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국무부 차관보 단독 인터뷰 전문

입력 2007.02.05 (23:44)

질문 1) 이번 6자 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대해 묻고자 한다. 대한민국 정부 당국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낙관적 전망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북한의 인식이 바뀐 것, 즉 미국의 대화 태도가 바뀌었다는 북한의 인식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 국무부 내에서도 이런 태도 변화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미 상원 외교위가 지적하는 사항이다. 미국 행정부의 대화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인가?

답변 1)미국은 협상과 외교적인 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북한의 태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으며, 미국의 태도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은 때로는 다른 6자회담 참여국들이 희망하는 수준만큼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저는 북한과 자주 협의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베를린에서는 북한 측과 매우 유용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낙관적인 전망을 가질지에 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맡은 임무는 낙관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맡은 임무는 협상장에 나가서 해결책을 도출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도출할 수 있는 해결책은 완벽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이번 6자회담에서 우리는 9.19 성명의 일부를 이행하는 성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합의사항을 완전하게 이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행하게 될 그 ‘일부’가 어느 정도일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베이징을 방문하면 좀 더 알 수 있게 되겠죠.

저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일 때는 기대 수준이 매우 높게 올라가기 때문에 우려하게 됩니다. 협상에 임하는 사람에게 높은 기대 수준은 그리 반갑지 않기 때문이죠. 여러분께서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하신다면, 오히려 제게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질문 2) 이번 회담에서 제네바 협상과 유사한 형태의 합의가 나온다면 결국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레드라인은 핵 확산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답변 2) 미국이 인정하는 것은 9.19 성명입니다. 이 성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무기와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NPT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몇 주에 걸쳐 이뤄질 우리의 활동은 모두 이 방향을 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한 걸음에 우리가 합의 사항을 모두 이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한 이행을 위해서는 몇 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첫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핵을 보유한 북한을 용인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용인할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와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으며, 안보를 보장할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계속 설득해 왔습니다.

질문 3) 북한은 핵무기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변화' 즉 법령과 제도의 변경과 연계해 논의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 행정부는 단순한 행정 명령이 아닌 테러 지원국, 또는 적성국에 적용되는 제재조치들도 논의할 수 있는가?

답변 3) 9월 성명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데, 거기에는 몇 가지 쟁점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가 반영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논의의 종착점은 한반도의 비핵화입니다. 비핵화가 이뤄지면 모든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는다면, 솔직히 말씀드려서 가능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태도를 바꾸려 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태도를 일부 바꾸려고 노력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핵무기가 북한의 방위에 어떤 도움도 제공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진정한 적은 미국의 적대 정책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소득을 안겨주지 못하는 취약한 경제와 식량난, 그리고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주지 못하는 보건체계입니다. 북한은 주민들을 더 잘 돌봐야 합니다. 그리고 핵무기는 북한이 주민들을 더 잘 돌보도록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군과 미군은 북한 공격이나 침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적대적 행위에는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미국은 한국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으며, 계속해서 한국의 방위에 기여할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서 발을 빼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경제적인 개혁을 추구하고 세계 경제의 혜택을 누리는 근본적인 결단을 내리기를 바랍니다. 세계 경제는 한국에 엄청난 결실을 안겨줬고, 이제는 중국이 엄청난 결실을 누리고 있습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북한만이 그 결단을 내리지 못해 뒤쳐지고 있습니다.

질문 4) 당신은 미국을 떠나기 전 글레이저 부차관보를 만났다고 했다. 마카오는 돈세탁을 방지하는 입법을 마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미국 기업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충분조건이 되는가?

답변 4) 출발하기 전에 글레이저 부차관보와 전화 통화를 가졌습니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베이징에서 가진 북한 대표단과의 협의가 유용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베이징 논의 결과를 갖고 재무부로 돌아가서 마카오 BDA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에 있는 은행이든 불법적인 활동에 연루되어 있을 경우 중단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한국의 은행 시스템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그 어느 나라도 자금 세탁과 같은 불법적인 활동으로 자국 은행 시스템이 타격 받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방코델타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이 원칙을 따랐습니다.

방코델타아시아에 관한 수사가 18개월 동안 진행되었고, 글레이저 부차관보가 언급한 것처럼 재무부에서는 이 수사를 종결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어떤 결론이 날지 두고 봅시다.

6자회담과 관련해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걱정은 됩니다만, 사람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이유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과 미국간의 긴밀한 협력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긴밀하게 협력하고, 정책을 조율했습니다. 저는 이런 점이 예상되는 결과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과 미국이 계속해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정책을 조율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이 똑같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 해결이 산의 정상이라면 정상까지 서로 다른 길로 갈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도 우리가 어디에 있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래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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