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재건축 사업도 ‘빈익빈 부익부’

입력 2006.08.02 (20:42)

<앵커 멘트>

4700억 규모로 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 재건축 사업이 대상 선정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화장실을 같이 쓰고 벽이 갈라져 물이 새는 학교가 재건축 대상에서 빠졌는가 하면 겉보기에도 멀쩡한 학교가 재건축 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석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은지 44년된 서울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천 명 넘는 학생들이 매일 생활하며 공부하는 건물입니다.

언듯봐도 낡은 교사, 곳곳에서 철근이 드러날 정도입니다.

건물 내부 상태는 더 심각해 금이 간 교실 벽은 비만 오면 물이 샙니다.

<녹취>학교 관계자 : "창틀 자체도 좀 비틀어져 있지만 갈라져서 이렇게 새는거죠."

방수 기능을 상실한 급식장과 복도 벽은 페인트가 계속 떨어져 나가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틈새로 물이 들이칩니다.

벽이 갈라지면서 창틀까지 뒤틀려 창문은 제대로 닫히지도 않습니다.

<녹취>학교 관계자 : "해봐야 실리콘 쏘고 모르타르 바르고 그 정도죠. 뭐. 그래도 자꾸 떨어져요..."

화장실로 가봤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칸막이도 없이 화장실을 같이 쓰고 청소만 해도 아래층 천장으로 물이 샙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어찌된 일인지 재건축 사업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녹취>학교 관계자 : "종합 점수에서 안됐다고 피상적으로 들었지 구체적으로 안전하기때문에 유지보수다 그런 얘기는 못들었습니다."

학부모의 60%가 인근 재래시장의 상인과 노점상인인 이 학교 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근처 6개 학교가 같은 이유로 재건축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인터뷰>임길원(교육청 학교시설과) : "구조적 안정성에 있어서는 결함이 없고 또 지금까지는 내구성이 있기때문에 더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

재건축 대상 학교는 더 낡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재건축 대상으로 선정된 서울 송파 지역의 다른 학교입니다.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갈라진 틈새 하나 없습니다.

개보수를 거듭한 복도와 창문도 흠잡을 데 없이 말짱합니다.

남녀가 분리된 화장실은 타일 한 장 깨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고 화재감지기까지 설치돼 있습니다.

잘 갖춰진 도서관 옆에는 휴게실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녹취>학교 관리 관계자 : "30년 이상된 건물은 보통 관리대상 학교로 보거든요. 그 중에서 연도가 오래된 학교 순으로 해서 선정된 것 같아요."

교육청이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4700억 원 규모로 추진하는 학교 재건축 사업.

서울에만 177개 학교를 고쳐주는 재건축 사업에서 마저도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석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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