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뉴스] 축구화 수선 달인

입력 2006.06.06 (08:59)

수정 2006.06.06 (09:18)

<앵커 멘트>

이어서 축구 얘기 조금 더 해볼까요? 축구는 90분 동안을 계속해서 뛰어야 하는 스포츠죠, 그래서 축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군인의 총에 비유될 만큼 중요한데요.

네, 그래서 선수들 보면 맞춤 제작까지 하고 그러잖아요, 그만큼 중요하단 얘긴데, 예전에는 번번이 새로 맞출수가 없으니까, 경기 때마다 수선을 해서 신었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무려 40년을 축구화 수선만 하신 분이 있는데, 유명선수들도 단골이라고 하죠?

네, 축구화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정민 아나운서 소개 해주실까요? 이 아나운서~ 이 분 일반인들 축구화도 수선해 주시나요?

<리포트>

서울 동대문운동장 근처에 위치한 축구화 전문 수선점. 2평 남짓한 이 곳이 축구화 장인 김철 씨의 작업장입니다.

1963년, 처음 축구화를 접한 이래 40 여 년. 축구화의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입니다. 그의 연장들 역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모양새가 주인을 닮아 있었는데요.

<인터뷰> 김철 (57살 / 축구화 전문 수선가) : "헌 축구화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것을 새것처럼 고치면 새 생명을 살리는 것 같아요. 수선한 신발을 손님이 신어보고 마음에 든다면 그게 보람이죠."

해병대 출신인 김 씨의 별명은 신발 잡는 해병. 그의 손을 거치면 아무리 낡은 축구화라도 새 것으로 뚝딱, 변신 가능합니다. 축구화 수선의 장인, 김철 씨. 이회택, 차범근, 유상철, 박지성 선수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도 김 씨가 수선한 축구화의 주인공들입니다.

<인터뷰> 김철 (57살 / 축구화 전문 수선가) : "차범근 감독이 280mm, 황보관 감독이 265mm, 서정원 선수가 255mm, 유상철 선수가 270mm. 여기에 왔었던 선수들의 발 크기는 다 외우고 있어요."

<인터뷰> 차상해 (前 축구국가대표) : "이 선수의 발 모양은 이래서 이쪽이 많이 닳았고, 이쪽 가죽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생각하시면서 일 하시기 때문에 선수로서 그런 분에게 축구화를 맡긴다는 게 굉장히 편했어요."

최근엔 인터넷 입소문 덕에 김씨를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 (19살/ 손님) : "친구들이 이곳에 오면 헌 축구화도 새것처럼 만들어 준다고 하고,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이곳이 축구화 수선을 제일 잘한다고 해서 왔어요."

직접 찾아오지 못하는 손님들은 택배를 이용하고 있었는데요. 거제도에서 해남까지 전국에서 오는 택배 만도 하루에 십여 건 입니다. 하지만 40여 가지의 공정을 거치느라 하루에 많아야 8개 정도만 손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철 (57살 / 축구화 전문 수선가) : "끈을 풀어서 신발 안의 흙도 털어내야 하고, 크기 확인도 해야 하고, 어떤 모양으로 수선할지 구상도 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40여 가지의 (수선과정을) 거치게 되죠."

축구화 수선의 처음엔 전기 오븐이 사용됩니다. 마치 요리를 하듯 축구화를 구워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인터뷰> 김철 (57살 / 축구화 전문 수선가) : "열을 가해야 본드가 녹아서 밑창이 신발과 분리가 돼요. 이것은 열을 가하는 장비예요."

밑창을 뜯어낸 축구화는 1 mm 단위로 구분된 300종류에 달하는 발틀을 사용해 크기를 늘리고 줄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 매만지고 두드리는 작업. 덕분에 그의 엄지손가락엔 지문이 없습니다. 40년 계속해온 그의 작업이 남긴 훈장인 셈인데요. 멋스러운 그의 콧수염 역시 수선작업에서 오는 먼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른 것입니다.

<인터뷰> 김철 (57살/ 축구화 전문 수선가) : "신발을 두드릴 때 올라오는 먼지를 수염이 에어 클리너처럼 걸러줘요. 세수를 하면 수염에 걸린 먼지 때문에 물이 새까매요."

현재 김 씨의 작업은 큰아들 주원씨가 돕고 있습니다. 장인의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지만 아버지의 대를 잇겠다는 각오만큼은 남달랐는데요.

<인터뷰> 김주원 (30살/ 김철 씨 큰아들) : "아버지께서 40년 동안 만들어 놓은 기술을 썩히기엔 상당히 아까워요. 앞으로 열심히 해야죠. (아버지를) 따라가지는 못하겠지만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죠"

분주한 낮 시간이 흐르고... 가로등 불이 켜지면 김 씨의 가게에도 밤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작업은 한밤중까지 계속되었는데요.

<인터뷰> 김철 (57살/ 축구화 전문 수선가) : "건강할 때까지 이 일을 꾸준히 하고 싶고, 아들에게 잘 전수 시켜서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죠. 평생을 바친 일이니까 끝까지 마무리를 잘 지어야죠."

40여 년을 한결같이 축구화와 함께 해 온 김철 씨. 축구화 수선 월드컵이 있다면 우승컵은 그의 몫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장인이 따로 없군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참 큰 역할을 담당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정민 아나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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