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先해제 집착말라

입력 2006.12.26 (08:17)

수정 2006.12.26 (08:17)

[고대영 해설위원]

북한의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열린 6자회담이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지난주 끝났습니다.
가장 빠른 시간안에 재개한다고 했지만 조기 개최 전망이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 대한 불신감을 조금도 수그리지 않았습니다.
북미 양국은 6자회담과는 별도로 금융제재 해제문제에 대한 양자협상을 벌였지만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핵 폐기와 금융제재는 서로 다른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북한은 계좌동결을 풀지 않으면 핵 폐기협상에 응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북한은 금융 제재 해제를 핵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내년 초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의 양보만 요구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은 것은 각자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계속 고집하면 핵 폐기 의사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므로 중국의 대북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중국의 지원 중단은 북한 체제 유지를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북한이 결국 중국의 압박에 물러설 것이란 판단입니다.
반면에 북한은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마냥 끌고 가지 못할 것이란 판단을 내렸음직 합니다.
군사행동으로 핵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니 부시 행정부가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은 양보를 통한 협상 타결밖에 없다는 계산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당분간은 양측의 버티기가 계속될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핵 폐기 협상이 무작정 지연되면 다른 해결 방안이 모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탐색전만 벌이는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을 핵무기 증강의 시간을 버는데만 이용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곧 중국과 한국에게 선택을 강요하며 보다 강화된 대북 경제 봉쇄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불리한 쪽은 북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 사정에 중국과 한국 마저 등을 돌리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핵무기를 아무리 증강해도 굶주림에서 비롯되는 내부 불만을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선 금융제재 해제를 고집하다 보면 회복 불능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집권층은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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