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54조 적자…‘윤석열표 건전재정’ 시험대에 서다 [주말엔]

입력 2023.05.13 (08:00) 수정 2023.05.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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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나라살림 54조 적자'…도대체 뭐길래 난리야?
- 지출 줄었지만 세수도 줄었다…커지는 세수 결손 우려
- 재정적자, 이대로 괜찮을까?…"종합소득세 세수까지 봐야"
- 상저하고? 상저하저!…시험대에 선 '尹표 건전재정'


지난 11일, 기획재정부가 '5월 재정동향'을 발표했습니다. 매달 발표하는 재정동향에는 정부의 재정수지, 즉 수입과 지출이 담겨있습니다. 이번 재정동향에는 올해 1분기(1~3월)의 정부 총수입과 총지출 등이 집계돼 있었습니다.

■ '나라살림 54조 적자'…도대체 뭐길래 난리야?

아래는 이번 재정동향이 발표된 이후 보도된 기사들의 제목입니다. '나라살림 적자'가 도대체 뭐길래, 이런 보도가 나온 걸까요?

<나라살림 흔들린다…1분기 적자 54조원>
<1분기 나라살림 적자 54조원…연간 적자 전망치 90% 넘었다>
<1분기 만에 나라살림 적자 54조원…'추경' 코너 몰리는 정부>

나라살림은 바로 '관리재정수지'를 의미합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에 적립되는 금액을 또 제외한 개념입니다.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고용보험 기금 등에 저축해 놓는 돈이 상당하다 보니, 이런 금액을 수지에서 뺀 겁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해되는데요. 이번에 1분기 관리재정수지가 54조 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적자 폭이 8조 5,000억 원 늘어난 수치입니다. 정부는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58조 2,000억 원 규모로 예상했는데, 이 규모의 약 92%에 육박하는 적자가 1분기에 난 겁니다.

■ 지출 줄었지만 세수도 줄었다…커지는 세수 결손 우려

올 1분기 총지출은 186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 7,000억 원이 줄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지난해에는 시행하던 코로나 위기대응 사업이 축소되고 소상공인 손실보상이 종료된 영향입니다. 많이 써서 적자가 난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문제는 수입이 더 줄었다는 것 입니다. 올해 1분기 정부 총수입은 145조 4,000억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5조 원 줄었습니다.


총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 감소가 결정적이었습니다. 1분기 세수는 지난해 1분기보다 24조 원 감소한 87조 1,000억 원만 걷혔습니다. 기업 영업이익 감소와 부동산 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법인세가 6조 8,000억 원, 소득세가 7조 1,000억 원 줄어든 탓입니다.


예산과 대비해 국세가 얼마나 거둬들여 졌는지를 알 수 있는 '국세수입 진도율'도 21.7%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약 6.4%포인트나 낮은 건데, 이대로라면 세수 결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재정적자, 이대로 괜찮을까?…"종합소득세 세수까지 봐야"

세수 결손까지 우려되는 상황. 당연히 재정적자가 이대로 괜찮은 건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선 기재부 관계자는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에 대해, "월별로 법인세, 종합소득세 등 세수가 들어오는 시점이 크게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런 등락 폭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부가가치세가 걷히고 하반기에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적자도 줄어들 수 있으니, 지금의 추세가 연말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관리재정수지가 예산 목표치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단하기 성급하다는 겁니다.

세수 결손의 가능성과 규모에 대해서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려면, 5월 재정수지까지는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3월 법인세 실적은 세수 결손을 걱정할 정도로 우려스럽다"면서도, "지난해 고용이 양호한 편이라 5월에 종합소득세가 들어오는 것까지 본 뒤에 세수 결손 규모의 윤곽을 추정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 상저하고? 상저하저!…시험대에 선 '尹표 건전재정'

그러나 올해 남은 기간 세수가 예상대로 잘 걷히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하반기 경기가 얼마나 상승할지에 따라 세수 반등 여부도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춘 이유도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잠정 성장률만큼 잘 안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잠재 성장률에 못 미치는 1.5%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수출 부진 등을 이유로 지난 2월에 전망했던 1.8%보다 0.3%포인트 더 낮춘겁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상저하고라고 하지만 하반기에 경기가 좋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대적으로 보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나을 것이라고 이해해달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국채를 발행하거나, 지출을 줄이는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석 교수는 "낙관적 세수 전망을 바탕으로 계획대로 지출하면, 세수 펑크를 메꿀 수 없다"며 "감액 추경을 해 예산 지출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3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중앙정부 채무는 1,053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0조 2,000억 원 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때부터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할 것"이라며, '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워왔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안으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도 추진해 온 겁니다.

세수 적자 위기 속에 정부가 건전재정을 일관되게 밀고 갈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 예상대로 추경을 한다면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이는 쪽에 방점을 둘까요? 아니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을까요. 재정 당국의 위기 해결능력이 '살림살이'로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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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분기에만 54조 적자…‘윤석열표 건전재정’ 시험대에 서다 [주말엔]
    • 입력 2023-05-13 08:00:41
    • 수정2023-05-13 09:09:37
    주말엔
- '나라살림 54조 적자'…도대체 뭐길래 난리야?<br />- 지출 줄었지만 세수도 줄었다…커지는 세수 결손 우려<br />- 재정적자, 이대로 괜찮을까?…"종합소득세 세수까지 봐야"<br />- 상저하고? 상저하저!…시험대에 선 '尹표 건전재정'<br />

지난 11일, 기획재정부가 '5월 재정동향'을 발표했습니다. 매달 발표하는 재정동향에는 정부의 재정수지, 즉 수입과 지출이 담겨있습니다. 이번 재정동향에는 올해 1분기(1~3월)의 정부 총수입과 총지출 등이 집계돼 있었습니다.

■ '나라살림 54조 적자'…도대체 뭐길래 난리야?

아래는 이번 재정동향이 발표된 이후 보도된 기사들의 제목입니다. '나라살림 적자'가 도대체 뭐길래, 이런 보도가 나온 걸까요?

<나라살림 흔들린다…1분기 적자 54조원>
<1분기 나라살림 적자 54조원…연간 적자 전망치 90% 넘었다>
<1분기 만에 나라살림 적자 54조원…'추경' 코너 몰리는 정부>

나라살림은 바로 '관리재정수지'를 의미합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에 적립되는 금액을 또 제외한 개념입니다.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고용보험 기금 등에 저축해 놓는 돈이 상당하다 보니, 이런 금액을 수지에서 뺀 겁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해되는데요. 이번에 1분기 관리재정수지가 54조 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적자 폭이 8조 5,000억 원 늘어난 수치입니다. 정부는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58조 2,000억 원 규모로 예상했는데, 이 규모의 약 92%에 육박하는 적자가 1분기에 난 겁니다.

■ 지출 줄었지만 세수도 줄었다…커지는 세수 결손 우려

올 1분기 총지출은 186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 7,000억 원이 줄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지난해에는 시행하던 코로나 위기대응 사업이 축소되고 소상공인 손실보상이 종료된 영향입니다. 많이 써서 적자가 난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문제는 수입이 더 줄었다는 것 입니다. 올해 1분기 정부 총수입은 145조 4,000억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5조 원 줄었습니다.


총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 감소가 결정적이었습니다. 1분기 세수는 지난해 1분기보다 24조 원 감소한 87조 1,000억 원만 걷혔습니다. 기업 영업이익 감소와 부동산 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법인세가 6조 8,000억 원, 소득세가 7조 1,000억 원 줄어든 탓입니다.


예산과 대비해 국세가 얼마나 거둬들여 졌는지를 알 수 있는 '국세수입 진도율'도 21.7%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약 6.4%포인트나 낮은 건데, 이대로라면 세수 결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재정적자, 이대로 괜찮을까?…"종합소득세 세수까지 봐야"

세수 결손까지 우려되는 상황. 당연히 재정적자가 이대로 괜찮은 건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선 기재부 관계자는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에 대해, "월별로 법인세, 종합소득세 등 세수가 들어오는 시점이 크게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런 등락 폭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부가가치세가 걷히고 하반기에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적자도 줄어들 수 있으니, 지금의 추세가 연말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관리재정수지가 예산 목표치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단하기 성급하다는 겁니다.

세수 결손의 가능성과 규모에 대해서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려면, 5월 재정수지까지는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3월 법인세 실적은 세수 결손을 걱정할 정도로 우려스럽다"면서도, "지난해 고용이 양호한 편이라 5월에 종합소득세가 들어오는 것까지 본 뒤에 세수 결손 규모의 윤곽을 추정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 상저하고? 상저하저!…시험대에 선 '尹표 건전재정'

그러나 올해 남은 기간 세수가 예상대로 잘 걷히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하반기 경기가 얼마나 상승할지에 따라 세수 반등 여부도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춘 이유도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잠정 성장률만큼 잘 안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잠재 성장률에 못 미치는 1.5%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수출 부진 등을 이유로 지난 2월에 전망했던 1.8%보다 0.3%포인트 더 낮춘겁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상저하고라고 하지만 하반기에 경기가 좋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대적으로 보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나을 것이라고 이해해달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국채를 발행하거나, 지출을 줄이는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석 교수는 "낙관적 세수 전망을 바탕으로 계획대로 지출하면, 세수 펑크를 메꿀 수 없다"며 "감액 추경을 해 예산 지출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3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중앙정부 채무는 1,053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0조 2,000억 원 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때부터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할 것"이라며, '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워왔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안으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도 추진해 온 겁니다.

세수 적자 위기 속에 정부가 건전재정을 일관되게 밀고 갈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 예상대로 추경을 한다면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이는 쪽에 방점을 둘까요? 아니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을까요. 재정 당국의 위기 해결능력이 '살림살이'로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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