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비정규직 철폐’ 고통 분담의 결실

입력 2006.12.22 (07:51)

[이희찬 해설위원]

연말을 맞아 여러 가지 답답한 경제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우리사회에 반갑고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우리은행이 비정규직 3천 100명을 내년부터 정규 행원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는 보돕니다. 그동안 몇몇 기업에서 일부 비정규직을 필요에따라 정규직으로 끌어올린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일부 특수직을 제외한 모든 비정규직의 처우를 한꺼번에 개선하게 것은 우리은행이 처음입니다.

이같은 조처는 노조가 임금 동결을 감수하면서 비정규직을 끌어안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정규직 노조가 자신의 밥그릇을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한 것입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하더라도 비정규직이 아직은 기존 직원과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비정규직은 우리나라 경제가 곤욕을 치르던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불어났습니다. 2001년 360여만명이던 비정규직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해 올해에는 전 근로자의 35%가 넘는 55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세명 가운데 한 명이 비정규직인 셈입니다. 비정규직은 임금이 낮아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채용과 해고의 절차가 용이한 반면 조직내 결속력이 이완되고 일에 대한 책임감 결여에 따른 생산성 저하 그리고 고객 서비스가 소홀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또 2년 동안 숙련시킨 근로자를 내보내고 또다시 초보자로 바꾸는 것도 기업으로선 비효율이요,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느정도나마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에따라 우선 내년 7월부터는 종업원 300명 이상의 기업을 시작으로 오는 2009년에는 5명 이상 100명 이하의 기업, 다시말해 앞으로 3년 뒤에는 거의 모든 직장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됩니다. 이렇게 되면 2년이 되는 비정규직은 정식 직원으로 전환되는 혜택을 받게 되지만 오히려 단기간 비정규직이 양산되거나, 비정규직 채용기피로 대량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에 앞서 우리은행처럼 노사가 자율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면 이런 걱정은 기우에 그칠것입니다. 이번 우리은행의 사례가 노사 관계를 한단계 성숙시키며, 고용이 안정돼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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