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 200만 원’의 여파…사라지는 ‘구청 공익’

입력 2023.05.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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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한때는 방위병, 한때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불렸습니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사회서비스 업무와 행정업무 등의 지원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주로 신체등급 4급을 받은 보충역들입니다. 현재 숫자는 5만 4천 명에 달합니다.


■ 서울 자치구 4곳 "'구청 공익' 안 뽑겠다"

일상에서는 구청이나 주민센터 같은 관공서에서 사회복무요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병무청이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내년도 사회복무요원 수요를 접수받았는데, 서울 지역에서 4개 자치구가 행정분야 사회복무요원이 필요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자치구에서 현재 복무 중인 인원들이 소집해제되면 이른바 '구청 공익'은 사라지게 됩니다.

사회복무요원은 업무 성격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집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지하철 등에서 일하는 사회서비스 분야가 있고, 관공서 등에서 업무 보조를 하는 행정 분야가 있습니다. 현재 행정 분야는 전체의 28.5%를 차지합니다. 행정 분야 사회복무요원은 필요 없다고 한 자치단체들은, 일단은 사회서비스분야 사회복무요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어서일까요?
자치구별 사회복무요원 축소안 속 내용 발췌자치구별 사회복무요원 축소안 속 내용 발췌

■ "병사 월급 2백만 원 영향"…재정부담 증가가 이유

해당 구청들이 작성한 사회복무요원 인력 감축 문서를 보면, 이들은 재정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병사 월급 2백만 원'을 정책 목표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사회복무요원 월급은 병사 월급과 연동됩니다. 대통령 공약에 따라 병장 기본급이 올해 월 백만 원이 되자 사회복무요원 월급도 같이 올랐습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현역들과 달리 월급에 더해 식비와 교통비까지 지원해야 된다"며 "부담하는 비용이 월 2백만 원 수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부담이 앞으로 더 커질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정부 목표 상 2025년 병장 월급은 최소 150만 원까지 오릅니다. 이 경우 자치단체들은 사회복무요원을 200명 수준으로 운영하면 봉급으로 4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들이 이른바 '구청 공익'을 포기하는 것은 사회서비스 분야와 달리 행정 분야에는 국비 지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2026년부터는 사회서비스분야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지원도 사라질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 자치구는 아예 모든 분야에서 사회복무요원을 점진적 축소하겠다고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병무청은 올해부터 사회복무요원의 상근 지원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지난 1월 병무청은 올해부터 사회복무요원의 상근 지원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사회복무요원 대상자 '상근'도 지원 가능…적체 해소될까?

봉급 인상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수요는 한정돼 복무요원으로 판정을 받고 소집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3년을 대기하다 결국 면제 판정을 받은 사람이 매년 만 명에 달하는 실정입니다. 면제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시간만 길어져 구직 등에 악영향을 미칠까 대기자들의 불안감은 크기만 합니다. 현재 복무 중인 하은성 사회복무노조 사무처장은 "전체 수요가 감소하게 되면 적체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습니다.

병무청은 사회복지시설이나 지하철 등에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다음 달부터는 사회복무요원 대상자가 상근예비역을 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 개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일선 군부대에까지 사회복무요원을 투입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들이 군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인구 감소에 따라 병력 자원이 점점 줄어가고 있습니다.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에 대한 마땅한 보상도 이뤄져야 합니다. 변화하는 상황을 반영한 꼼꼼한 병력 수급 계획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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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0 0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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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한때는 방위병, 한때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불렸습니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사회서비스 업무와 행정업무 등의 지원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주로 신체등급 4급을 받은 보충역들입니다. 현재 숫자는 5만 4천 명에 달합니다.


■ 서울 자치구 4곳 "'구청 공익' 안 뽑겠다"

일상에서는 구청이나 주민센터 같은 관공서에서 사회복무요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병무청이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내년도 사회복무요원 수요를 접수받았는데, 서울 지역에서 4개 자치구가 행정분야 사회복무요원이 필요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자치구에서 현재 복무 중인 인원들이 소집해제되면 이른바 '구청 공익'은 사라지게 됩니다.

사회복무요원은 업무 성격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집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지하철 등에서 일하는 사회서비스 분야가 있고, 관공서 등에서 업무 보조를 하는 행정 분야가 있습니다. 현재 행정 분야는 전체의 28.5%를 차지합니다. 행정 분야 사회복무요원은 필요 없다고 한 자치단체들은, 일단은 사회서비스분야 사회복무요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어서일까요?
자치구별 사회복무요원 축소안 속 내용 발췌
■ "병사 월급 2백만 원 영향"…재정부담 증가가 이유

해당 구청들이 작성한 사회복무요원 인력 감축 문서를 보면, 이들은 재정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병사 월급 2백만 원'을 정책 목표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사회복무요원 월급은 병사 월급과 연동됩니다. 대통령 공약에 따라 병장 기본급이 올해 월 백만 원이 되자 사회복무요원 월급도 같이 올랐습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현역들과 달리 월급에 더해 식비와 교통비까지 지원해야 된다"며 "부담하는 비용이 월 2백만 원 수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부담이 앞으로 더 커질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정부 목표 상 2025년 병장 월급은 최소 150만 원까지 오릅니다. 이 경우 자치단체들은 사회복무요원을 200명 수준으로 운영하면 봉급으로 4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들이 이른바 '구청 공익'을 포기하는 것은 사회서비스 분야와 달리 행정 분야에는 국비 지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2026년부터는 사회서비스분야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지원도 사라질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 자치구는 아예 모든 분야에서 사회복무요원을 점진적 축소하겠다고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병무청은 올해부터 사회복무요원의 상근 지원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사회복무요원 대상자 '상근'도 지원 가능…적체 해소될까?

봉급 인상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수요는 한정돼 복무요원으로 판정을 받고 소집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3년을 대기하다 결국 면제 판정을 받은 사람이 매년 만 명에 달하는 실정입니다. 면제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시간만 길어져 구직 등에 악영향을 미칠까 대기자들의 불안감은 크기만 합니다. 현재 복무 중인 하은성 사회복무노조 사무처장은 "전체 수요가 감소하게 되면 적체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습니다.

병무청은 사회복지시설이나 지하철 등에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다음 달부터는 사회복무요원 대상자가 상근예비역을 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 개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일선 군부대에까지 사회복무요원을 투입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들이 군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인구 감소에 따라 병력 자원이 점점 줄어가고 있습니다.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에 대한 마땅한 보상도 이뤄져야 합니다. 변화하는 상황을 반영한 꼼꼼한 병력 수급 계획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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