔 했네 잠깐 졸아 가지고…”

캄캄한 밤길이 나타났습니다.
아직 배송할 세탁물이 남았습니다.

김OO/ 유가족
“죽더라도, 배송하면서 죽어야 한다고…”

집에서 곤히 자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달려야만 합니다.

■ ‘새벽 배송’의 숨은 이면… 극한으로 내몰리는 지입차 배송기사들

[VCR]
김OO/ 유가족
“네, 차가 완전히 찌그러져서 문도 안 열리더라고요? 제가 거기 다 힘으로 열고 들어가서 가져온 거죠. 그런데 (울컥) 갈 때 남아있던 게 이거밖에 없어요. 이제 남편은 갔기 때문에…”

남편은 가고, 유품 몇 개만 겨우 챙겼습니다.
코로나19 와중에 오랜 직장을 잃었던 남편,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물불 가릴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수도권 거주자 모두 가능하시고요. 여성분, 초보자분들도 가능하십니다.“

배송기사를 구한다는 구인공고,
쉽고 간단한 배송을 해서 월 4~5백만 원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김OO/ 유가족
“투 잡을 할 수 있고 일이 너무 쉬워서 여자들도 많이 한다…”

남편이 낮에는 공부 좀 해보겠다고 투 잡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이 일을 시작하러 상담하러 갔고.

운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트럭을 분양 받아 일해야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김OO/ 유가족
“갑자기 첫 날 상담하는 날 가서 계약금을 입금해라…”

2700만 원이나 주고 1톤짜리 중고 트럭을 받았습니다.
세탁물 새벽 배송이었습니다.
차를 받은 날부터, 뭔가 심상찮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황OO/ 친구
“차를 보는 순간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정말 다 거의 녹슬고 거의 다 쓰러져가는 차더라고요.”

김OO/ 유가족
“언덕 가다가 시동이 꺼지기도 하고 밀려서 위험하고”

새벽 배송 기사의 삶은 낡은 트럭 만큼이나 힘겨웠습니다.

김OO/ 유가족
“사람의 삶이 아닌 거예요. 남편이 아침 10시, 11시가 돼도 안 끝나는 거예요. (전날) 저녁부터 했는데. 12시간도 훨씬 넘었는데. 16시간 막 이렇게 일한 적도 있고요.”

황OO / 친구
“친구가 되게 덩치도 있게 되게 이랬던 애가… 17kg가 빠졌어요.”

(기자: 몇 달 사이에 17kg가 빠졌습니까?)

김OO/ 유가족
“2달 안 되게 17kg가 빠졌어요.”

(기자: 일 시작하고 두 달 만에 몸무게가 17kg나 빠졌다는 거죠?)

너무 힘들었지만, 그만둘 수도 없었습니다.
지입 트럭을 분양받는 데 들어간 2천 7백만 원을 날릴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김OO/ 유가족
“비슷한 시기에 일하는 사람이 다리가 다쳐서 나갔어요. 용차비를 낸 거예요, 그분이.”
(기자: 하루에 30만 원씩 계산해서…)

계약기간 1년을 채우기 전에 일을 그만 두면 내야하는 용차비.
최악의 경우엔 많게는 무려 2천7백만 원까지 물어내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

김OO/ 유가족
“정말 내는 걸 보니까 우리 남편은 그만 둘 수가 없는 거죠. 남편이 그래서 (계약기간) 1년은 마치고 그만두자라고 꾸역꾸역 이제 버티고 있었죠. 1년만 참자. 정말 쓰러질 듯 아파도 약을 먹고 나갔어요. 죽더라도 배송하면서 죽어야 한다고…”

강 씨가 숨진 뒤 회사 측이 보인 태도는
유족들과 친구들을 또 한 번 절망에 빠뜨렸습니다.

친구 황OO과 운수업체 측 전화녹취
지인
“파주 운전 중에 사고 난 강OO 친구인데요. 지금 유족들이 이제 제수씨랑 딸들밖에 없다 보니까.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제가 일단 대신 전화는 드렸습니다. 이게 어찌 됐든 아무튼 죽게 되지 않았습니까? 사망에 이르게까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주원통운에서는 아무런 대책이나 연락이나 이런 게 전혀 없는 건가요?”

운수업체
“어떤 걸 말씀하시는, 보상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황OO/ 친구
“보상도 그렇지만 와 가지고…”

운수업체
“친구분 맞으신가요?”

황OO/ 친구
“네.”

운수업체
“그런데 제 느낌은 이거 이용해서 친구분 돈 받으러…”

황OO/ 친구
“아니, 아니요.”

운수업체
“돈 챙기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계약 해지서를 쓰러 간 자리에서도 유가족은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김OO/ 유가족
“‘어떤 이의도 주원통원한테 제기하지 않는다’ 라든지 ‘법적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이제 그 밑에다 넣고서 서명하게 만들려고 이번에 하라고요. 모욕을 당한 거죠. ‘비방할 시에는 법적 책임을 내가 다 져라’ 뭐 이런 식으로 써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변호사 검토를 통해서 다시 오겠다’, ‘듣고 오겠다’ 그랬더니 정말… ‘가세요’ 그러더라고요? 저한테. 필요 없다고 여기서 사인하지 않을 거면 그냥 가라고. 그러니까 그냥 소모품이에요. 그냥 여기는 그냥 정말 다 쓰러져가는 오래된 차 비싸게 팔아서 죽건 다치건 알아서 하시고 이제 소모품으로 끝난거죠 남편은…”

■ 아침 7시까지 배송… 그에겐 과로가 일상이었다.

[스튜디오]
남현종 아나운서/ 9층시사국 MC
“하소연할 데 없는 유족들은 9층시사국 취재진에게 제보를 해왔는데요. 취재 기자가 직접 해당 회사를 찾아가봤습니다.”

[VCR]
회사 측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배의근/ 주원통운 영업대표
“원래대로 계약서대로 하면 (용차비를) 청구를 해야지 맞습니다. 왜냐하면 개인 사업자하고 법인 사업자가 계약을 했지만 해서 근데 저희가 다 청구하지 않아요. 딱한 사항이 있으면 봐주기도 하고 무지막지하게 운영을 하지 않아요.”

"계약할 때마다 녹화, 녹음을 다 남기기 때문에
일부 지입차주들 주장처럼 속이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씨의 새벽 장시간 근무도 "회사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배의근/ 주원통운 영업대표
“근무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그러는데 이거는 본인이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만약에 (배송기사가) 새벽 안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저희가 (원청사에) 배상을 해줘야 되는 위약금이 있거든요. 그래서 (배송기사가) 일을 많이 달라고 해도 많이 주지 않습니다.”

"만족하면서 일하는 지입기사들도 많다"는 점을 알아달라면서
"강 씨가 맡았던 일은 대부분 새벽 3시 전에 끝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배송하시는 분들은 보통 통상적으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을?)
배의근/ 주원통운 영업대표
“그래서 지금 이걸 보여드릴게요. 어저께 것부터. 옛날 꺼 보여드려도 상관없는데 2시 28분 83건, 2시 37분 53건, 이분은 31건 하는 것도 있고요. 그냥 2시 50분…”

그런데, 아침 7시에 끝난 경우도 보입니다.

(기자: 그러면 이건 이 시간대인데, 내려가면 어떻습니까. 이쯤에서 멈추면 7시잖아요?)
배의근/ 주원통운 영업대표
“이분은 조금 늦게 올린 것 같아요.”

숨진 강 씨의 휴대폰에서도 비슷한 시간대들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아침 6시 이후 일과 관련해 주고 받은 메시지는 280건이나 됐습니다.

유족들 얘기처럼, 심지어 전날 저녁 시작한 일이
다음날 낮 12시쯤 끝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주원통운에서 일하다 퇴사했다는 전직 직원,
설득 끝에 어렵게 만났습니다.

(기자: 일하신 기간 자체는 얼마나 된 거예요?)
주원통운 전 직원(음성변조)
“(5일 나갔죠) 5일 정도요.”

내부에서 지켜본 영업방식은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주원통운 전 직원(음성변조)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관리해주고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냥 중고차를 팔 거다, 심하게 비싸게. 이렇게 하는 구조이고”

중고 지입 트럭을 비싸게 판 다음, 차액을 나눠 먹는다는 얘기.

주원통운 전 직원 가족(음성변조)
“(지입차 분양 계약을 성사시키면) 뭐 수익 구조는 수익이 나는 부분에서 1:1:1 이렇게 가져간다고 하는 거예요. 일자리를 따온 사람, 그 다음에 사람을 구해온 사람, 그다음에 회사.
(예를 들면) 차 값에서 1200만 원을 남겨서 400, 400, 400을 나눈다는 거죠.”

■ 비싸게 분양 받아야 만 하는 구조… 지입차주의 눈물

[스튜디오]
MC:
“지금 전 직원의 얘기대로라면 이 운수회사에서 중고 트럭을 시세보다 1000만 원 정도 비싸게 팔아서 그 차익을 나눠 먹는다는 주장이잖아요. 이러면 운수회사가 아니라 중고 트럭 회사 같은데요?”

정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만난 전 직원 주장은 일단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희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봤을 때도 주로 하는 얘기가 운수회사가 아니고 중고차 파는 회사 아니냐. 트럭을 너무 비싸게 팔고 있다. 이런 주장들을 많이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설명드리는 것보다는 해당 업체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시는 게 낫겠습니다.”

배의근/ 주원통운 영업대표
“저희가 타 회사보다. 비싸게 분양을 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영업비용이 들어가고요. 그리고 광고비도 들어가고, 직원들 월급도 나가고… 생닭은 2천 원이면 살 수 있잖아요. 그거를 왜 프랜차이즈에서 2만 원에 파냐는 거랑 똑같은 얘기거든요.”

MC:
“배송기사들의 입장에서 굳이 중고 트럭을 1000만 원 비싸게 사는 것보다 알아서 구해서 배달을 하는 게 더 나은 거 아니에요?”

정 기자:
“지금 제도적으로, 관례적으로 지금 그렇게 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기본적으로 화물차 운송 면허는 지금 신규 발급이 제한돼 있거든요. 그래서 2004년에 화물차 총량제를 도입한 결과고요. 그러다 보니까 기존에 발급된 화물차 번호판이 희소가치가 생겼습니다.”

정 기자:
“그래서 이걸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번호판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이런 전문 지입 업체들이 지금 많이 생겼습니다. 5,000~7,000개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화물차 운송 시장 전체로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지입차 비율이 68%에 달한다, 이렇게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길에서 보는 화물차 10대 가운데 7대는 실질적으로 지입차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MC:
“배송기사 입장에서는 관련 업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지입 트럭을 비싸게 사야 되는 그런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

정 기자:
“그게 현실이라는 거죠.”

MC: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불이익도 많이 당할 것 같고 불공정 계약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떤 법적으로 아니면 제도적으로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정 기자:
“당연한 지적인데 지입차주는 특수고용직 근로자가 아니고 개인사업자로 분류가 돼 있습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류현철/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
“(지입차주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시간에 대한 규정이라든가 근로조건에 대한 규정들을 해당이 안 되죠. 근로기준법 상의 보호를 받지도 못 하는 상황 속에서 낮은 노임 단가 그리고 계약 관행에 있어서 공정하지 못한 계약 이렇게 맺으면서 강제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종사하게 되고…”

공 기자:
“그런데 요새 특고직 굉장히 많잖아요?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이게?”

정 기자:
“그래서 지입차 또 특고직분들이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이제 노동자에 대한 기준 자체를 새로 정립할 때가 됐다, 이런 의견들도 있습니다.”

류현철/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라는 개념 자체가 되게 옛날 개념이지 않습니까? 플랫폼 노동 이런 부분들 자체들에 대해서 근로자성을 개별 사례로 억지로 인정받기는 하지만 포괄적으로 이것들을 수용하는 방법들이 필요한데 그게 지금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사회에서는 근로자성 혹은 노동자성이라는 규정들을 새로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정 기자:
“이 제도 외에도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런 의견들도 있습니다. 요즘 노동자들의 연대권에 대해서 사회적 비판 분위기가 지나치다, 이런 우려입니다.”

임자운/ 변호사
“개별화된 노동자들은 사실 힘이 별로 없잖아요. 집단으로 만들 수도 없고 집단으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같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가 계속 만들어지는 게 지금은 뛰어난 정책 개선 방향, 제도를 연구해야 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

김○○/지입차주
“모집 공고에 그 명시했던 뭐 400에서 580만 원이라는 수익을 충분히 올릴 수 있다…”

지입 트럭 한 대에 2천 6백만 원 냈다는 김 모 씨.
하지만 벌이는 설명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김○○/지입차주
“제가 8일 동안 주원통운에서 일하면서 정산된 금액이 38만 4천 원입니다. 경비 빼면 한 15만 원 벌었을 겁니다. 8일 동안에…”

김 씨는 이런 내용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불이익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받던 배송물량 할당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김○○/지입차주
“분하죠. 그다음에 이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런 일에 당한 자괴감. 하여튼 굉장히 제가 고생했습니다. 심적으로. 금전적인 피해도 물론이고요. 그런 피해자들이 더 이상 양산이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딱 바라는 거 하나뿐입니다.”

■ 지금도 새벽배송 기사를 모으고 있었다…끝나지 않을 고통의 굴레

[에필로그]

강 씨가 숨진 지 일곱 달,
그 회사 사무실은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요즘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는 말을 실감할 정돕니다.

주원통운 직원 (음성변조)/
“같이 오신 건가요? 안내 좀 해드릴게요.”
(기자: 사람이 엄청 많네. 우와.)

주원통운 직원 (음성변조)/
“계속 자리가 안 나가지고 이쪽으로 앉으세요.”

기다리길 30여 분, 면접관이 들어옵니다.

주원통운 직원 (음성변조)/
“잘 오셨어요. 상담실이 10개인데도 연초니까 많이들 오세요. 저희는 그런데 또 원래 또 1등 하는 회사라서 다른 데보다 조건이나 이런 게 훨씬 좋아요.”

숨진 강 씨가 여기서 들었다는 말들,

김OO/ 유가족
“투 잡을 할 수 있고 일이 너무 쉬워서 여자들도 많이 한다…”

똑같은 말들이 흘러나옵니다.

주원통운 직원 (음성변조)/
“운전만 할 줄 알면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이죠. 여자 분들도 하시니까. 일 후딱 끝나요…”

달라진 거라곤 지입 중고 트럭 값이 강씨 때보다 3백만 원 올랐다는 것뿐입니다.

주원통운 직원 (음성변조)/
“넘버를 달아줌으로써 사업자를 내줘요. 영업용 운수사업자…
대략 3천만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고…”

취재기자: 정연우 공민경
촬영: 설태훈 조선기 김만중
영상편집: 이기승 손보라
자료조사: 정예빈 송지환

방송일시 : KBS 2TV 2023년 2월 8일 밤 11시
'9층시사국'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2tv/news/9fsisa/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ESAf4PvYLnnmsk80fSD0373mW-pjV11

- 제목 : [반론보도문]「<9층시사국>어느 새벽의 마지막 배송」제목 보도 관련
- 본문 : KBS는 2023년 2월 8일 <9층시사국> 프로그램에서 「어느 새벽의 마지막 배송」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주원통운 측은 "망인의 운송계약에 따른 작업시간은 22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였으며, 그 이후 오배송 작업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업무량이 과다하지 않았고, 중고차량을 팔아서 수익을 취한 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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