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카마號’ 변론 조선족 조봉 변호사

입력 2006.11.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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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6년 8월 온두라스 선적의 페스카마호에서 발생한 선상 살인사건과 관련, 당시 한국인 선원 등 11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선족 선원 6명의 무료변론을 맡았던 조선족 조봉(趙峰.53) 변호사.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자 "사건의 진상은 지금 더 말해서 이로운 것도 아니고 세부적인 얘기를 더 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며 한사코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가 집요하게 계속 질문을 던지자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조 변호사는 "사실 그 사건에서는 주범은 없었다. 전재천을 주범으로 해놨지만 주범 역할을 해야 주범이지 좀 더 배웠고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주범으로 단죄하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말하고는 다시 입을 굳게 닫았다. 무료변론을 자청해 한국으로 달려가 최선을 다한 그였지만 전씨가 사형을 면할 수 있도록 해주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도 못내 아쉬운 듯했다.
다른 공범 5명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주범으로 기소된 전씨(현재 47세)는 97년 7월 대법원에서 사형확정 판결을 받고 현재까지 집행을 기다리며 국내에서 복역 중이다.
아무튼 그는 페스카마호 사건을 계기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사건의 파장이 워낙 컸던 데다 외국 변호사가 한국 법정에 선 것 자체가 전례가 없던 일이었던 터라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당시 법정에서 그와 공동 변론을 펼쳤던 이가 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한 문재인 변호사였다.
이렇게 이어진 한국과 인연은 쉰 살이 가까운 나이에 유학길에 오르도록 만들었다.
그는 2003년 8월 서울대에서 '한중 행정소송 비교'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인으로서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현재 랴오닝성법학회 상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 변호사는 중국에서는 행정법에 관련된 몇 권의 저서를 펴냈을 정도로 법학자로서도 명성이 높다.
최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된 제7회 동아시아행정법학회 국제학술대회에도 중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선발돼 참석했다. 대표단 40명 중 랴오닝성 출신은 그가 유일했다.
행정법에 정통한 조 변호사지만 8년 간 검사로 재직한 경력을 살려 형사 변호사로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선양 지역에서 한국인이 연루돼 있는 중요 형사사건은 대체로 조 변호사가 맡고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정도이다.
그는 "한국인들은 중국이 경제가 낙후돼 있다고 해서 법이나 제도까지 뒤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라며 "중국에서도 법을 잘 알고 지키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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