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야사(野生野死)’ 사직구장에 가다

입력 2007.06.08 (19:34)

수정 2007.06.08 (20:02)

[다큐멘터리 3일] 2007년 6월7일(목) 밤 10시 1TV 방송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930번지.
야구시즌이 되면 전국 어느 곳 보다도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장소.
부산 사직구장! 한국 프로야구팬의 역사라 불리 울 만큼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는 야생야사를 외치는 ‘구도 부산’의 시민들.
촬영 첫날 2만1천명의 관중과 이후 이틀연속 입장권 매진. 3일 동안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온 사직구장.

몇 번의 찬스와 몇 번의 위기를 맞으며 9회말 2아웃까지도 결과를 예측 할 수 없는 것이 야구 .
그래서 더욱더 우리들의 인생과 닮았다고들 하는데….
야구장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의 축소판, 야구장의 72시간 속으로 들어가 본다.


▶ 1루. 날아라, 부산갈매기


“갈매기로 태어나가지고 다시 갈매기로 함 날아보자 이거지, 훨훨 날아보자 이거지....” - 연간지정석 4인방 배정한씨 -



누군가 말했다. 롯데 팬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태어나는 것이라고….
18, 19일 2연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5월20일, 3일째 경기에도 여전히 구장을 찾은 사람들은 올 시즌 4번째 매진을 기록하며 관중석을 꽉 채워주었다.
응원문화만큼은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부산시민들.
3일내내 그들과 함께 했던 사직구장에는 ‘부산 갈매기’의 함성이 끊임없이 울려퍼졌고, 신문지와 ‘봉다리’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사직구장과 역사를 함께한 연간지정석의 4인방 통계, 기록, 분석 등. 나름의 역할이 정해진 듯 경기를 보는 내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가는 네 사람.


“야구 20년 이상씩 전부 봐 놓으니까 야수들 움직임이라든지 뛰는 폼만 봐도 이 선수 세이프다 아웃정도는 눈에 보이니까.” - 7열 40번 이형구씨-



3일내내 끝까지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던 롯데의 열혈 팬 스파이더맨.
원정경기도 불사하고 롯데의 경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간다고 하는데, 이젠 경기장에서 그를 따라다니는 어린 팬들도 생겼다고….

“야구를 완전 사랑하지요. 1989년, 얘들 나이 때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저에게 야구는 인생의 영원한 낙입니다." - 사직구장 스파이더맨 -

그들의 야구사랑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2루. 그라운드, 또 하나의 삶의 터전

85년에 개장해 올해로 21주년 맞은 부산 사직구장.
프로야구의 역사와 부산 팬들의 혼이 숨 쉬고 있는 이곳.
18일 금요일. 매표가 시작되기까지는 1시간도 더 남은 시각, 오후 3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직구장 매표소 앞에는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이들을 상대로 간식거리를 파는 상인들과 100여명의 노점상들도 경기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롯데 야구가 사니 지역경제도 살아난다는 구장 주변의 상인들.
경기장 앞 김밥가게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2천개 이상의 김밥이 팔리고, 경기장 안의 치킨 집에는 4,5백 마리의 닭이 팔린다고 하는데….


“차이 많이 나죠. 없는 날은 (손님) 많이 없구요, 경기 있는 날은 많이 차이 나죠. 몇 배로…….” -전점순(39) 슈퍼운영-

하지만 야구장에 관중이 많이 몰려들수록 더욱 바빠지는 사람들이 또 있다.
부산은 제 2의 고향. 2년째 롯데 팬의 응원 안에서 숨 쉬고 있는 응원단장 조지훈씨.
만약에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을 대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경호원들.
경기 중엔 경기장 구석구석 구장관리를 담당하고, 경기가 끝난 후엔 새벽3시까지 경기장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청소반장 권삼대씨 부부.
야구장과 30년의 세월을 함께한 이동판매상 할아버지. 사직구장 ‘할배’
촬영 기간 내내 인터뷰를 사양하던 그가 촬영 3일째 마음속에 있던 그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보여주었는데….

▶ 3루. 아버지와 아들. 함께 꾸는 꿈

20년 이상 부산 야구팬들과 함께 하며 수많은 추억들로 가득한 사직구장.
개장당시 야구의 ‘야(野)’도 모르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았던 코흘리개들이 이젠 사직구장을 내 집처럼 누비는 열혈 팬이 되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를 이어 연결되는 부산사람들의 야구사랑.
그 모습을 반영하는 그들의 단체 외침 “아. 주라~”

18일. 10회 말 롯데의 마지막 공격. 대타로 지명된 한 선수가 타자석에 섰다.
롯데구단의 버스를 운전하는 아버지를 따라 5살 때 사직구장에 첫 발걸음 디딘 손용석 선수. ‘제2의 박정태’ 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그는 지난해, 1군 엔트리에 오르는 행운을 얻었다. 자신이 14년 전 처음 찾았던 사직구장에서 주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그라운드를 밟고 싶은 꿈은 이루어 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그를 걱정스레 지켜보는 아버지 손경구씨. 그의 마음이 아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용석이 야구 잘 하는 게 제가 바라는 거죠. 이왕이면 프로에 들어오기 힘든데 들어왔으니까 열심히 잘해서 진짜 일군선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아버지 손경구씨-


“난 무조건 잘할 거에요. 무조건 잘할 거에요. 기회가 매번 없어서 한번 나갈 때 진짜 잘 해야지 팀도 이기고…” -롯데 36번 손용석 선수-

▶ 홈. 던지고 때리고 뛰고... 다시 홈으로...

1회부터 9회까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
단 한 번도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고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야구.
매일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과 대면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과 야구는 많이 닮아있다.
홈을 떠나 1,2,3루를 거쳐 다시 홈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하듯, 야구장은 세상의 축소판이 아닐까?

좌·우측 펜스 95m, 중앙 펜스 118m, 면적 5만 1535㎡.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야구장인 사직구장을 HDV 카메라 다섯 대와 미속카메라로 촬영. 60분 HDV 테잎 60개의 총 3600분 분량을 45분으로 압축한 사직구장의 72시간. 사람이 있고, 인생이 있는 야구장의 3일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 CP : 김재연
▶ PD : 최세경
▶ 작가 : 조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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