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달러 넘어선 유가 상승세 어디까지

입력 2008.05.06 (08:42)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처음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해 세계 경제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유가 강세는 기본적으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발전으로 석유 수요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다 미 달러화 약세,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등의 공급 차질 등이 이어지는데 따른 것으로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시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계속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배럴당 120.36달러까지 올라 1983년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의 시작과 함께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한 유가는 4개월 남짓한 기간에 20% 가량 올랐고 1년전과 비교하면 거의 배에 가까운 94%나 올랐다.
최근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세는 미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유 등 상품 투자에 자금이 몰리고 산유국들의 정정 불안으로 공급차질 등이 잇따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미 달러화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가치가 1년간 14% 가량 하락했다. 원유 등 상품의 거래가 달러화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달러화 약세는 투기자금 등이 상품 투자에 몰리도록 하고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8위, 아프리카 최대의 원유 수출국인 나이지리아에서 무장세력의 석유시설 공격으로 2006년 이후 석유 생산이 줄어들고, 이란을 둘러싼 정정 불안도 지속되면서 원유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지난 주말에도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로열 더치 셸의 하루 17만배럴에 달하는 석유공급이 중단됐다.
또 세계 4위의 석유 수출국인 이란의 핵 문제를 둘러싼 서방과의 갈등이 지속되는 것도 유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날도 자신들의 핵 권리에 반하는 서방의 어떤 유인책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우려를 키웠다.
이와 함께 기존의 유전과 석유시설이 노후화되고 새로운 유전의 개발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유가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
투자은행 사이먼 앤드 코 인터내셔널의 회장인 매튜 사이먼은 노후화된 유전과 정제.운송시설 등을 재건하는데 100조달러가 들어갈 수 있다면서 이 같은 비용 문제로 유가가 쉽게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미국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의 가격 상승분이 그대로 전가되는 반면 유럽 등 다른 지역은 달러화에 대한 자신들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가 상승률이 미국에는 못미치기 때문이다.
유가는 달러화로는 지난 1년간 94% 올랐지만 유로화나 일본 엔화로는 70% 가량 오르는데 그치고 있다.
미국의 휘발유 판매가도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해 미국민들의 가계사정을 압박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휘발유 소매가는 평균 갤런당 3.6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 및 에너지 비용 상승은 소비자들이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돈을 줄임으로써 소비를 침체시키고 결국 경제 성장 둔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부터 시작되는 중동순방 때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관리들에게 고유가에 대한 미국측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다.
스콧 스탠즐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은 중동지역 지도자들과 만날 때면 언제나 고유가가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이번 방문에서도 대통령은 그같은 우려를 분명하게 전달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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