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서울 종로구에서 60대 남성 A 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모습. A 씨의 모습에 놀란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뒷걸음질 치고 있다. (혜화경찰서 제공)
지난 17일 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60대 남성 A 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대학로 길거리를 배회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사건 당시 CCTV에는 한밤 중 칼을 든 A 씨를 보고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되돌아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A 씨의 행동을 엄중한 범죄로 보고 시민들이 느꼈을 공포심 등을 고려해 A 씨에게 특수협박 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영장 심사 과정에서, A 씨를 선처해달라면서 '탄원서'로 목소리를 낸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형제복지원 피해자...'집' 없이 평생 살았다
A 씨는 나이가 60대라고 알려졌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태어난 뒤 상당 기간, 출생 등록이 안 된 채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1983년이 되어서야 스스로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어 출생 사실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이때 1962년생으로 등록되긴 했지만, 그가 실제로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평생을 고아로 살면서 보육시설과 부랑인 시설 여러 곳을 전전했던 A 씨,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형제복지원은 지난해 8월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밝힌 곳입니다. A 씨도 이곳에서 강제노동과 폭행 등 피해를 당하다가 겨우 탈출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이러한 피해 사실을 진실화해위에 진술했고, 국가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A 씨는 지난해 9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해 살면서 처음으로 '시설'이 아닌 '집'에서 살게 됐습니다. 11개월 동안 홀로서기를 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해왔는데,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A 씨 보호해온 시민단체 "위협적 행동 맞지만…."
A 씨의 이 같은 삶을 알고 보호해온 건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입니다. 이 단체는 2002년 길거리에서 노숙하던 A 씨를 발견했고, 20년 넘게 A 씨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 씨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에 '2급 지적장애'를 판정받은 중증 발달장애인입니다. 그의 지능지수는 35~49 정도밖에 되지 않고, 정신연령도 3~7세 수준이라고 합니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A 씨는 여전히 글을 읽고 쓸 줄 모릅니다. 자기 생각이나 요구사항을 표현하기 어렵고, '소리 지르기'로 의사를 표현해왔다고 합니다.
A 씨 주거지 인근 주민들은 평소에도 A 씨가 소리를 질러왔다면서 공포심을 드러냈는데, 이게 A 씨에겐 '의사 표현'이고 누군가를 해치려는 건 아니라는 게 단체 측 설명입니다. "뇌경색과 급성신부전 등 질환이 있어서 물리적으로 타인을 해치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1000명 넘게 탄원… "과잉행동 치료, 주민 소통 등 계획"
장애가 있더라도, 불우한 삶을 살아왔더라도, 흉기를 소지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홈리스행동이 이런 탄원서를 작성한 취지는 A 씨의 행동이 위험하고 엄중하더라도,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한계와 상황도 고려해달라는 것입니다.
탄원에는 1천 명 넘는 시민과 시민 단체가 동참했지만, 범죄의 중대성과 도망 염려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은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어제(20일) 경찰서에 수감 된 A 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A 씨는 먹고 싶은 음식을 말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1차원적 요구만을 말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단체 측은 설명했습니다.
홈리스행동은 이번 사건처럼, 불편한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고 위협적으로 움직이는 A 씨의 '과잉행동'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문의와 적극적인 치료를 할 계획입니다.
또 A 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대주택의 이웃 주민들과도 만나서, A 씨의 건강 상태와 상황을 알리고 '불편한 일이 생기면 단체로 연락하라'고 알릴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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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 흉기’ 60대는 ‘형제복지원 피해 장애인’…“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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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8-21 16:39:14
지난 17일 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60대 남성 A 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대학로 길거리를 배회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사건 당시 CCTV에는 한밤 중 칼을 든 A 씨를 보고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되돌아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A 씨의 행동을 엄중한 범죄로 보고 시민들이 느꼈을 공포심 등을 고려해 A 씨에게 특수협박 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영장 심사 과정에서, A 씨를 선처해달라면서 '탄원서'로 목소리를 낸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형제복지원 피해자...'집' 없이 평생 살았다
A 씨는 나이가 60대라고 알려졌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태어난 뒤 상당 기간, 출생 등록이 안 된 채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1983년이 되어서야 스스로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어 출생 사실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이때 1962년생으로 등록되긴 했지만, 그가 실제로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평생을 고아로 살면서 보육시설과 부랑인 시설 여러 곳을 전전했던 A 씨,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형제복지원은 지난해 8월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밝힌 곳입니다. A 씨도 이곳에서 강제노동과 폭행 등 피해를 당하다가 겨우 탈출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이러한 피해 사실을 진실화해위에 진술했고, 국가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A 씨는 지난해 9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해 살면서 처음으로 '시설'이 아닌 '집'에서 살게 됐습니다. 11개월 동안 홀로서기를 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해왔는데,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A 씨 보호해온 시민단체 "위협적 행동 맞지만…."
A 씨의 이 같은 삶을 알고 보호해온 건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입니다. 이 단체는 2002년 길거리에서 노숙하던 A 씨를 발견했고, 20년 넘게 A 씨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 씨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에 '2급 지적장애'를 판정받은 중증 발달장애인입니다. 그의 지능지수는 35~49 정도밖에 되지 않고, 정신연령도 3~7세 수준이라고 합니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A 씨는 여전히 글을 읽고 쓸 줄 모릅니다. 자기 생각이나 요구사항을 표현하기 어렵고, '소리 지르기'로 의사를 표현해왔다고 합니다.
A 씨 주거지 인근 주민들은 평소에도 A 씨가 소리를 질러왔다면서 공포심을 드러냈는데, 이게 A 씨에겐 '의사 표현'이고 누군가를 해치려는 건 아니라는 게 단체 측 설명입니다. "뇌경색과 급성신부전 등 질환이 있어서 물리적으로 타인을 해치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1000명 넘게 탄원… "과잉행동 치료, 주민 소통 등 계획"
장애가 있더라도, 불우한 삶을 살아왔더라도, 흉기를 소지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홈리스행동이 이런 탄원서를 작성한 취지는 A 씨의 행동이 위험하고 엄중하더라도,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한계와 상황도 고려해달라는 것입니다.
탄원에는 1천 명 넘는 시민과 시민 단체가 동참했지만, 범죄의 중대성과 도망 염려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은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어제(20일) 경찰서에 수감 된 A 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A 씨는 먹고 싶은 음식을 말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1차원적 요구만을 말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단체 측은 설명했습니다.
홈리스행동은 이번 사건처럼, 불편한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고 위협적으로 움직이는 A 씨의 '과잉행동'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문의와 적극적인 치료를 할 계획입니다.
또 A 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대주택의 이웃 주민들과도 만나서, A 씨의 건강 상태와 상황을 알리고 '불편한 일이 생기면 단체로 연락하라'고 알릴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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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기자 my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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