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① 법조계 ‘사법 불신’ 오명 씻어내나?

입력 2006.08.20 (07:59)

<앵커 멘트>

최근 잇따른 법조비리 사건으로 사법부 수장인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비리 혐의가 들러난 판사에 대한 징계나 감찰 강화 등 강도높은 대책도 나왔습니다.

사법 불신이 확산되는 가운데 더 이상 이를 방치할 경우 재판 불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초강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해온 법조팀의 이윤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질문1> 지난 16일,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렸는데.. 긴급 소집된 회의였죠?

<답변1> 법원 수뇌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국법원장회의는 원래 매년 12월에 정례적으로 열리게 돼있는데요..

최근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개인 비리로 구속되는 사법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번에는 긴급 소집 형태로 열리게 됐습니다.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처음있는 일입니다.

<질문2> 이 자리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이 법조 비리 사건과 관련해 국민들께 사죄를 하지 않았습니까.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답변2> 이날 대법원장의 발표 형식은 법관들에 대한 훈시였습니다만 국민들에 대한 사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법조 비리 사건으로 국민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면서 법관들에게는 철저한 자기 반성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의 원인으로 전관예우와 같은 잘못된 관행, 그리고 특권적인 선민 의식을 꼽았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이용훈(대법원장): "법관이 도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게 되면 아무리 뛰어난 법률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훌륭한 법관 될 수 없다"

사법부 수장이 법관의 비리 문제로 국민들 앞에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질문3> 대법원장이 일부 법관들의 '선민 의식'을 강도높게 지적했는데요. 대법원장이 이런 표현을 쓴 것 매우 이례적인 자기 고백 아니겠습니까?

<답변3> 법조인들의 특권적 선민 의식이란 건, 다시 말해서 사법고시라는 높은 진입 장벽을 뚫고 나왔다는 일종의 ‘엘리트 의식’ 이겠죠

그래서 스스로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하는 자기 도취적 환상을 말하는게 아닌가 싶은데요

외부인들이야 그런 지적을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사법부 수장이 법관들에게 그런 표현을 썼다는 건, 법조 비리의 원인이 내부에 있다는 강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 조관행 고법 부장판사가 구속된 사건을 놓고도 왜 한 사람의 개인 비리 문제를 전체 법관의 문제로 확대하느냐는 일부 판사들 사이에 반발 기류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법원내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사법부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질문4> 어쨌든 전국 법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법부 수장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날 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겠어요?

<답변4> 아마 화면을 통해 본 회의 참석자들의 표정만 봐도 당시 분위기를 어느정도 짐작하셨을텐데요

대법원장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올때까지 옆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사람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였습니다.

참석한 법원장들은 점심 식사도 간단히 구내 식당에서 해결하고 오전 10시부터 거의 6시간 가까이 난상 토론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질문5> 이날 회의에서는 법조 비리 근절 대책이 발표됐었죠 좀 실효성있는 대책들이 나왔습니까?

<답변5> 회의가 끝난뒤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이 법조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예상보다 강도높은 대책들도 몇몇 나왔다.

먼저 법관 징계 제도인데요, 비위 사실이 확인된 판사는 일단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고 반드시 징계 절차를 거친 후에 법복을 벗게 했습니다.

사직하고 나서 변호사 개업을 하면 그만이라는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법원행정처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녹취> 장윤기(법원행정처장): "사직원을 제출하더라도 이를 즉각 수리하지 않고 엄정한 조사를 거쳐 징계절차 이행을 우선적으로 검토"

감찰 기능 역시 대폭 강화돼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감찰 업무를 상시 수행하고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에는 외부 인사를 절반 이상 포함시켜 솜방망이 처벌을 막도록 했습니다.

<질문6> 대법원장의 사과..그리고 각급 법원장들의 법조 비리 근절 대책.. 이런 사법부의 움직임은 결국 사법부 불신에 대한 위기감의 표현 아니겠습니까

<답변6> 흔히 법조비리는 생긴다고 하지 않고 터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법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손대면 툭 터질수밖에 없는 법조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건데요

이번과 같은 경우엔 법조브로커 김홍수 씨가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만 드러난 사건 외에도 전관예우. 정실재판.청탁 재판 이런 관행들이 마치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다보니 사법 불신이 재판 불복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자 결국 법원이 제 살을 도려내는 초강수를 둔 것 같다.

대법원장이 극히 이례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개 사과를 한 것도 잇따른 비위 사건으로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 위험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질문7> 법조계나 국민들 반응은 어때요?

<답변7> 기대반 우려반이란 표현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현 정부들어 사법개혁은 거리 광고에까지 나올만큼 주요 개혁 과제 중 하나였는데 올해만도 대형 법조 비리 사건이 윤상림에 이어 김홍수까지 벌써 두번재 아닙니까.

여러 가지 대책이 나왔습니다만 결국은 실천의지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 절차를 확립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시행에 들어간 양형 기준안, 공판중심주의 이런 부분들이 꾸준히 실천돼야 할 것 같다.

신뢰를 한 번 잃긴 쉬어도 회복하려면 오래걸린다는 사실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질문8> 이번에 다른 얘기데요. 헌법 재판소장 내정 소식 알아보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내정 전부터 논란이 많았잖아요?

<답변8> 먼저 코드 인사 논란이 있었죠.

아무래도 대통령과 사시 동기라는 점, 행정수도 이전 위헌소송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는데요

청와대는 전효숙 소장의 개혁성을 높이샀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전효숙 헌재소장 내정자,간략히 소개해 드리면 올해 55살, 사시 (17)회, 그리고 여러 기록을 갖고 있는데요 서울고법 여성 최초 형사부장판사,

현 정부들어 첫 여성 헌법재판관.

그리고 이제, 헌재가 출범한 88년 이후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질문9 >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앞으로 어떤 절차 거치게 되는지?

<답변9> 일단 헌법재판관 신분에서 소장으로 사실상 내부 승진한 케이스기 때문에 일단 재판관 사퇴 절차를 거쳐 국회 인준 절차를 밟게됩니다.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려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다. 통과되면 임기 6년의 소장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질문10> 앞으로 헌법재판소 틀이 좀 달라질거다..이런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

<답변10> 전효숙 재판관의 헌재 소장 지명은 두가지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여성법관이 처음으로 헌재 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는 점과 보수적 성향의 헌재를 진보적 성향의 법관이 진두지휘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사학법 등 정치적 쟁점인 사안들이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 더더욱 전 후보자 지명에 쏠리는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헌재 결정과정에서는 소장이 재판관의 한명일 뿐이지만 상징성과 영향력 면에서 분위기에 적지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전 소장이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제 4부'로의 헌재의 위상을 고려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탄생과 과반수의 재판관 교체를 앞두고 헌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시각이 보다 다양하게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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