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최근 충격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네 살 밖에 안된 여자 아기가 쓰레기가 가득한 집안에 있는 것을 주민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 집에는 아기 혼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도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박진영 기자와 어찌된 일인지 알아봅니다.
박 기자. 아기가 이렇게 될 때까지 어머니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리포트>
현장에는 어머니가 있었지만,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아이가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듯 보여서 가끔 먹을 것을 갖다주곤 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집안이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태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함께 보시죠.
일주일 전, 한 가정집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듯한 네 살 배기 여자 아이가 발견됐습니다.
아이는 속옷 하나 입지 않은 채 발가벗겨져 있었고, 방안엔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는데요. 당시 이웃 주민들은 이상한 냄새를 견디다 못해 경찰과 함께 강제로 문을 뜯고 들어갔다가 기겁을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동네 주민: “바닥 전체가 쓰레기 매립장 있잖아요. 그런 상황이었어요. 완전히 대변에, 쓰레기에, 음식 찌꺼기가 썩어서 벌레가 벽으로... 냉장고를 여니까 전부 바퀴벌레고, 동사무소에서 7명인가 8명이 나와서 다 치웠어요. 쓰레기는 싹 치웠는데...”
당시 아이의 곁에는 아이의 엄마도 누워있었지만 주민들이 아무리 불러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데요, <인터뷰>
<인터뷰>동네 주민: “술에 취한거야. 술에... 쌀 포대자루로 3자루 나왔지? 청소부 아저씨가 끌어 냈는데 3자루였어요. 그래서 포대자루 3자루, 술병이 맥주, 소주해서 3자루 나와서 청소부 아저씨가 고물로 판다고 싣고 갔어요.”
집에서 나온 술병만 100여개, 쓰레기는 1톤 트럭 두 대 분량으로 청년 여섯 명이 겨우 청소를 했고, 바퀴벌레를 없애느라 약 한 박스를 다 썼다고 합니다.
사실, 주민들은 평소에도 아이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집안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데요.
<인터뷰>동네 주민: “라면 5개하고 우유 1000㎖짜리 두 개하고 빵하고 먹을 것, 이것저것해서 두 보따리를 여기에(문틈으로) 넣어줬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생라면을 뜯어먹고 있더라고요. 창문에서 아이가 항상 턱을 괴고 있어요. 문틈이 있잖아. 거기로 넣어주면 받아서 먹고 그런 거예요. 그런데 상황이 그런 줄은 몰랐지요.”
일단 경찰은 아이의 엄마를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아이는 아동보호기관에서 격리 조치했습니다. 몇 번을 씻어도 악취가 다 가시지 않을 정도였다는 네 살 김 모양. 보호기관에서는 김 양을 데리고 먼저 병원부터 찾았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인지 발육상태도 좀 더디다는데요.
<인터뷰>윤여경 사회복지사(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대소변도 못 가리고 있는 상태고,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아직 두 돌 지난 아이인 줄 알아요. 4살인데, 4살 또래와 비교했을 때 많이 떨어지는 편이죠. 언어 구사능력이라든지 표현 능력이라든지...”
그러나 더 큰 걱정은 김양의 정신적, 심리적 상태였습니다. 취재진이 김 양을 데리고 간 소아 정신과에서는 일단 김 양에게 그림을 그려보도록 했는데요.
<인터뷰>유혜원(특수교육전문가): “얼굴을 한번 그려보세요.”
한창 낙서하기를 좋아할 나이, 그러나 얼굴을 그려보라는 말에 김 양이 망설이다 겨우 그린 건 작은 점과 꼬불꼬불한 선 뿐이었습니다. <인터뷰>
<인터뷰>윤여경 (사회복지사/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기 두 살이면 두 살, 세살이면 세살 때 나와 줘야 될 그림의 기초적인 기본이 있거든요. (김양은) 가령 선, 원, 동그라미, 세모, 네모 이런 것들이 하나도 안 나오고 자신감 없이 그렇게 많이 표현이 되고 있어요. 교육적인 자극이 지속적으로 전혀 안된 상황이에요.”
사회성 발달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놀이치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난감을 앞에 두고서도 김 양은 머뭇거리고 있었는데요, 무엇이 이토록 네 살 배기 어린아이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 것인지, 의료진도 한마디로 심각한 상태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인터뷰>이선미(놀이치료사): “사람에 대해서 경계하는 점이나 장난감을 꺼내지를 못하고, 만져만 보고. 장난감이 쓰러지면 아이가 계속 세워 놓거든요. 이 연령 때 아이들이 그렇지 않아요. (김양은) 좀 많이 위축되고 움츠려 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은 부모와 잠시라도 떨어져 있기를 싫어할 나이지만 김 양은 어쩐지 집에도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는데요.
<인터뷰>이선미(놀이치료사): “엄마 만나러 갈 거야? 아니에요? 엄마 보고 싶어요, 안보고 싶어요?”
도대체 김양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취재진은 다시 김 양의 집을 찾아가봤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청소를 한 뒤라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집안은 묵혀놨던 빨랫감들로 걸어 다니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곳곳 엔 아직 벌레도 남아있었는데요. 김 양의 엄마는 아이 소식부터 물었습니다.
<인터뷰>최00 (김양 어머니): “그럼 저희 아기 보셨어요? 어디서요? 잘 놀던가요? (아기 보고 싶으세요?) 당연히 보고 싶죠.“
어찌된 사연인지 묻는 취재진에게 한동안 입을 열지 않던 최 씨. 그녀는 자신도 너무 힘들어 아이를 돌볼 처지가 아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인터뷰>최00 (김양 어머니): “(전에 체중이 78,80kg 정도였는데) 2개월 동안, 2개월 넘게 이 만큼 빠진 거예요. 몇 ㎏인지도 몰라요. 지금... 못 먹으니까 빠지죠. 굶어서 한번 빼보세요. (몸을) 움직일 수 있는지 없는지... (왜 식사를 안 하셨어요?) 신랑이 한 푼도 없이 만들어놓고, 거짓말하고 집에서 나갔어요. 회사에 다니던 데서 사고치고...”
평소에도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았던 남편은 8개월 전 실직 후 가출까지 했다는데요, 최 씨도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최00 (김양 어머니):“직장을 구하려고, 아이 아빠가 (집) 나가자마자 여러 군데 알아봤는데,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전화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끊고... 오죽하면 식당에 설거지라도 하려고 알아봤는데 그것도 안 되더라고요.”
결국 자포자기식으로 아이를 방치하게 됐다는 최씨. 뒤늦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다시 아이와 살고 싶다고 하는데요.
<인터뷰>최00 (김양 어머니): “아이가 오면 이제 행복할 수 있어요. 모든 것 다 잊고, 새로 출발할거니까... 지금은 아기가 보고 싶어서 자꾸 눈물이 나오지만... 여기서 딱 일 년 살았는데, 내 인생에 최악의 날이었어요.”
취재진은 최 씨와 함께 다시 아이가 진료 중인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엄마는 일주 일만에 만난 아이가 더없이 반가운 듯 했는데요.
<인터뷰>최00 (김양 어머니): “어떻게 좋다는 말로만 할 수 있겠어요. 딸 왜 안 웃어? 딸 웃어봐. 웃어봐. 응?”
그러나 병원에서는, 두 사람이 다시 함께 살려면 먼저 어머니의 치료가 꼭 필요하 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인터뷰>오은영(소아정신과 전문의): “(어머니가) 이 상태에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아이를 건강하게 보살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머니 상태가 상당히 걱정이 돼요. 우울증이 진행 되면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나 엄마의 안전이라든가 건강상태를 생각해서는 엄마가 반드시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요.”
아동보호기관에서는 어머니가 자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 김 양을 돌볼 계획인데요, 아무쪼록 아이와 어머니가 모두 육체와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