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야스쿠니 참배 강행 ‘실망과 분노’

입력 2006.08.16 (08:24)

[김청원 해설위원]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보란 듯이 참배했습니다. 다음달 총리직을 그만두는 마당에 무언들 못하겠느냐는 행태였습니다.

이웃 나라의 비판을 누그러뜨리려는 척 8월 15일을 피하고 사적인 참배인 양 일반 참배전에 들렀던 관행을 여지없이 깨버렸습니다. 방문록에 ‘내각 총리 대신’이라 명기한 뒤 야스쿠니 본전에 들어가 참배하며 어떤 비판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오기를 단단히 드러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같은 오기는 일본 사회에 일고 있는 우경화 바람과 그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 자조해 온 경제 불황을 털고 일어선 자신감에 기대어 공약을 지킨 소신있는 강력한 지도자로 기억되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해석됩니다. 여느 총리들과 달리 인접국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줏대 있는 지도자였다는 소릴 들으며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보겠다는 속내가 비쳐집니다.

우리 정부가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시하는 성명을 내고 일본 대사를 불러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은 일본 총리의 이같은 행위가 우리의 상처를 덧내고 양국의 외교적 경색을 불러온 중대한 요인이 돼 왔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치권의 비판도 비등하고 있습니다. 21년 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중단했던 나카소네 전 총리조차도 담화를 통해 이 문제가 불러온 파문을 볼 때 신사 참배는 공약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으며 공약해 놓고서 사적 참배인 척 해 온 것은 모순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지난해 6월 중의원 의장이 역대 총리 5명과 함께 신사 참배를 중지할 것을 요청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히로히토 전 왕이 A급 전범의 합사에 반대해 야스쿠니 참배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일본의 여론도 기울어 참배 반대 의견이 처음으로 50%나 됐습니다. 2004년 4월 후쿠오카 지방법원과 지난해 9월 오사카 고등법원이 신사 참배의 위헌성을 지적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들의 기대는 이제 후임 총리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력한 후임 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아베 관방장관이 야스쿠니 참배를 총리의 책무라 말해 왔고 지난 4월 야스쿠니 신사를 비밀리에 참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과거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증명해 달라는 요구를 실천할 역사인식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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