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한미 FTA 미룰수록 손실 커

입력 2008.05.22 (07:10)

수정 2008.05.22 (09:05)

[현오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객원 해설위원]

우리의 경제성장 동력이 대내외 여건 악화로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국제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무역수지가 지난해 12월 이후 줄곧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관을 헤쳐 나가자면 무엇보다 수출 회복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의 상황은 광우병 논란에 휩싸여 이러한 희망의 빛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와 한미 FTA는 별개의 사안입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수입이 중단됐던 2003년의 경우 우리는 이미 9억 달러의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왔습니다.

따라서 한미 쇠고기 협상은 수입 재개에 따른 검역조건을 협의한 것이었지 결코 시장개방을 협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한미 양국정부는 추가협의를 통해 쇠고기 수입에 대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적인 조치를 서면으로 합의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원산지 표시와 검역체계 강화 등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들에게 협의내용을 정확히 알리고 검역행정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광우병에 대한 일반의 우려가 높지만 이러한 우려는 반드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비판과 막연한 공포감 조성은 국익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광우병 논란 속에서 국민이 동요하고 일부 정치권이 FTA와 연계해 정치 쟁점화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걱정거립니다.

국가간 협상에서 타결된 내용에 대해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상대국 역시 우리와 맺은 여러 협상 결과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7대 국회는 한미 FTA의 전 과정을 지켜봐 왔습니다. 여러 차례 공청회 와 청문회 등을 열어 많은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그런 만큼 17대 국회는 한미 FTA를 발효시켜야 할 역사적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준 논의가 18대 국회로 넘어 간다면 국가적 에너지 낭비와 국론 분열 등의 폐해가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 정치상황에 따라 한미 FTA 비준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상황이 지속돼선 안 됩니다.

‘교각살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입니다.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미 FTA를 지연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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