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축구 농구 등의 인기종목에 비해 비인기종목 선수들이 종교에 의지하는 비중이 더 큰 것이 일반적이다.
팬들의 응원 소리가 없어 고독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종교의 역할은 아무래도 더 커지기 마련이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31)은 현역 시절 ‘셔틀콕의 천사’로 불렸다.
독실한 천주교신자인 방수현은 결승에서 미아 아우디나(당시 인도네시아)를 꺾고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코트에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으며 하느님께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신앙고백을 했다.
세례명이 수산나인 방수현은 어릴 때 꿈이 수녀가 되는 것이었다. 비록 수녀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방수현은 어쩌면 그 이상의 선행을 베풀면서 ‘셔틀콕의 천사’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수녀원 대신 배드민턴 코트를 나눔의 터로 삼은 방수현은 서울 상계동 성모자애재활원을 비롯한 각종 복지시설 후원은 물론 사정이 어려운 신학생 후원,고아원에 라켓 보내기 운동,인도네시아의 선천성 청각장애 소년의 수술비 전액을 지원해준 일 등 별명에 걸맞은 활동을 해오고 있다.
같은 배드민턴의 김동문(28)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 기독선수 모임 회장을 맡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신자다.
모태신앙인 김동문은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하기 전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 2관왕이 유력시됐으나 뜻밖의 부진으로 동메달(남자복식) 1개에 그쳤다. 그러나 김동문은 이런 시련을 ‘주님이 주신 하나의 선물’로 여기고 더욱 분발해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위기를 잘 넘겼다.
김동문은 당시 “나도 모르게 자만을 한 것 같다. 하나님께서 더 큰 발전을 하라고 금메달보다 값진 이 동메달을 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김동문은 이후 절치부심,최근 말레이시아오픈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하는 등 올해 참가한 5개 대회 혼합복식을 모두 석권하면서 내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금빛 꿈을 키워가고 있다.
동계올림픽 때마다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급부상하는 여자쇼트트랙 쪽은 전통적으로 불교신자들이 많다. 동계올림픽에서 총 4개의 금메달을 따낸 전이경은 경기를 앞두고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옴마니반메훔’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불자선수로 유명하다.
또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수확한 여자대표팀의 경우 5명 가운데 무려 4명이 불교신자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낳았다. 여자 3,000m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경(21) 주민진(20) 최은경(19)과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고기현(17)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특히 가족의 헌신적인 불공에 큰 힘을 얻었다. 고기현의 어머니 김미수씨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경기 당일 불경테이프를 고기현의 방에 하루 종일 틀어놓는가 하면 최민경 주민진 최은경의 가족 역시 100일 기도,특별 정진 기도,108배 정진 등의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