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위험천만’ 버스 기사 폭행 언제까지

입력 2006.09.01 (09:22)

수정 2006.09.01 (10:25)

<앵커 멘트>

버스 운전기사 수난시댑니다. 승객에게 막무가내로 폭행당하고, 심지어 흉기로 찔리기도 하고... 한두번이 아닌데요. 그래서 방탄복을 입는 운전기사도 있는데요

이유도 가지가집니다. 지갑이 없어졌다, 내려주지 않는다, 참 어이없는 이유로 버스 운전기사를 괴롭히는데요. 도대체 운전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승객들의 안전이 아찔합니다. 홍희정 기자!
이런 일이 사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처음도 아닌데, 대책이 없나요?

<리포트>

버스 기사가 일부 승객에게 폭행 당하는 일이 잇따르자 정부에서는 올해 4월부터 버스 운전석에
보호벽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버스는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운행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런 가운데 버스 운전자들은오늘도 위험을 감수하며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함께 보시죠.

전주의 한 시내버스에 운동복 차림의 남자가 올라탑니다. 잠시 후 이 승객은 버스 운전기사에게 시비를 걸더니 다짜고짜 때리기 시작하는데요.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운전기사를 폭행한 이유는 자신의 지갑이 없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와주는 이도 없는 상황에서 운전기사 임 씨는 겨우 휴대전화로 112 신고를 했는데요.

<인터뷰> 황종현 경장 (전주완산경찰서 삼천지구대) : "아 하고 비명 소리 비슷한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112에서 위치를 알려줘서 위치가 삼천동 농수산물 시장 길 건너편이었거든요. 그래서 신속하게 출동을 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했을 때 문제의 승객은 술에 취해 경찰에게까지 행패를 부렸는데요.
없어졌다던 지갑은 어이없게도 승객의 뒷 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인터뷰> 황종현 경장 (전주완산경찰서 삼천지구대) : "앞좌석으로 올라가는 그 자리 바로 뒤칸에 앉아서 술 취한 모습으로 앉아있었습니다. 처음에 가서 인적사항 알아야하기 때문에 물어보면 너희들은 뭔데 내 (인적사항)을 물어보냐 이런 식으로 말이 좀 거칠고......"

사건 후 며칠이 지났지만 운전기사 임 씨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했습니다.
임 씨는 전치 2주의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었는데요.

<인터뷰> 임모씨 (피해 버스운전기사) : "(버스에) 타 가지고 가방에서 옷 꺼낼 때부터 욕하기 시작해서 내 돈 내놓으라고 하면서 저한테 막 돈 내놓으라고 하면서 욕하면서...... 제가 112 신고하니까 제 옆에 와서 구타를 하기 시작한 거죠."

어이없는 일을 당하면서도 임 씨는 상대방이 손님이다 보니 그저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임모씨 (피해 버스운전기사) : "제가 때리고 싶은 그런 충동도 있었지만 안 때린 이유는 손님이니까 그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제가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억제를 많이 했죠."

퇴원하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지만 임 씨는 비슷한 상황에 또다시 처하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고 합니다.

<인터뷰> 임모씨 (피해 버스운전기사) : "지금 현재 생각으로 봐서는 술 취한 사람 보면 겁이 납니다. 솔직히...... 태우지 말아야지 다음에 술 취한 사람들 보면 태우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실상
안 태우면 안 되겠죠. 태워야 되겠지만 겁이 납니다."

버스 운전기사는 승객의 폭행에 목숨까지 위협을 받기도 합니다.
버스에 올라탄 50대 남자가 갑자기 바지를 내리고 난동을 부리자 겁에 질린 다른 승객들이 뒤쪽으로 가는데요.
10여분 동안 사람들을 위협하던 이 남자는 흉기까지 꺼내 버스운전기사에게 휘두르더니 팔을 찌릅니다.
지난해 10월 일어난 이 사건으로 운전기사 오 씨는 60바늘을 꿰매야했는데요.

<인터뷰> 오모씨 (피해 버스운전기사) : "(아직도 병원에) 이틀에 한 번씩도 가고 하루에 한번...... 시간 나는 대로 가서 재활치료 받는 거죠. 앞으로 평생 동안 (팔 아픈 것은)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그러더라 고요."

오씨를 괴롭히는 것은 육체적인 고통뿐이 아닙니다. 흉터를 볼 때마다 목숨을 잃을 뻔했던 아찔한 기억에 숨이 턱 막힌다는데요.

<인터뷰> 오모씨 (피해 버스운전기사) : "목에다 칼을 대는데 그걸 안 맞으려고 하다 보니까 끔찍한 생각이 그냥 섬뜩하게 나요. 목을 안 맞으려고 손으로 막은 거니까......"

하지만 이런 끔찍한 사건 이후에도 회사에선 별다른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았다는데요. 결국 오 씨는 무서운 마음에 개인 돈 50만원을 들여서 방탄복까지 샀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모씨 (피해 버스운전기사) : "방탄복 입었으면 심장부는 총을 맞아도 못 뚫잖아요. 내가 바로 병원 퇴원하고 일 하면서 바로 방탄복 준비했죠. "

전문가들은 승객에게 위협을 당하고도 여전히 똑같은 상황에서 승객들을 맞아야하는 이런 버스운전기사들의 경우 심하면 정신적인 질환을 앓게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채정호 (정신과 전문의) : "나중에도 그 스트레스 현장이 자꾸 떠오른다던지 그 상황이...... 아니면 그러한 상황을 자꾸 피하게 된다던지 아니면 평상시 깜짝 깜짝 놀라고 아주 불안해하는 그런 증상들이 올 수 있거든요. 우리가 병적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데 그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기사들이 폭행을 당한 다음에 얼마든지 올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버스 운전기사들에 대한 폭력이 승객의 안전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버스운전기사 김씨는 지난 5월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운전 도중 한 승객이 갑자기 차를 세워달라고 하더니 자신을 내려주지 않는다며 다짜고짜 김씨를 때렸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성옥 (피해 버스운전기사) : "그때 운행 중이었는데 손님이 안 내려준다고 욕을 하면서 벨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안 내려준다고 욕을 하고 폭행을 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차를 세워서 좋게
내리시라고 그랬는데도 계속 폭행을 했었죠. 그때......"

운전 중 이었던데다 당시 버스 안에는 다른 승객들도 많았던 상황.
자신이 운전대를 놓치기라도 했더라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순간이었다는데요.

<인터뷰> 김성옥 (피해 버스운전기사) : "주행 중에 (폭행을 하니까) 손님들도 불안스럽고 맞아가면서 억지로 차를 정차시킬 수 밖에 없는 거예요. 그것은......"

승객들 역시 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폭행 사건을 접할 때마다 하나같이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장열 (전주시 송천동) : "운행 중이었으면 승객들이 다칠 수 있고 사고도 날 수 있는데 운전하시는 기사 분을 승객이 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러나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4월 버스 운전석에 보호벽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칙을 마련하기는 했는데요.
이렇게 보호벽이라도 있는 버스에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안심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지형규 (버스운전기사) : "(보호벽 없는) 옛날처럼 그렇게 시비가 붙고 그런 경우는 없죠. 이제...... 승객들도 항상 조심하고 술 드신 분들도 아무래도 의식을 하죠."

하지만 이런 보호벽은 새로 출고되는 차량에만 의무화 되어있기 때문에 실제 설치된 버스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 버스 회사 역시 96대의 버스 가운데 보호벽이 설치된 버스는 단 한 대도 없는데요.
업주들은 비용 때문에 기존에 운행하던 버스에는 보호장치를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춘수 노조위원장 (00여객) : "(버스 한 대당) 한 200만 원 정도 드는 보호막 설치가 사업주로는 심히 괴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 근로자 입장에서는 보호막 자체가 급선무인데 이것이 실현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재정적인 뒷받침이 안 되가지고...... 저희들은 국가에서 좀 관심을 가지고 보호막 자체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폭행은 운전기사 개인뿐 아니라 버스를 이용하는 모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데요.
비용 때문에 시민의 안전이 위협 당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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