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손학규 탈당, 대선 구도는?

입력 2007.03.25 (07:57)

<앵커 멘트>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제3지대에서 신당창당을 위한 행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떠오르지 않는 범여권은 물론 이명박 박근혜 두 양대 주자가 있는 한나라당도 손 전지사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나왔습니다. 정제혁기자!

<질문>
손 전 지사의 탈당의 변 상당히 비장했는데 정치생명을 건 모험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답변>


손 전지사가 지난 월요일 탈당기자회견을 한 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기자들이 물으니까 시베리아를 넘어서 간다고 답했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이 ‘나간다, 나간다’고 하는 사람은 안 나간다”고 말하면서 손 전지사는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당밖으로 나가도 추운 곳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담고 있는 언급이었습니다.

앞선 기자회견에서는 연설 곳곳에서 한나라당에서 수구 보수 세력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어 자신이 탈당하게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격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는데요

손 전지사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손학규(탈당 기자회견): "한나라당은 군사정권의 잔재 개발독재의 잔당이 득세하고 있다."

손 전지사가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한나라당의 수구 보수성과 구태 정치 그리고 현 정부로 대변되는 무능한 진보 모두를 뛰어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탈당까지 결행하게된 배경에는 우군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당내 소장파들의 줄서기로 당내 지지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이명박 박근혜 양대 주자에 비해 지지율도 한 자릿수로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정치적 도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적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 질문>직후에 언론사들마다 여론조사를 했는데 지지율은 다소 올랐지만 탈당에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은데 어떤가요?

저희 KBS에서는 탈당선언 하루 뒤인 지난 20일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에 대해 반대가 42.6%로 찬성 37%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높았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대목은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에서 반대 비율이 가장 높았고 호남과 충청은 상대적으로 반대비율이 낮았습니다. 또 2,30 대 젊은 층에서 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 대선에 나서지 말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이 40.7%로 가장 높은반면, 범여권 후보 경선 참여와 한나라당 복귀는 각각 13%대에 머물렀습니다.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선 손 전 지사가 다소 올랐지만 이명박 41.3, 박근혜 22.6, 손학규 7,의 큰 구도는 변하지 않는 양상이었습니다.

여권 단일후보에 적합한 인사로는 손 전 지사가 여전히 오차 범위 내에서 14.3% 로 가장 높았고 정동영 12.3, 강금실 8.6, 한명숙 4, 김근태 3.6, 정운찬 3.1% 등의 순이었습니다.

지난 20일 여론 조사는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천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 포인트입니다.

다른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도 비슷한 경향성이 드러나는 데 우선 탈당 찬성보다는 반대가 대부분 많았지만 격차는 비교적 크지 않다고 여론 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여러 조사에서 지지율은 다소 올랐고 또 호남권이나 열린 우리당등 범여권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비교적 손 전 지사의 탈당을 우호적으로 보는 부분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우호적인 반응이 곧바로 손 전지사에 대한 지지로 직결되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저희 케이비에스의 여론조사에서도 적지 않은 응답자가 손 전지사가 범여권 대선후보로 나서는 데는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손 전 지사의 탈당을 지난 이인제 의원의 경선 불복과 비교하기도 하는 데 그 때 상황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손 전지사의 탈당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각은 아무래도 손 전 지사가 10여년 동안 몸담았던 당을 떠나는 데 대한 배신아니냐는 반응때문인데요 한나라당은 10여년 마신 우물에 침을 뱉고 떠났다며 손 전지사의 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자연스럽게 이인제 의원이 지난 97년 신학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한 뒤 탈당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해서 대선에 나온 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자세히보면 이인제 의원이 탈당할 당시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3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얻은 상황이었지만 손 전지사의 경우는 5% 안팎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가운데 당을 나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이인제 의원은 경선 참여뒤 그 결과에 불복한 것이고 손 전 지사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경선불복은 아니라는 차이도 있습니다.

또 이인제 의원의 탈당당시에는 현직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이 사실상의 후견인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손 전 지사는 범여권과의 연대설 등 무수한 설만 있지 아직 가시적인 우군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도 그때와는 다른 점입니다.

손 전 지사는 탈당 회견에서 이길이 죽음의 길임을 잘 안다면서 자신의 선택이 정치적 득실 계산에 따른 기회주의로 비춰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손 전 지사는 구태 정치를 극복하고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중도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자신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납득시켜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로 보입니다.

<질문> 탈당 선언 이후 손 전지사는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는 지 ?

<답변>

손 전지사는 일단 기존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면서 재야 인사등 과거 지인들과의 접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민주화 운동시절이래 오랜 교분을 쌓아온 김지하 시인과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덕담이 오가고 시종 화기 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김지하 시인은 중도정치는 자신의 오랜 꿈이었다면서 손 전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데 대해 고맙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세를 모으는 데 일정부분 도움을 줄 뜻도 내비쳤습니다.

지난 주에는 또 자신이 70년대 노동운동을 했던 옛 구로공단을 찾아 지금은 벤처기업들이 입주한 구로 디지털 단지에서 자신은 정치벤처를 하려 한다고 새로운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손 전지사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손학규: "지역 대립 이념 갈등 넘어서자는 게 바로 벤처 정치 아니"

<질문> 손 전 지사는 열린 우리당도 한나라당도 아닌 중도 세력을 결집하겠다는 거 아니겟어요 여기에 대한 범여권의 반응은 어떻게 나오고 있는 지요?

<답변> 손 전 지사는 일단 기존 범여권으로 가기 보다는 한나라당도 기존 범여권도 아닌 곳에서 독자 세력을 결집해 힘을 키운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데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기존 정치권과 다소 거리를 두면서 독자행보를 걷겠다는 구상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우선 손 전지사가 나온 뒤 용기있는 선택이라면서 당초에는 환영의 뜻을 일제히 나타냈던 범여권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다른 분위기가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열린 우리당에서는 김부겸 의원 정도가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나타내고 있지만 손 전지사를 지지하는 범여권의원들에 대한 말만 무성할 뿐 아직까지 실체가 뚜렷이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탈당한 민생정치 모임의 천정배 의원이 손 전 지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공개적으로 표명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민생정치준비모임을 이끌고 있는 천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서 십 수년 간 지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분이 진보개혁 진영의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은 오산이자 실패할 카드”라고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나타냈고 손 전 지사와 경기고, 서울대 동기인 김근태 전 의장도 개인적으로 손 전 지사와 절친한 친구이고 재야민주운동을 함께한 동지이지만, 중요한 역사적 고비에서 선택을 달리했다”며 거리를 뒀습니다.

여기에다 당초 범여권 가운데 손 전지사의 탈당에 가장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냈던 통합신당모임에서 조차 김한길 의원등을 포함해서 처음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손 전지사가 함께 할 것을 기대했던 원희룡 남경필 의원등 소장파 의원들이 당에 남겠다며 따라 나서지 않았고 캠프내에서도 당에 기반을 둔 당원협의회장 출신 참모들이 일부 이탈하는 등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인만큼 광야로 나가겠다는 손 전지사의 앞으로 행로는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질문> 손 전지사 탈당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적인 비판도 있었는데 대통령의 의도는 어디에 있는 지?

<답변> 한마디로 대선 정국에서 자신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을 겨냥해 보따리 장사처럼 정치를 해선 안된다고 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 보시죠

<녹취>노무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선서 불리하다고 탈당하고 이렇게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다."

대선 주자로 거론 되는 인물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직접적인 견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열린 우리당의 추가 탈당 움직임을 견제하고 손 전지사가 범여권 재편의 주도권을 쥐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선장을 외부에서 데려 올 수 있다는 외부 선장론이 있었고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는 실패한 인사였다고 비판한 뒤 고 전 총리가 대선 도전의 꿈을 접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한반도 운하가 현실에 맞느냐라고 언급하기도 햇습니다.

현실 정치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강한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지금 대통령이 마음에 두고 있는 범여권 대선 후보는 누구냐를 놓고 정치권에 추측이 무성합니다.

한명숙 전 총리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해찬 전 총리등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아직까지 누구다 말할 단계는 아닌데요 그만큼 이번 대선과 관련해서 현직 대통령의 입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대통령의 손학규 전 지사 비판을 놓고도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손학규 전 지사를 띄우기 위한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수로 해석하는 역발상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질문>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꾸준히 범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돼 왔는데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 것 같은 지요?

<답변> 정운찬 전 총장은 지금까지 대선에 나오겠다는 건지 아닌 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의사는 분명히 있는 것으로 정치권과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습니다.

정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을 종용해 오는 측에서는 손 전지사가 먼저 탈당으로 선수를 치면서 중도 개혁세력 결집이라는 큰 그림에서 정 전 총장이 일시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정 전 총장은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들자며 연대를 제의해온 손 전지사측의 움직임에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며 자칫 손 전지사가 주도하는 탈당 국면에 휩쓸리지 않고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정 전 총장은 아무래도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손 전지사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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