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지난 1975년 베트남 패망당시 현지에 있던 한국 외교관이 현지 열강의 무관심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처절했던 당시 상황과, 힘없는 국가의 비애가 담겨있는 외교문서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차세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베트남 패망을 눈앞에 둔 시점, 미국은 헬기를 동원해 자국민을 탈출시키기에 급급했습니다. 한국 대사관은 본국과의 연락마저 끊긴 고립무원 상태, 그곳에 한 외교관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창근 대사(당시 주월남 서기관) : "미국 헬리콥터가 다 떠나고 나서, 완전히 절망이죠. 올데갈데 없는거죠."
헬기를 타기 위해 미국 대사관을 찾아갔지만, 미 해병대의 위협만 받았습니다.
프랑스와 일본 대사관에서도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인터뷰> 김창근(당시 주 베트남 서기관) : "외화벌이, 돈벌이하기 위해 보낸 거 아니에요, 나라가 강해야겠다, 잘살아야겠다."
김 서기관은 일단 프랑스 병원에 몸을 숨겼습니다.
베트콩에 잡히면 북한으로 보내진다는 정보에 자살까지 결심했습니다.
<인터뷰> 김창근(당시 주 월남 서기관) : "서울 쪽 하늘 보고, 부모님한테 절 한번 하고..."
죽음까지 생각했던 김 서기관은 이후 탈출을 도모하던 교민들을 만나 함께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기름이 떨어져 표류하기를 일주일, 대만 선박의 도움으로 싱가포르에 도착했고 탈출 2주일 만에 한국땅을 밟았습니다.
외교부는 오늘 김 서기관의 탈출 기록을 포함해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공개했습니다.
KBS 뉴스 차세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