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바누아투를 찾아가 보는 시간,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바누아투의 또 다른 면을 한번 살펴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지만 한켠에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최동혁 기자! 지금도 활동하는 화산이 많다는데, 주민들 걱정이 크겠어요?
<리포트>
네, 풍족한 먹거리가 있어 마냥 행복해 보이는 나라지만, 화산과 지진에는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지금도 시뻘건 불꽃을 뿜어내는 화산이 섬 곳곳에 있는데요, 원시밀림의 섬 타나의 야수르 화산을 찾아가봤습니다.
수도 포트빌라에서 6인승 낡은 프로펠러기를 타고 남쪽으로 향합니다.
한 시간쯤 날아가자 원시 밀림의 섬 타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금도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야수르 화산을 보기위해 취재진은 차를 타고 정글을 헤쳐 달려갔습니다.
2시간 남짓 지났을까, 하늘에 짙게 드리웠던 먹구름이 걷히면서 화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마치 대포를 쏘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를 뿜어냅니다.
<인터뷰>날라우(타나섬 원주민): "화산은 매일, 일년 내내 폭발합니다. 때때로 아주 큰 바윗돌들을 쏟아내죠."
화산을 향해 다가가자 화산재로 뒤덮인 광활한 분지가 나타납니다.
대폭발이 있기 전, 이곳은 거대한 호수였다고 하는 데요, 지금은 온통 화산재로 뒤덮여 호수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지금도 2, 3분 간격으로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야수르 화산은 이처럼 큰 돌도 함께 분출하고 있습니다.
이 돌들은 가끔 주민들이 사는 해안 마을까지 날아든다고 합니다.
비교적 안전한 화산 뒷면으로 오르기 위해 다시 정글을 뚫고 1시간을 달려갑니다.
해가지면서 어둠이 깔리고, 마침내 도착한 화산 입구에는 하얀 경고판이 눈에 띕니다.
그때, 갑자기 산 정상에서 불꽃이 튑니다.
정상에 다다르자 마침내 분화구가 눈앞에 드러납니다.
살아있는 거대한 괴물처럼 2, 3분 간격으로 대지를 울리더니 하늘을 한 입에 집어삼킬 듯이 거대한 화염을 토해냅니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갑자기 폭풍우를 몰고와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 폭발은 더욱 커지고, 불덩이는 취재진의 머리 위로 휙휙 날아다닙니다.
<인터뷰>칼 보프 (타나섬 원주민): "더 이상은 위험해요! 큰 화산돌들이 떨어지고 있어요, (바닥에)이 돌들이 보이죠? 모두 최근에 새로 떨어졌거든요."
불과 몇 해 전, 일본인 등 4명의 조사팀이 이곳에서 죽었다며 돌아가자는 안내원의 말에 따라 취재진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포트빌라 북쪽에 있는 암바에섬의 마나로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켰습니다.
호수 밑 분화구는 수증기 기둥과 함께 회색의 진흙 먼지를 지상 3천 미터 높이까지 쏟아냈는데요,
이 폭발로 주민 5천 여명이 긴급대피했습니다.
이처럼 바누아투에는 지금도 불꽃과 연기를 뿜어내는 크고 작은 화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한폭탄과도 같은 화산들의 동태를 24시간 감시합니다.
<인터뷰>더글라스 찰리 (바누아투 지질관리국장): "화산활동과 관련된 위험정보들을 라디오를 통해서 주민들에게 알려줍니다."
화산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8월에는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고, 또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테구아섬 라테우 마을 주민 100여 명이 내륙으로 이주하는 사태까지 빚었습니다.
남태평양의 열대 낙원으로 불리는 바누아투, 하지만 대자연의 재앙 앞에는 한낱 작은 인간들일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