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승호, 볼넷 남발…선발 잔류 고비

입력 2007.05.03 (21:12)

수정 2007.05.0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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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한국프로야구를 짊어질 왼손 에이스로 각광을 받았던 LG 트윈스의 이승호(31)가 볼넷을 남발하며 선발 자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승호는 3일 잠실 현대전에 선발 등판, 3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각각 3개씩 내주고 4점을 허용한 뒤 4회부터 정재복으로 바뀌었다. 3회 허용한 볼넷 3개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면서 고개를 떨궜다.
지난 달 27일 SK 전에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4⅔이닝 만에 강판한 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엿새 만에 선발로 나왔지만 5회 이상을 던져주기를 바랐던 코칭스태프의 기대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이날까지 올 시즌 3차례 선발 등판한 그는 한 번도 5회를 넘기지 못했다. 12⅓이닝을 던졌고 4사구를 11개 내줬다. 이닝당 1개에 가까운 꼴이다.
이승호는 1999년 프로 데뷔 후 변변한 성적을 못 올리다 지난 2003년 11승11패를 거두고 단숨에 LG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좌완으로서는 빠른 148㎞의 직구를 뿌렸던 그는 당시 191⅔이닝을 던지면서 삼진도 157개나 솎아내 그해 '닥터 K'에 등극했었다.
LG 포수 조인성은 "승호가 오른쪽 타자 몸쪽에 던지는 직구는 볼 끝이 워낙 좋아 홈플레이트 근처에서는 변화구처럼 휘어 들어온다. 포구하기가 힘들 때도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승호는 2003년을 정점으로 투구 이닝과 승리 횟수에서 내리막을 탔다. 두 자릿수 승을 올리지도, 130이닝 이상을 던지지도 못했다.
부진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일단 2004년 왼쪽 어깨를 수술한 후 구속이 한참 떨어졌다. LG 전력분석팀은 이승호가 수술 후 직구 최고구속 143㎞ 이상을 넘긴 적이 없다고 분석한다.
본인은 "어깨가 아프지 않다"고 말하지만 수술 후 부상에 대한 부담과 염려가 있다 보니 제대로 된 팔 스윙을 할 수 없어 구속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구속 탓인지, 성격이 여린 탓인지 때로는 어이없는 볼넷이 많다는 얘기도 설득력이 있다. 풀카운트 접전 끝에 아깝게 내주기 보다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그냥 보낼 때가 많다는 게 LG 전력분석팀의 평가다.
볼넷은 투수는 물론 수비에서도 가장 큰 적이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중력이 해이해지는 탓이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어느 순간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투수에게 붙여진 서글픈 애칭이다.
이승호가 스트라이크를 못 꽂을 만큼 추락한 건 아니나 '칠 테면 치라'는 자신감을 갖는다면 자신도 살고 팀에도 도움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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