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중국으로의 산업 기밀 유출

입력 2007.05.10 (16:29)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제조 핵심기술을 중국에 넘긴 산업스파이 일당이 10일 적발됨에 따라 자동차산업은 물론 산업계 전반의 기밀보안에 '경고등'이 켜졌다.
무엇보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한국경제 샌드위치론'이 확산되고 있어 기업의 기밀유출 문제는 산업스파이의 범죄를 넘어 산업계 전반의 위기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속도를 더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현시점에 중국으로의 핵심기술 유출은 결국 중국이 한국경제를 추월하는 일종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은 한국(384만대)의 2배 가량에 해당하는 728만대에 달하는 등 양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고, 질적 성장도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밀유출..심각" = 중국으로의 기업 기밀 유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첨단.핵심 기술의 유출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 2005년 기술유출이나 지식 재산권 침해를 당한 33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쪽으로의 유출이 21개사로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동시에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이번 현대.기아차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이미 중국 업체로 넘어간 기술 및 향후 유출됐을 기술 등을 감안하면 오는 2010년까지 예상손실액이 세계시장 기준으로 22조3천억원에 달한다는 게 검찰의 추산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최첨단 발포제 제조기술을 중국으로 통째로 넘긴 산업스파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규모가 5천억원에 이른다고 밝혔었다.
또한 경쟁사로부터 휴대전화에 내장되는 CMOS(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 이미지센서(CIS) 관련 기술을 빼내 중국 기업 등에 유출한 한 반도체업체 대표와 직원 등이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유출된 기술의 개발비로만 150억원 가량이 투자됐으며, 이번 기술 유출로 4천억원 상당의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고 발표했었다.
지난해 6월에도 한 벤처기업의 자동차 금형분야 첨단기술을 중국 등 해외 업체에 팔아넘긴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 산업스파이로부터 금형 등을 넘겨받은 중국 및 대만 업체들은 신차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회로도 등 첨단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려 대량 위탁 생산하려던 반도체 회사 임원들과 현직 대학교수가 검찰과 국정원의 공조수사로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기밀유출..결국은 경쟁력 상실" = 불법 기밀유출은 해당 기업만 피해를 보는데 그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국내 산업이 중국에 비해 기술적인 부문에서 '한수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기술유출 등으로 인해 중국의 기술력이 향상될 경우 이는 곧 국내 산업의 경쟁력 상실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대 주우진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기업은 국내 기업에 비해 규모의 경제도 뛰어나고 생산 코스트도 적지만 한가지 불리한 게 기술부문"이라며 "기술이 이같이 유출된다면 국내 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추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수출에 본격 가세할 경우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만큼 기술부문에서 앞서야 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밀유출 막으려면 =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산업기밀 유출실태를 조사한 결과 5개 기업 가운데 1개사가 기밀유출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기업이 취약한 기밀 보안수준 및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피해기업의 절반 가량이 기밀유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치없이 넘어가거나 자체 징계에 그쳤으며, 사후 대응에 있어서도 보안관리규정을 강화하거나 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관리조치'만을 취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밀유출 사건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할 경우 재발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밀유출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산업보안에 철저히 대비하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체 산업보안이 취약, 기밀유출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지원책을 모색하는 동시에 기업과 함께 협력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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