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쓰기 공사

입력 2000.11.22 (21:00)

수정 2018.08.29 (15:00)

⊙앵커: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멀쩡한 도로가 파헤쳐지고 각종 공사가 진행됩니다.
문제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예산을 쓰기 위한 것은 아닌지 시민들에 의혹이 많습니다.
김진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창천동 한 골목입니다.
차들이 꽉 막혀 오도가도 못 하고 있습니다.
하수도 공사를 하느라 공사차량이 드나들면서 길 하나를 막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길은 3달 전에도 공사를 해 파헤쳐졌던 땅, 이번에는 멀쩡한 하수관을 교체한다고 땅을 파고 시멘트 작업을 합니다.
⊙박재희(창천동 주민): 멀쩡하다구요.
이끼도 안 끼어 있고 너무 멀쩡한 것 깨부순다니까 니네 이 도둑놈들, 니네들 예산 타내려고 이러는 거 아니냐고...
⊙기자: 멀쩡한 거리를 아름답게 만든다며 공사를 하고 있는 곳입니다.
생돈을 들여 가면서 공사를 할 정도의 거리는 전혀 아닙니다.
배정받은 예산을 쓰기 위해 이 같은 공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신면호(서울시 예산담당관): 지침이라든가 회의시 지시를 통해서 각 부서뿐만 아니라 자치구에도 협조를 구함으로써 낭비성 예산집행이...
⊙기자: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서둘러 이런 공사를 하는 것은 한 번 배정받은 예산을 안 쓰면 내년에 쓸 수 없도록 한 규정 때문.
문제가 되자 서울시는 이 같은 규정을 고쳐 올해 예산을 내년에도 쓸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곳곳에서 멀쩡한 도로가 파헤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담당 공무원: 예산을 쓰려고 하는 경우도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기자: 규정이 바뀜으로써 예산을 쓰기 위한 연말공사가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서둘러 한겨울 땅을 파면서 공사를 할 필요가 없게 된 이상 내년에는 이런 일이 없기를 기대해 봅니다.
KBS뉴스 김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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