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버핏의 아름다운 기부

입력 2006.06.28 (08:14)

[김인영 해설위원]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인 미국의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전재산의 85%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해 충격적인 감동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모두 374억달러 우리돈으로 37조 원이나 되는 주식을 내놓아 사상 최대액수로 꼽혀지는 기부금입니다.

더욱이 기부금의 80%인 300억 달러는 자신의 아내 이름을 딴 자선재단이 있음에도 친구인 세계최고부자 빌게이츠의 재단에 기부금 운영을 맡기기로 해 그 기부의 순수성에 의미를 더해줍니다.

버핏은 자신의 이름으로 재단을 만들기 보단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빌게이츠의 재단에 맡기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버핏은 단돈 100 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440억 달러의 재산을 만들어 냈음에도 근검절약의 소박한 생활을 함으로써 투자의 달인을 넘어 현인으로까지 불리우는 사람입니다.

단기적 요인에 따라 부침이 심한 주식시장에서 길게 보고 우량기업에 장기투자하는 방식을 도입한 개척자라는 평가를 비롯해 수많은 투자신화가 그의 오늘날의 명성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와 점심식사 하는 만남을 갖기 위해 5억 원을 내겠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75세에 이르러 한 이번 결정은 그가 일평생 이뤄낸 이름값을 한 차원 더 높여놓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결단은 자신의 자식들은 누릴만큼 누렸고 왕조적 부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말로 부의 세습에 부정적인 버핏의 평소소신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만큼 가진 자의 의무를 다하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귀감으로서 진정한 부자의 멋과 아름다움마저 느껴집니다.

이에앞서 제일부자 빌 게이츠가 일선은퇴와 함께 나머지 일생을 자선재단일에 헌신하기로 결단했습니다.

세계 1,2위 부자의 잇따른 결단과 이전에 록펠러나 카네기 등 미국 부자들이 이뤄낸 부의 사회환원과 기부문화 전통은 숱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의 자본주의는 건강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마다 능력과 개성이 다른 사회에서 그 차이를 인정하고 개개인의 성취를 인정해줌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 문제는 불가피합니다.

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성취를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부자들의 결단과 그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어우러지는 나눔의 공동체 정신은 더 소중합니다.

자본주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 사회에서 버핏같은 이가 당장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우리 사회에도 조금씩 기부문화의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더욱 높아지고 그런 토대위에 일궈낸 다른 사람의 부의 성취를 존중하고 공감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갈수록 자신의 부를 아낌없이 내놓는 진정한 부자는 더 많이 나올 것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