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여든 셋의 할머니가 자식집에 가지 못하고 길거리에 방치된 사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50대 아들과 딸이 서로 모시지 않겠다고 미루다 생긴 일이었습니다.
정창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저녁 서울의 한 재래시장 경비실에 83살 하 모 할머니가 찾아 왔습니다.
50대 아들과 딸이 서로 모시기 싫다고 미루는 통에 어제 하루만 세 차례 자식들 집을 오간 뒤였습니다.
경비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들과 딸은 연락조차 닿지 않았습니다.
<녹취>인근 상인: "무슨 가정적인 사정이 있었겠지. 그러다보니까 남매가 옥신각신 하다보니..."
행려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병원도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경찰 지구대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쯤에야 경찰서에 나타난 자식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습니다.
<녹취>며느리: "자기(딸)가 어려웠을 때는 친정 엄마가 가서 아이도 키워줬는데, 이제 필요없으니까 노인네 안모신다는 것 아니야..."
<녹취>딸: "연락도 없이 우리집 2층에다 저렇게 두고간 거에요. 우리도 없는데... 그래서 사건이 커진 거에요.
어머니는 오히려 자식들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자신은 길을 잃었을 뿐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녹취>하00 (83살/어머니): "내가 집을 못 찾아 가지고 안 돌아온 거지. 그래 일이 이래 커져버린 거지..."
경찰은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 모두를 존속 유기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KBS 뉴스 정창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