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폭우 피해, 또 ‘인재’인가

입력 2006.07.14 (07:56)

[임창건 해설위원]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언론은 물폭탄을 맞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계획도시라던 일산과 고양지역이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지하철역에 흙탕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곳곳의 철도, 도로가 물에 잠겨 도심전체가 마비됐습니다.

“이렇게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릴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있는 장비를 모두 동원했지만 역부족 이었다”, 어처구니없는 물난리를 겪은 뒤 내놓은 관계당국자들의 말입니다.

물론 시간당 70미리가 넘게 쏟아지는 장대비에 신속하게 대처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전자장비로 관측을 시작한 이후 하루 강우량으론 최고치라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울분이 채 가라앉기 전에 이번 수해도 또 ‘인재’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용량부족으로 기습적인 폭우에 속수무책인 배수시설입니다. 지난 98년 물난리 때에 이미 지적된 것이지만 예산타령에 묻혀 반짝 경고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마나 고양시에 있는 한 배수펌프장은 고장이 난데다 담당직원마저 없었다고 합니다. 또 하수구와 농수로를 제때 정비하지 않은 탓에 빗물이 역류돼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정발산역 침수사고는 이 같은 행정당국의 무신경과 안전 불감증이 어느 정도 위험수위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롑니다. 장마철을 앞두고 서둘러 지하철 역사와의 연결통로를 뚫어놓은 것도 그렇지만 비상시에 대비한 대책이 고작 합판으로 구멍을 막아둔 것이 전부였다는 것은 무슨 설명에도 쉽게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대형재난이 있을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기상청의 뒷북예보 시비도 사실여부를 떠나 시민들을 짜증나게 합니다. 이번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곤 항변하지만 “이미 물바다로 변한 뒤 내려진 경보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항의가 끊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재해에는 분명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를 잘 대비하고 피해를 줄이는 것이 재난대책의 핵심입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1조 6천억 원 꼴로 피해가 발생하고 다시 이를 복구하는 데 1조 8천억 원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피해복구도 시급하지만 이제는 사전예방에 더 힘을 쏟아야 합니다. 적어도 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재해가 되풀이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입니다. 기상이변이 잦아진 만큼 현재의 수방시설의 용량이나 안전기준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마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후 약방문식이지만 다시 한번 주변을 되돌아 봄으로써 또 ‘인재’였다는 얘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