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돕기 성금모금에 ‘자릿세’

입력 2007.01.05 (22:11)

수정 2007.01.05 (23:23)

<앵커 멘트>

연말연시에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모습, 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걷힌 성금 가운데 상당액이 도로공사가 출연한 장학재단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종의 자릿세를 받은 셈입니다. 김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속도로 이용료를 내고 받은 거스름 동전부터 큰 맘 먹고 꺼내는 만 원 짜리 지폐까지, 모금함엔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하기 위한 시민들이 정성이 모아집니다.

이런 방법으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전국의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모은 성금은 지난해에만 22억 원, 문제는 지난 2004 년부터 나들목에서 거둬들인 성금의 10 %를 모금회가 도로공사 측에 기부해 온 점입니다.

나들목에 모금 공간을 내주고 받는 이른바 자릿세 명목이었습니다.

도로공사는 공동 모금회측과 협약까지 체결하고, 받은 돈을 고속도로 사고 피해자 유가족을 돕기 위해, 지난 96 년 설립한 장학재단의 기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인터뷰>도로공사 장학재단 관계자: "(장학재단에서 쓸 수 있는 돈이) 많이 들어와 봐야 2천~3천만 원, 얼마 되지 않아...."


공동 모금회 측은 성금 모금을 도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관계자: "(한국 도로공사에서) 모금을 하도록 허가해 주고, 진행하는 부분에도 도움을 줘 (10 % 기부를 허락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성금을 내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성금이 장학재단에 기부되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인터뷰>김권식 (고속도로 이용객): "당연히 불우이웃 돕는 줄 알았지 도로공사 이야기는 금시초문입니다."


도로공사나 장학재단 측이 부담해야 할 기금을 성금으로 충당한 데 대한 비난도 이어졌습니다.

<인터뷰>권주현 (고속도로 이용객): "자릿세라고 밖엔 볼 수 없습니다. 백화점에서도 모금하고 다른 곳에서도(모금회랑 같이 모금하는데) 10 % 떼는 것 봤느냐?"

지난 2004 년부터 3 년 동안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모아진 성금 가운데 이렇게 도로공사 출연 장학재단으로 넘어간 돈은 모두 4억 6천만 원, 전체 장학금의 76 %가 이웃돕기 성금으로 충당됐습니다.

KBS뉴스 김선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